2020년 멋진 ‘출구 전략’은 세웠나요?
2020년 멋진 ‘출구 전략’은 세웠나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1.08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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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상황에서 잘 빠져나오는 방편을 뜻하는 ‘출구 전략’이란 단어가 있다. 군대가 임무를 완수하고 빠져나오는 퇴각 시나리오에서 시작된 표현이다.

나빠진 경영상황에 손실을 최소화해 정리하는 방책을 의미하기도 하고, 나빠진 경제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추진했던 경제적 조치를 부담되지 않게 거두는 방도를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잘 빠져나오고 싶어 한다.

비행기를 타면 승무원이 비상구 위치를 알려준다. 사고가 나면 “가까운 비상구를 찾아 탈출하라”는 사전조치다. 대부분 승객들은 승무원 안내를 듣는 둥 마는 둥 한다. 러시아 소치에서 모스크바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고 있었다. 탈출 안내가 나오는 동안 “이어폰을 벗으라”고 승무원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지적한다. 저가 항공사에서 비상구 근처 자리를 비싸게 팔더니 이젠 고급 항공사도 가격을 올리겠단다. 안전보다는 돈벌이에 급급한 듯해 조금 씁쓸하다.

북유럽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손님들이 코트룸으로 대거 몰리는 바람에 탈출을 못한 대형 사망사고가 있었다. 추운 지방에는 입구에 손님 코트를 받아서 보관하는 공간이 있다. 더러워진 코트를 실내에 입고 들어가면 큰 실례다.또한 코트를 벗지 않으면 따뜻한 실내 난방에 금세 땀범벅이 된다. 정작 화재가 발생해서 밖으로 뛰어나가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다들 코트를 맡겨둔 코트룸으로 달려간 것이다. 코트를 찾는 손님이 뒤엉켜 입구가 막히는 바람에 큰 사망사고로 이어졌다. 참으로 안타깝다. 사람은 습관적으로 들어온 길로 나가려고 한다. 즉 모르는 길로 나가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비상탈출로는 사람이 행동하는 습관을 잘 고려해야 한다.

‘용두사미’란 사자성어가 있다. 학창시절을 돌아보니 겨울방학이 시작되면 거창한 계획을 세우지만 개학이 다가오면 못 다한 방학숙제 때문에 허겁지겁하기 일쑤였다. 겨울방학이 시작되면 큰 아들과 작은 딸이 겨울방학 계획을 잘 세웠나 궁금해진다. 너무 거창한 목표는 비현실적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비현실적이면 목표에 도달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지키지 못할 목표와 계획은 지양해야 한다.

일전에 가족들과 시내 나들이를 나갔다. ‘방 탈출 카페’라는 간판을 보고 흥미로웠다. 구속에서 벗어나려는 마음이 인간 본성을 자극한다. ‘구속’이라는 단어는 상당한 징벌적인 의미가 있다. 법치주의 국가에선 무죄추정 원칙을 지키고 있다.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죄인으로 속단하지 않지만, 우리는 구속수사에 열광하거나 분노한다. 자유가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권리라면, 자유를 빼앗는 구속은 가장 잔인한 징벌로 대중을 흥분시킨다.

직업 때문인지 문에 관심이 많다. 문은 들어가는 입구가 되기도, 나가는 출구가 되기도 한다. 당연히 입구를 출구라고 생각하지만 상황에 따라 출구가 달라지기도 한다. 우연한 기회에 홍수를 공부하다가 화재도 공부하게 되었다. 어쩌다 물불을 가리지 않게 된 셈이다. 재해를 공부하면서 탈출경로와 위험상황에서 빠져나가는 출구를 정하는 방법인 ‘출구 전략’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마흔부터 흥미를 가진 심리학과 행동경제학이 요긴한 밑천이 되고 있다. 앞으로 ‘재해 출구 전략 전문가’로서 사람 목숨을 지키는 일에 일조하고 싶다.

어떤 일이든 시작하면 기분이 좋다. 곧 새로운 시작에 도취한다. 끝이 있어야 시작이 있기 마련이다. 또한 끝이 좋아야 기분 좋은 시작을 다시 할 수 있다. 경자년 새해가 밝았다. 우리 모두 시작도 좋지만 끝도 좋은 2020년 12월 31일을 상상하며 멋진 ‘출구 전략’을 세워보자.

황재호 이에스다산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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