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용 칼럼] 울산에도 ‘백리대숲 명품 순례길’을 만들자
[김종용 칼럼] 울산에도 ‘백리대숲 명품 순례길’을 만들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1.07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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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길 소식을 처음 접한 것은 2008년 가을, 어느 신문기사에서였다. 기사는 서명숙 님(현 ‘제주올레’ 이사장)이 스페인의 ‘산티아고 가는 길’에 영감을 얻어 2007년 9월부터 제주도에서 도보여행자를 위한 올레길을 만들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올레길이란 당시만 해도 아주 생소한 말이었다.

그 무렵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대외팀장 일을 맡고 있던 필자는 2002년부터 해마다 열리는 에너지고위경영자과정(이하 ‘고위과정’)의 운영 책임자였다. 고위과정에는 제주에서 1박2일로 진행하는 워크숍과 산업시찰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제주지역 명사 특강도 그중의 하나였다.

다음해인 2009년 4월 23일, 고위과정 입학생 45명이 제주에 왔을 때 필자는 서명숙 님에게 제주 올레길에 관한 특강을 요청했다. 기업체에서 20~30년 남짓 근무한 고위과정 입학생들은 제주 올레길에 관한 특강을 듣고는 하나같이 성공을 예감했고, 필자도 마찬가지였다.

2010년에 원직인 연구부서로 갔다가 2017년에 대외팀장으로 복귀한 필자는 다시 고위과정을 책임지게 되었다. 2017년 제16기 및 2018년 제17기 고위과정에 서명숙 님의 특강을 넣은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속담이 있듯 제주 올레길의 달라진 위상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서명숙 님은 2009년만 해도 올레길이 왜 우리 마을, 내 땅을 지나야 하는가 하고 의아해하던 주민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했다. 그러나 2017년과 2018년 특강 때는 사정이 전혀 딴판이었다고 했다. 제주 올레길을 새로 설계할 때 주민들이 스스로 찾아와 가능하면 자기네 마을 쪽으로 길을 내어달라고 부탁하더라는 것.

그런 대표적인 사례가 ‘서귀포 매일올레시장’이다. 1960년대 초반에 저절로 생겨난 서귀포시장은 여느 전통시장이나 다름없이 인구 감소와 현대적 마트의 등장으로 쇠퇴를 거듭하고 있었다. 그래서 서명숙 님은 제주 올레길 제6 코스 ‘쇠소깍다리’에서 시작해서 ‘제주올레여행자센터’에서 끝나는 길을 닦을 때 중간에 있는 서귀포시장을 자연스레 지나게 했다고 한다. 결과는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올레길 순례자들의 입소문 덕분에 서귀포시장은 손님이 많이 찾는, 전국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시장으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

현재 제주 올레길은 제26 코스까지 걷는 길 425km가 조성되어 있다. 필자가 제주 올레길 홈페이지에서 2019년 1월 1일부터 2019년 12월 31일까지 일 년 동안 425km를 완주해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사람을 조사했더니 하루에 4.6명꼴인 1천679명이나 되었다. 제주 올레길 방문객 수는 2018년에 약 57만명, 하루 평균 1천562명꼴이었다.

제주 올레길이 성공을 거두자 전국에 걷기 열풍이 몰아쳤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는 1천655개 걷기 코스가 있다. 우리 울산에도 중구 11곳, 동구 8곳, 남구 9곳, 북구 17곳, 울주군 22곳 등 67개 걷기 코스가 등록되어 있다.

우리는 종종 어느 식당, 어떤 물건이 인기가 있다 하면 너도나도 비슷한 음식점이나 제품을 만들었다가 몇 년 못 가 망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5년간 살고 있는 필자도 울산에 있다는 67개 걷기 코스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걸어본 적도 없다. 제주 올레길이 대박 났다고 다른 지방에서도 덩달아 지역 길을 만든다 해서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제주 올레길은 제주도가 지닌 특성을 최대한 살렸기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이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으로 거처를 울산으로 옮긴 필자를 보러 온 지인들이 가장 감명 깊게 본 울산의 명소는 대왕암과 십리대숲이다. 특히 십리대숲은 걷기 코스로는 안성맞춤이지만 너무 짧아 아쉽다는 의견이 많았다.

필자는 울산시에서 추진하는 울주군 석남사~선바위~중구 십리대숲~북구 명촌교 구간 약 40km 길이의 백리대숲 조성사업이 계획대로 잘 진행되어 전국적 걷기 명소가 되길 소망한다. 내친김에 백리대숲 코스를 상·하행 두 갈래로 만든다면 효과도 두 배로 커질 것이라는 기대도 가져본다.

김종용 에너지경제연구원 지역에너지연구팀 연구위원·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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