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원의 의료산책] 울산공공병원에 ‘한의과’ 꼭 설치하자
[성주원의 의료산책] 울산공공병원에 ‘한의과’ 꼭 설치하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1.05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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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의료원이 본격가동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공공의료기관 내 한의과 설치가 더욱 활발해지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지난달 18일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지원센터에 따르면, 전국 공공의료기관 198곳 중에서 한의과가 설치된 공공의료기관은 80곳이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 안에 한의과가 설치된 경우는 부산대병원 단 한곳에 불과했고, 한방병원은 부산대한방병원, 장흥통합의료한방병원 두 곳뿐이었다.

종합병원은 8곳(국립중앙의료원, 서울의료원, 경기도의료원 의정부병원·안성병원,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부산보훈병원·광주보훈병원·대전보훈병원, 전북 군산의료원)이었고, 병원은 5곳(서울 북부병원, 전북 마음사랑병원, 국립소록도병원, 국군고양병원, 백두병원(21사단 의무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한의진료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는 매우 높다. 성남시의료원의 경우, 한의과 설치는 성남시민들의 숙원사업이었고 한의진료에 대한 줄기찬 요구는 ‘의료설립추진위원회’ 활동으로 이어졌다. 정부는 성남시민들의 이 같은 요구와 높은 만족도를 반영해 마침내 지난 2012년, 한의과 설치를 확정짓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보건의료의 핵심기관인 국공립 대학병원에서는 한의과가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 이는 한의약 공공의료서비스를 위한 인력난이나 재정난, 연구부족 현상을 가져왔고, 그 때문에 한의진료는 국가 정책에서 차별신세를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국립암센터의 경우, 지난 1998년 설립 이전의 운영계획 단계에서는 기초연구부, 임상연구부, 내과진료부에 한의진료 과를 설치하도록 설계되었다. 그러나 이는 특정세력의 반대로 무산되었고, 양·한방 협진체계 구축을 통한 통합의료서비스 제공이란 국립암센터의 계획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 대신 국립암센터 연구소 산하에 전통의학연구과(정원 1인)를 둔다는 쪽으로 절충이 이뤄져 명맥만 겨우 남았다. 하지만, 국립암센터가 개원한 이래 이 과마저도 직원을 단 한명도 채용하지 못할 정도로 차별은 심각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010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의 한의진료 설치 타당성 연구를 수행한 적이 있다. 그러나 ‘반드시 필요하다’는 연구결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한의과 진료는 요원한 실정이다. 필자 또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일산병원에서 왜 한의과 진료를 안 하는지, 개인적으로 질의도 하고 여러 차례 항의도 해봤지만 벽에 대고 이야기하는 기분만 들었을 뿐 적극적인 개선 의지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한의진료는 보건소장 임용에서도 차별받고 있어 시정이 필요하다. 지역보건법 시행령에는 보건소장 자리에 의사를 우선 임용하도록 못 박고 있어 한의사, 치과의사는 사실상 배제되어 있다. 공공의료정책 시행과 지역보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보건소에서 한의사와 치과의사도 중요하고, 실제로 그런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보건소장 임용에 차별을 둔다는 것은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이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지난 2006년 “의사면허 소지자를 우선적으로 임용하는 것은 헌법에 명시된 평등권, 직업선택권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개정을 권고했다. 그러나, 시행령 개정은 여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2016년 12월 기준 ‘보건소 및 보건지소 내 한의진료 개설 현황’에 따르면, 전국 보건소 252곳과 보건지소 1천336곳 중 한의진료실이 개설되어 있는 기관은 총 230개로 약 14.5%에 불과하다.

울산에도 산재전문 공공병원이 2024년에 완공된다고 한다. 약 300병상 규모에 16개 진료과를 둔 진료동과 재활동, 연구동, 기숙사 등 총 4개 동으로 구성될 예정인데, 여기에도 한의과 관련 진료나 연구에 대한 내용은 찾기 힘들다.

한의진료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만족도에도 불구하고, 공공의료 분야에서 한의계는 의도적으로 소외되어 왔다. 산재전문 공공병원이 울산시 최초의 공공종합병원인 만큼, 한방과 양방을 아우르는 종합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병원이 되었으면 한다.

성주원 한의사·울산 경희솔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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