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지 ‘와∼ 와∼’ 삼호동 철새홍보관
언제든지 ‘와∼ 와∼’ 삼호동 철새홍보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1.05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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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와’는 남구 삼호동 ‘와와공원’ 이름에 남아있는 말이다. ‘와와(臥瓦)’나 ‘와와(瓦臥)’로 쓸 수 있지만 그 의미의 중심에는 ‘기와’가 있다. 2007년 5월 13일, 와와향우회에서 와와공원에 세운 애향비의 <마을의 유래>에서도 확인된다.

“…역사적으로는 신라 때부터 기와를 구웠던 곳으로 재질이 좋아 월성(月城)까지 운반했다고 전해지고, 숙종 46년(1720)부터 와와(臥瓦)라는 이름으로 불리어 왔으며, 1914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옥리의 단위마을 속에 포함되었으나 1987년 마을 전체가 국가의 토지개발 정책에 따라 신 주거단지로 형성되었으며, 대부분 농업에 종사하던 원주민 35세대 120여명은 마을을 떠나야만 했다.”

마을 유래에서 보듯 ‘와와’를 ‘기와를 구웠던 곳’으로 짐작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조선시대에 와서 신라의 환경을 거슬러 짐작했다는 점에서 확신은 주저할 수밖에 없다. 현재 와와공원의 주소는 ‘울산광역시 남구 눌재로 24’이다. ‘와와’로 알려진 지역이지만, 주변의 ‘눌재’와 ‘옥현(玉峴)’ 또한 그 못지않게 생각해볼 지명이다.

눌재란 사람 혹은 소가 누운 것처럼 생긴 고개라는 의미다. 옥현은 옥이 나는 고개로도 짐작할 수 있으나 옥에 얽힌 전설이 없어 아쉬움을 남긴다. 그래서 필자는 옥현 이야기만 나오면 문전옥답(門前沃畓)의 습지를 뜻하는 옥현(沃峴)의 잘못된 기록이 아닐까 하고 의심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 이유는 가까운 섬골과 무거, 신복, 삼호 등 세 곳을 아울러 ‘삼학촌(三鶴村)’이라 부른 흔적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기 때문에 시대적·시의적 활용성에 비추어 굳이 ‘기와를 구웠던 곳’으로 한정지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더 자연친화적인 근처의 ‘개구리 우는 골짜기’ 즉 ‘섬골’ 혹은 ‘섬곡(蟾谷)’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된다. 사족을 달자면, 비스듬하게 누워있는 듯한 옥답(沃畓)의 무논에서 봄 개구리가 번식기가 되어 떼창하듯 내는 구애의 울음소리 ‘와와(蛙蛙)’가 그 바탕이 아니었을까.

어찌 보면 와와는 손짓으로 친구를 부를 때 내는 경상도말 ‘온나∼ 온나∼’의 축약형 소리라고도 할 수 있다. 아무튼 현재까지 전승된 문자기록 ‘와와’를 틀렸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자연환경에서 유추한 의미를 한 가지 더 추가해 봤다.

2019년 12월 23일, 이곳에서 울산남구도시관리공단이 운영하는 <철새홍보관>이 개관했다. 이 지역에 <철새홍보관>이 문을 연 것은 우연히 아니라 필연이란 생각이 드는 것은 이 일대가 전국에서도 이름난 철새도래지이기 때문이다. 여름철새 백로와 겨울철새 떼까마귀가 그 주인공으로, 백로는 번식지로, 떼까마귀는 숙영지로 6개월씩 이용한다.

새들이 새끼를 키우며 편안하게 잠잘 수 있는 곳은 사람 역시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이다. 삼호대숲 일대가 철새공원으로 지정된 이유이기도 하다. 태화강가의 ‘삼호대숲’이라는 이름 또한 삼호동에 자리하기에 붙여졌다. 그러기에 이 지역은 철새 탐조와 대숲 체험을 함께할 수 있는 생태관광지이며, 2019년 7월에는 태화강 국가정원에도 포함돼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넓은 대숲은 매년 여름과 겨울 번갈아 주인공을 바꾸어 가면서도 푸름을 잃지 않는다. 왜가리, 중대백로, 중백로, 쇠백로, 황로, 해오라기, 흰날개해오라기 등 백로류 7종은 번식지로, 떼까마귀와 갈까마귀는 잠자리로 이용한다. 이곳을 통틀어 ‘삼호철새공원’이라 부른다. 어느 곳이든 사는 곳에 대나무가 있다는 것은 정주인의 삶을 여유롭게 하고 속되지 않게 해준다. 소동파(蘇東坡.1037∼1101)는 그의 시 어잠승녹균헌(於潛僧綠筠軒)에서 이렇게 읊었다. “사는 곳에 대나무가 없어선 안 되지……대나무가 없다면 사람은 속되어진다네(不可居無竹…….無竹令人俗).” 대나무가 곧 지역민의 삶을 성속되지 않게 하는 존재임을 부각시킨 것이다.

<철새홍보관>은 인물 좋은 총각처럼 그 모습이 우뚝하고 늠름하다. 찾아오는 방문객마다 둘러보는 순간 오빠부대처럼 놀라며 와지일성(?地一聲=어느 순간 감동으로 ‘와’하고 지르는 소리)의 경지에 이른다. 가상체험과 5차원세계 체험이 끝나면 모두의 소리가 감탄사 ‘와∼ 와∼’로 이어진다. 특히 이른 아침과 늦은 저녁에 펼쳐지는 약 십삼만 마리의 생존전략 군무 쇼를 가까이에서 체험하고는 특이한 볼거리였노라 탄성을 빠뜨리지 않는다.

어디 그뿐인가. <철새홍보관> 주변에는 이 마을 대표먹거리 곱창과 편한 잠자리 게스트하우스가 손님 맞을 채비로 바쁘다. 삼호동의 대표적 맛 자랑거리는 곱창이다. 소동파는 같은 시에서 고기도 언급했다. “식사에 고기는 없어도 되지만……고기 못 먹으면 사람은 야윌 테지만…….(可使食無肉…….無肉令人瘦…….)”라고 했다.

사람과 철새는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으면 떠난다. <철새홍보관> 지역에서는 의식주가 모두 해결된다. <철새홍보관>을 찾으면 인격이 속되지 않고, 몸이 마르지 않고, 잠자리가 편한 게스트하우스가 있어서 삶이 건강해진다. 삼호대숲, 곱창골목, 게스트하우스 이 세 가지가 늘 함께하는 와와공원 <철새홍보관>에 감히 초대장을 올린다.

김성수 조류생태학박사·철새홍보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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