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찬 2020년을 기약하며
희망찬 2020년을 기약하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1.01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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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크게 요동치는 한 해가 될 듯하다. 2020년 경자년(庚子年)은 힘이 아주 센 ‘흰쥐의 해’다. 쥐 중에서도 흰쥐는 가장 우두머리 쥐며 매우 지혜로워서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데다가 생존 적응력까지 뛰어나다. 더군다나 흰쥐는 인간의 생로병사를 위해 각종 실험에서 목숨을 희생하면서 인류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고마운 동물이다.

개인적으로는 기해년(己亥年) 황금돼지해에 큰일을 2개씩이나 무사히 치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모두가 감사할 따름이다. 하나는 사랑하는 여식(女息)이 가정을 꾸린 일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찍 부모 곁을 떠나가 홀로 생활하느라 많이 외롭고 힘들었을 텐데 예쁘게 자라줘서 너무 고맙다. 생판 모르는 둘이 만나 서로의 행복한 인생여정을 위해 세례를 받고 혼배미사를 드리는 과정을 곁에서 쭉 지켜보노라니 보기에 참 좋았다. 멀리 하와이에서 주례를 서 주기 위해 기꺼이 초대에 응해주신 야고보 신부님께도 새삼 고마움을 전한다.

또 하나 감사한 일은 첫 직장인 한국화학연구원에서 33년 5개월 동안의 생활을 마감하고 영예로운 정년퇴임을 맞이한 거다. 한 직장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한 우물을 파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물론 고비도 있었다. 주위 분들의 격려와 기도 덕분에 무사히 위기를 넘기고 전혀 낯선 울산에서 새 둥지를 틀었다. 그게 벌써 13년 전 일이다. 그동안 울산 화학산업의 현재 먹을거리와 미래 먹을거리를 위한 2개의 센터를 구축했다. 3명으로 시작한 연구원 가족은 어느덧 130여명으로 늘었다. 시청에 들어가면 인사하는 분이 꽤 많은 걸 보면 나름 열심히 소통했나보다. 최근에 한국화학연구원 울산본부에서 세계적인 성과들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현재 한국경제는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난 2~3년간 성장을 이끈 반도체 경기가 위축되며 한국경제가 늪에 빠진 형상이기 때문이다. 작년의 경제성장률은 미중 무역갈등 등 대외적 불안요인의 여파로 2% 전후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 세계적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나타난 저성장 기조에 한국경제가 수렴하는 과정이다. 정부 정책을 보면 분기별이나 연간 성장률 등락에 대응하는 단기적인 대책만 내세울 뿐 장기적인 산업구조 개혁에는 소홀했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불거지고 나서야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늘리고 관련 기업들에 한시적인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래선 안 된다.

그러면 울산은 2020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우리나라는 태생적으로 자원이 부족하다. 그래서 오로지 산업경쟁력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 나라다. 과거처럼 국가가 주도하는 대기업 중심의 정책으로는 어림없다. 글로벌 강소기업이 많이 나와야 한다. 울산이 가장 취약한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도 되고 안 가도 되는 길이 아니라 반드시 가야만 할 길이다. 그런 만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산업생태계 구축이 중요하다.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는 동반자적 관계로 가야 한다. 이 생태계를 얼마나 잘 만드느냐에 성패가 달렸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했다. 하지만 핵심이라고 일컫는 빅데이터와 자율주행차 사업이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법 등 각종 규제사슬 때문에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암울한 실정은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수소경제 시대도 시작됐다. 울산에 연이어 글로벌 수소도시 선점을 향한 희소식이 들려온다. 수소시범도시 선정 및 경제자유구역 예비지정에 이어 수소융복합단지 실증사업 선정 소식이다. 새로운 성장엔진을 장착한 셈이다.

과연 2020년은 내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매우 궁금하다. 2020이란 숫자 자체가 특별하다. 1010, 2020, 3030처럼 1000년에 한 번 맞이하는 해이기 때문이다. 최근 많은 분들이 물어보신다. “정년퇴임 했으니 울산을 아주 떠난 거예요?” 분명히 밝히지만, “올해도 내년에도 ‘울산명예시민’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울산 발전을 위해 울총(울산총각)으로 활동합니다.” 더 이상 묻지 않으면 좋겠다. 경자년에는 해묵은 갈등을 내려놓고 희망찬 산업생태계 구축에 한층 힘을 보탤 각오다.

이동구 본보 독자위원장·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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