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새해엔 자존감·자정능력부터 기르길
경찰, 새해엔 자존감·자정능력부터 기르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1.01 19: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해를 맞아 각별히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공직이 있다. 올해로 75돌을 맞는 대한민국 경찰이다. 경찰은 이제 새로운 변화의 분기점에 서 있다. 공수처 설치 법안과 함께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국회 표결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때맞춰 경찰청은 지난달 하순 치안감급 간부 13명에 대한 전보인사를 단행했다.

경찰청 인사로 김진표 경찰청 생활안전국장이 울산청장으로, 박건찬 울산청장이 경북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지난해 ‘검경 갈등’ 국면에서는 ‘태풍의 눈’이었고 최근에는 ‘하명수사 의혹’과 ‘총선 출마’ 소식으로 다시 뉴스메이커가 되고 있는 황운하 치안감(전 울산청장)이 대전청장에서 경찰인재개발원장으로 자리를 바꾼 사실이다. 그런 그가 새해 첫날 또다시 포문을 열었다.

황 원장이 프랑스혁명의 사실(史實)을 바탕으로 인용한 사자성어는 ‘낡고 좋지 않은 것을 버리고 새롭고 좋은 것을 받아들인다’는 의미의 ‘토고납신(吐故納新)’이었다. 그리고 그가 작심발언으로 겨냥한 표적은 자주 긴장관계에 놓였던 검찰과 일부 보수언론이었다. 그는 “헌법상 대원칙은 무죄추정임에도, 검찰은 자의적으로 유죄추정의 무리수를 범하는 경향이 있고, 언론마저 그저 검찰 따라가기에 바쁘다는 데 문제가 있다”며 두 조직을 싸잡아 비판했다. ‘이유 있는 쓴 소리’라는 평가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아쉬움은 있다. ‘토고납신’이란 의미 있는 말을 내친김에 경찰 내부에도 대입시켰더라면 하는 아쉬움이다. 그동안 검경수사권 조정을 줄기차게 반대해온 검찰은 그 당위성의 하나로 ‘경찰의 자질’ 문제를 거론하곤 했다. ‘지금의 경찰 수준으론 선의의 피해자 양산과 권력 남용이 불 보듯 뻔하다’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던 것이다. 이제부터 경찰에 필요한 것은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이 아닐까 한다. 꼬투리 잡힐 빌미를 아예 주지 말라는 얘기다. 필요한 것은 또 하나 더 있다. 스스로를 객관화시켜놓고 보면서 때론 반성도 하고 자정(自淨)도 할 줄 아는 겸허함과 지혜로움이라고 생각한다.

때마침 민갑룡 경찰청장이 뼈대 있는 신년인사를 전국 경찰에 전했다. “올해의 첫 태양은 우리 경찰에게 특별히 더 밝고 희망찬 기운을 주는 것 같다”고 운을 뗀 그의 화두는 ‘개혁’과 ‘변화’였다. 민 청장은 “형사소송법 제정 66년 만에 경찰이 수사의 온전한 주체로 거듭나 수사·기소 분리의 역사적 순간을 눈앞에 두고 있다”면서 “새해에는 ‘경찰이 정말 달라졌구나’라고 평가받을 수 있도록 심기일전하자”고 강조했다. ‘경찰이 곧 시민이고 시민이 곧 경찰’임을 증명하기 위해 시민의 관점에서 생각하자는 당부도 했다.

앞서 김진표 신임 울산경찰청장도 유의미한 메시지를 직원들에게 전했다. 지난달 31일 취임식에서 “수사구조 개혁이 추진 중인 이때 국민은 높은 기대와 요구로 우리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는 만큼 본연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자”고 강조한 것이다. 경찰은, 적어도 울산경찰만이라도, ‘개혁’과 ‘변화’의 흐름에서 낙오되는 일이 없도록 자존감과 자정능력부터 길렀으면 한다.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