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 없이 시민을 섬기는 마음가짐으로
흔들림 없이 시민을 섬기는 마음가짐으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2.30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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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그대로 참으로 다사다난(多事多難)한 기해년(己亥年)이었고, 사람들은 지금 그 끝자락에서 지난 한해를 뒤돌아보고 있다. 달력도 마지막 한 장, 마지막 한 숫자만 남기고 있다. “2020년에는 모두 대박 터지-쥐”. NH농협금융 울산지역본부 입구 유리에 내걸린 이 문구는 ‘흰쥐의 해’ 경자년(庚子年)이 엎어지면 코 닿을 지근거리에 와 있음을 일러준다.

그리고 ‘쥐’가 상징하듯 새해에는 부지런히 일해서(근면), 갈무리 많이 하고(저축), 자식 많이 낳고(다산), 배불리 잘 사시라(풍요)는 덕담으로 들릴 것이다. 그러나 중심축이 흔들리고 있는 울산의 공직사회에서는 별로 달갑지 못한 소리로 여겨질 수도 있다. 시청만 하더라도 2019년의 마지막 날에는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있는 경제부시장의 신변에 이상이 생길 가능성이 없지 않고, 심경이 착잡하기는 시장도 필설(筆舌)이 모자랄 지경이지 싶다.

하루 전(30일) 시장이 좋은 소식을 전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자세를 낮추고 한 말이 있다. “이유야 어떻든 시장으로서 부시장이 재판을 받는 데 대해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어디 그뿐인가? “지난번 말씀드린 대로 펑펑 내리는 눈이 좀체 그칠 기미가 안 보인다. 눈이 좀 그친다면 시민 여러분에게 눈을 치우는 심정으로 소상히 말씀드리겠다.” “저도 아직 어떻게 될지 모른다. 중앙에서 어떤 과정이 종료되면 제 심정을 밝히는 기회를 갖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검찰 소환 임박’ 설에 대한 나름의 심경 토로일 것이다.

문제는, 시청 분위기 전체가 푹 가라앉아 있는 것으로 시민들에게 비쳐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시청 공무원 상당수는 표정관리에 실패한 듯한 느낌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나사가 빠진 채 돌아가는 기계의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수장이 영어의 신세에 놓인 모 기초자치단체의 분위기는 오히려 나은 편이란 말까지 나오는 판이다.

하지만 그런 모양새로 비쳐져서 될 일이 아니다. 시장도, 부시장도, 중간간부도, 평직원도 하나같이 시민들을 섬겨야 하는 처지여서 더더욱 그러하다. 주인인 시민들이 가라앉은 분위기에 물들지 않도록 새해부터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행정부시장이라도 전면에 나서서 총대를 멜 수 있어야 한다. 한데도 그런 낌새는 도무지 여보이지 않아서 걱정이다. 인물이 없어서 그런가, 소통 부재의 관행이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어서 그런가?

경자년(庚子年)은 육십 간지의 37번째 되는 ‘흰쥐의 해’다. 그리고 한국의 12지신 중 첫 번째인 쥐는 ‘번성’과 ‘번영’도 상징한다. 이 상서로운 기운의 해에 시민들의 어깨마저 늘어지게 만드는 것은 대단한 결례다. 새해 첫날부터는, 주위의 상황이 아무리 급변한다 해도,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심기일전(心機一轉)의 각오로 시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선물해 주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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