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기술, 우리가 먹고사는 거의 모든 것
농업기술, 우리가 먹고사는 거의 모든 것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2.30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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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1만 년 전의 농업혁명과 18세기의 산업혁명, 오늘날의 인터넷 기반 정보혁명을 거대한 3가지 물결로 보았다. 이들을 통해 인류는 살아가는 방식과 생각의 범주를 바꿀 수 있었다. 특히 농업혁명은 인류가 야생동물에서 벗어나 문화와 문명을 이루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씨앗을 심고 기다리면 같은 장소에서 많은 양을 수확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이를 더욱 효율적으로 실행하려는 생각에서 농업기술이 출발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먹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고 싹트는 조건, 재배상 최적화된 관리, 수확과 저장, 먹기 편하도록 만드는 방법이 정립되었을 것이다. 농업기술의 발달로 안정적인 먹거리가 확보되어 정착생활이 시작되면서 인구가 늘어나고 공동체가 생기고, 여분의 먹거리를 교환하면서 시장이 만들어졌다. 이렇게 농업기술의 발달은 개인이익의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인류문명의 근간이 되는 시장과 사유재산의 축적, 문화와 정신세계를 이루게 된 것이다.

베르베르는 ‘신’이라는 소설에서 농업은 인간에게 다른 동물에 없는 ‘미래’라는 개념을 주어 죽음과 그 후의 영생을 상상하게 하여 정신세계를 변화시키고 종교를 탄생시켰다고 적었다. 이같이 농업기술의 발달은 인류가 먹고사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이다. 현재진행형이고 미래에도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농업이 없는 미래는 보장될 수 없다. 이에 새로운 10년의 출발점인 2020년을 앞두고 1993년 UR(우루과이라운드) 이후 지금까지 울산농업기술센터가 농업기술 발전에 기울여 온 흔적을 더듬어 본다.

울산농업에서 큰 축을 차지하는 것 중에 소득비중이 가장 높은 것은 한우다. UR로 생우(生牛)까지 수입된다며 망연자실하고 있을 때 센터는 초음파 육질판정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해 2000년에 완성했다. 현재는 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육질의 차별화를 이룬 덕분에 한우는 농가의 최고소득원으로 자리매김했다. 1992년 봄에 울주군 농촌지도소에서 시작했던 ‘배꽃축제’가 지금은 가을에 울산원예농업협동조합에서 ‘배 축제’로 커져 시행되고 있다.

1998년부터 시작한 ‘농업인의 날’ 행사도 센터에서 6회까지 하다가 올해 22회에는 농업인과 시민이 함께하는 축제로 자랐다. 2016년에는 건강한 간식거리 개발을 위해 ‘바로맛콘’이라는 찰옥수수로, 2017년에는 쌀 품질의 차별화를 위해 ‘미호지움’이라는 브랜드로 도전한 끝에 성과를 내고 있다. 겨울의 대표채소인 부추의 품질 고급화를 위해 미생물과 클로렐라 배양 등 다양한 농업기술을 보급해 서울 시장에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울산배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①미국 수출 배의 과피 얼룩으로 입었던 막대한 손실과 국제 신뢰관계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이산화염소 활용 기술 개발로 2마리 토끼를 다 잡는 데 성공했다. ②소비자가 원하는 작고 안전하고 맛있는 황금배를 ‘황금실록’이라는 브랜드로 육성, 기존 신고배보다 3.8배나 높은 소득을 올려 새로운 배 시장을 개척하는 데 성공했다. ③유망한 국내육성 배 품종인 ‘황금’ ‘그린시스’ ‘조이스킨’의 조기 확대보급을 위해 농업인을 중심으로 ‘울산 우리 배 연구회’를 결성, 지속발전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와 같은 공적이 인정되어 울산시농업기술센터는 농촌진흥청이 주는 ‘최우수 농업기술 보급 기관상’을, 김경상 과수담당은 기술보급 경진 최우수상을 당당히 수상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2019년 울산시정 베스트’에는 태화강국가정원도 선정되었다. 태화들, 태화강대공원, 태화강지방정원, 태화강국가정원이 되기까지 농업기술센터는 해마다, 늘 같은 곳에서 묵묵히, ‘봄꽃 대향연’과 ‘(가을) 국향’을 준비해 왔고 올해로 13년의 역사를 써 왔다.

농업기술의 보급을 확산시키기 위해 농업인과 귀촌인 등을 대상으로 세미나, 시범사업 현장 컨설팅 등 다양한 방법으로 연간 2만 회 정도 의 노력도 기울여 왔다. 이처럼 울산의 농업문화, 농업기술, 농업인소득 향상의 첫 출발에는 늘 농업기술센터가 함께 해 왔다. 농업기술은 새로운 10년의 시발점인 2020년에도 변화의 선두에 서 있을 것이다.

윤주용 울산시농업기술센터 소장·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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