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결코 용서하지 않는다’
‘자연은 결코 용서하지 않는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2.3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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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지누’가 2000년 5월 발표한 ‘엉뚱한 상상’이라는 노래가 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하는 이 노래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어쩌면 안 올지도 몰라 너무 조바심 내면, 하늘은 착하게 사는 곳에만 축복을 내려줄 거라 하지.” 2019년 성탄절이 지나고, 이제 곧 2020년을 맞이한다. 필자는 환경을 연구하는 입장에서 한 해를 돌아보고자 한다.

올해는 불법폐기물 투기(매립) 뉴스로 시작되었던 것 같다. 자격이 없는 업자가 폐기물 수거·처리 사업자등록을 낸 다음 타인의 창고나 공장을 임대한 후 그 안에 막대한 양의 폐기물을 방치하거나 인근 야산 또는 개활지에 야적·방치한 후 잠적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었다.

이러한 폐기물들이 방화나 자연발화로 화재를 일으켜 인근지역들을 위험한 상황에 빠뜨리고, 연소 과정에서 발생한 유독가스가 주변 주민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 사례도 수차례 발생했다. 정말 큰 문제는, 폐기물 불법처리 문제가 일부 지역이 아닌 전국의 문제이며, 그 규모가 정확히 파악되지도 못한다는 것이었다.

다음은 플라스틱 문제다. 우리 주변의 수많은 생필품 중에는 매우 다양한 형태의 플라스틱이 사용된다. 이렇게 사용된 플라스틱이 제대로 수거·재활용되지 않은 채 자연에 버려짐으로써 대양에는 쓰레기섬이 생겼고, 멸종위기 동물을 포함한 수많은 해양생물들이 플라스틱 때문에 생명에 위협을 느끼거나 생명을 빼앗겨야 했다. 특히 미세플라스틱은 자연에서 분해되지 않고 다양한 생물의 체내에 축적되어 생명에 위협을 가하고, 우리 인간에게도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미세먼지는 올해도 문제였다.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원인이 국외 영향이 큰지, 국내 영향이 더 큰지는 계절에 따라 차이가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외부에서 유입된 대기오염물질과 지역에서 배출된 대기오염물질이 정체된 대기상태에서 축적되는 것이 그 원인이다.

이는, 외부적 요인은 외교적 해결이 아닌 우리의 의지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렵지만, 국내적 요인은 대기오염물질 저감으로 일부는 개선할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대기오염물질의 발생은 기본적으로 화석연료 에너지의 사용량에 비례한다. 향후, 정확한 통계가 나와야 판단할 수 있겠지만, 에너지 사용량과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줄었는지는 미지수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여러 현상 역시 문제였다. 기후변화로 나타나는 현상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것은 큰 문제다. 여름철 북극 빙하의 면적은 급격히 줄었고, 아이슬란드의 빙하 역시 빠른 속도로 사라지는 등 기후변화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증거가 지구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의 발생 빈도와 강도 역시 꾸준히 증가해 기후변화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그러자 기후변화를 ‘기후위기(climate crisis)’라고 부르면서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이 동일한 상태)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그런 지금, 과연 에너지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은 얼마나 줄었을까?

이밖에 여러 가지 환경문제들이 있지만 필자는 위의 내용들이 현재 가장 심각한 환경문제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는 있지만, 일부 계층의 노력만으로 충분한지에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TIMES지에 ‘2019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스웨덴 출신 16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최근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세계 정상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은 헛된 말로 저의 꿈과 어린 시절을 빼앗았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운이 좋은 편에 속합니다.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죽어가고 있어요.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대멸종이 시작되는 지점에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전부 돈과 끝없는 경제성장의 신화에 대한 것뿐입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이 이야기는 꼭 기후변화만이 아닌, 모든 환경문제에 적용된다. 아울러 모든 환경문제에서 우리는 피해자이면서 가해자라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의 행동은 지금 당장의 환경과 미래의 환경을 보존할 수도, 파괴할 수도 있다. 즉 우리는 현재와 미래 세대의 꿈과 희망을 지킬 수도, 빼앗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환경문제의 개선을 위해서는 친환경적인 생활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얼마 전 울산을 방문한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은 과거 프란체스코 교황에게서 들은 말씀이라며 이런 말을 전했다. “신은 언제나 용서하고, 사람은 때때로 용서하지만, 자연은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 참 무서운 말이다. 자연은 우리 인간에게 생존을 위한 모든 것을 제공하지만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고 파괴하는 행위를 계속한다면, 자연은 절대 인간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한 해가 마무리되는 지금, 우리의 행동을 되돌아보자. 하늘은 착하게 사는 곳에만 축복을 내리고, 자연은 절대 용서하지 않으니, 이제 우리 조금씩만 편안함을 내려놓고 생활방식을 바꿔보자. 현재와 미래의 우리와 후손들을 위해….

마영일 울산발전연구원 환경안전연구실·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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