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포조선 노사 잠정합의…‘유종의 미’ 기대
미포조선 노사 잠정합의…‘유종의 미’ 기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2.26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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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규 전통을 23년 만에 깨기도 했던 현대미포조선 노사가 26일 올해 임금협상안에 잠정합의함으로써 연내 타결의 기대감을 높였다. 노사는 26일 울산 본사에서 30차 교섭에 나선 끝에 기본급 4만7000원 인상, 경영위기 극복 격려금 100%, 노사화합 격려금 150만원, 중대재해 제로 달성금 100만원 지급을 뼈대로 하는 2019년 임금협상안에 잠정합의했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전체 조합원(2천114명)을 대상으로 하는 30일의 노조 찬반투표다.

지금 이 시점에 주목할 것은 미포조선 노사가 서로 한 발짝씩 물러서는 ‘양보의 정신’을 최대한 발휘했다는 점이다. 노사는 지난 5월 31일 첫 상견례를 가진 이후 29차례나 교섭을 벌였으나 서로 견해 차이가 커서 난항을 겪어야 했다. 대치를 이어가던 노사는 극한상황에 몰리기도 했다. 지난 10월 11일 노조가 부분파업 카드를 빼듦으로써 무분규 파업의 자랑스러운 전통이 23년 만에 깨지고 만 것이다. 설상가상, 같은 달 31일 치러진 노조 집행부 선거를 통해 새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어두운 전망이 짙어졌으나 세밑에 접어들면서 분위기는 밝은 전망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그렇다 해도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다. 조합원 총의가 ‘찬성 우세’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때 현대미포조선 노조 조합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30일의 조합원 찬반투표를 우려 반, 기대 반의 심경으로 지켜보고 있을 시민들의 마음속을 잠시라도 한 번쯤 꿰뚫어 봐 달라는 것이다.

노사 잠정합의안에는 또 다른 결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경영성과금 연말 지급, 사내근로복지기금 10억원 출연, 직무환경수당 인상, 임금체계 개선 노사공동위 구성, 고용안정 및 사내협력사 처우개선 노력이 그것이다. 노조 집행부의 뒷심과 사측 인내심의 합작품이라 해서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돋보이는 것은 노조의 양보 전술이다. 이는 필시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전술과 맞물려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종 결판의 칼자루는 전체 조합원 2천114명이 쥐고 있다. 오는 30일 드러날 ‘최종결판’이란 단어는 ‘임금협상안 연내 타결 여부’의 동의어나 다름없다. 그러기에 온 시민과 전국 노동계의 시선은 미포조선 조합원 찬반투표에 쏠릴 것이 분명하다. 조선 수주 실적이 상승곡선을 그리는 이 시점, 가장 절실한 것은 전체 조합원들의 지혜로운 판단이 아닐까 한다. 해를 넘기는 것은 미포 앞바다 수평선 너머의 ‘지는 해’에 그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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