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용 칼럼]정주여건 개선을 위한 특단대책이 필요하다
[김종용 칼럼]정주여건 개선을 위한 특단대책이 필요하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2.26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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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정부는 서울 서초구에 있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충북 진천·음성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153개 대상기관의 이전을 모두 마무리한다고 발표했다. 153개 공공기관의 이전 현황을 보면 혁신도시 112개, 세종시 19개, 개별이전 22개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울산을 비롯한 전국 혁신도시 10곳의 153개 공공기관에는 약 4만2천명이 종사하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①강원(12개 기관/6천118명) ②충북(11개 기관/3천116명) ③전북(12개 기관/5천300명) ④광주·전남(16개 기관/6천923명) ⑤경북(12개 기관/5천561명) ⑥대구(10개 기관/3천122명) ⑦경남(11개 기관/4천80명) ⑧울산(9개 기관/3천179명) ⑨부산(13개 기관/3천262명) ⑩제주(6개 기관/703명) 등이다.

울산에서 새로 터를 잡은 공공기관 중 근로안전 분야에는 △근로복지공단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국립재난안전연구원 등 5개 기관이 있다. 또 에너지 분야에는 △에너지경제연구원 △한국동서발전(주) △한국석유공사 △한국에너지공단 등 4개 기관이 있다.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완료는 2003년 정부가 기본구상을 발표한 이후 16년 만이다. 정부는 혁신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정주여건 개선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그런데 ‘정주여건’은 정부와 혁신도시가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풀어야할 과제이다.

2015년 3월부터 울산시민이 된 필자의 눈에 매년 겨울 떼까마귀 수만 마리가 태화강 삼호대숲 일대에서 월동하는 모습은 참으로 경이롭고 신기하다. 까마귀류는 새 중에서 가장 영리한 새로 알려져 ‘날아다니는 원숭이’라는 별명도 있다고 들었다.

어느 조류학자가 떼까마귀가 매년 겨울 울산을 찾는 특별한 이유가 뭔지 알아보는 연구를 했다. 그 결과 ‘편안한 잠자리와 풍부한 먹이, 포식자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조건’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한마디로 울산은 떼까마귀들에게 최고의 ‘정주여건’이 갖춰진 지역이다. 그러니까 오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매년 겨울에 알아서 찾아오는 것이다.

필자는 현재 아내와 자녀 3명(딸·아들·아들)이 경기도 군포에 살고 있어서 2015년 3월부터 4년9개월째 주말부부 생활을 하고 있다. 종종 울산에 사는 분들이 “비용도 많이 들고 힘든 주말부부 생활을 왜 하냐”고 물어온다. 필자는 아내가 경기도 광주의 공공기관에 다니고 있고, 2015년 당시에는 자녀들이 중·고·대학생이어서 울산으로 올 형편이 못 되었다.

지금은 세 자녀 모두 대학생(군대 1명 포함)이지만 아내는 계속 직장생활을 하고 있어서 울산으로 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필자의 추측이지만, 울산으로 이전한 9개 공공기관의 종사자 3천179명 가운데 50% 이상이 나와 비슷한 처지일 것이다.

공공기관 종사자들은 대부분 대학졸업 이상의 학력을 갖추었고, 필자가 속한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연구직급에 종사자는 100%가 석·박사 이상이다. 그렇다면 울산으로 이전한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하루라도 빨리 울산을 ‘제2의 고향’으로 삼을 수 있게 하는 방안은 없을까? 필자는 해마다 겨울이면 울산을 찾는 떼까마귀처럼 ‘정주여건’을 전국에서 최고로 좋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떼까마귀처럼 특별히 청하지 않아도 알아서 울산으로 오지 않겠는가.

울산 이전 공공기관 종사자의 상당수는 부산에서 출·퇴근을 한다. 울산시는 이런 현상이 왜 생겼는지 주의 깊게 생각하고, 더욱더 세심하게 챙길 필요가 있다. 울산으로 오기 전에는 시에서 뭐든지 다 해줄 것처럼 이것저것 약속도 많이 했는데, 솔직히 피부로 느껴지는 시책은 별로 없다.

공공기관이 울산으로 이전했다고 종사자 모두가 울산시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분들이 울산을 새로운 삶의 보금자리로 여기고 진정한 울산시민이 되려면 1%의 우연과 99%의 울산시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종용 에너지경제연구원 지역에너지연구팀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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