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매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9.03.09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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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이 왔고 새 학기가 시작되는 봄이 되었음에도 울산은 개학 초부터 햇빛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고 추적추적한 날씨로 다시 겨울이 된 듯하다. 대공원에 매화꽃이 활짝 핀 것을 보면 이미 봄은 와 있다. 봄은 매화로 부터 시작 한다. 봄꽃이 많지만 사람들은 겨울의 절정에서부터 봄을 기다리듯 매화를 기다린다.

매화는 서리와 눈을 두려워하지 않고 언 땅 위에 고운 꽃을 피워 맑은 향기를 뿜어낸다.

추위를 이기고 가장 먼저 피는 꽃이기에 그 耐寒性 (내한성)을 높이 산 것이다.

꽃의 아름다움을 논할 때는 꽃의 자태와 향의 아름다움을 보지만 꽃의 생리적 특성을 함께 본다. 꽃을 보고 사람의 품성을 비유하며 감상하기에, 운치와 품격을 가진 꽃의 정신을 더욱 귀하게 여기는 것이다.

삼국시대에 중국에서 건너온 꽃으로 이 꽃만큼 우리 풍토에 깊이 뿌리를 내려 우리 민족으로부터 사랑받았던 꽃은 드물다. 수많은 시의 소재로 등장했고, 화폭의 주제가 되기도 한다.

옛 선비의 집에 매화나무 한 그루는 정원에 반드시 있었을 것이고, 족자든 병풍이든 매화 한 폭 없는 집이 없었을 것이다. 그 만큼 우리 선조들은 매화를 닮고 싶어 했다.

溪邊粲粲立雙條(계변찬찬립쌍조) 시냇가에 아름다운 매화 두 가지가 피었는데

香度前林色映橋(향도전림색영교) 맑은 향은 앞 숲에 이르고 고운 빛깔은 다리 아래 미치네.

未?惹風霜易凍(미파야풍상이동) 바람이 일고 서리에 쉽게 얼까 두렵지는 않으나.

只愁迎暖玉成消(지수영난옥성소) 다만 근심스럽네, 따뜻함에 옥 같은 꽃 시들까.

매화사랑이 지극하셨던 퇴계 이황의 시다.

아름다운 매화 성근 두 가지는 앞의 숲 냇물의 다리와 더불어 한 폭의 그림이다.

이 시에는 매화의 색과 향이 다 있다. 색은 눈을 즐겁게 하고, 향은 마음을 기쁘게 한다.

바람과 서리에 쉽게 얼까 두려워하지 않음은 매화의 초연한 기골에 대한 신뢰가 가득하고 따뜻한 기운을 맞아 꽃이 시들까 가슴 졸이는 염려는 매화사랑의 애뜻함을 보여준다.

세상에 어느 꽃인들 아름답고 귀하지 않은 꽃이 있겠느냐마는 옛 사람들은 다른 꽃과 비교하여 매화의 귀함을 몇 가지로 이야기한다.

이런 분별하는 마음이 시인묵객들의 놀이이고 문화였으리라. 그것을 함께 생각해보는 것도 후손들에게도 재미있는 놀이가 되고 누리는 복이니 고마운 유산이다.

첫째, 희소한 것을 귀하게 여기고 번성한 것은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

귀하다는 말의 사전적인 뜻은 많지 않은 것이다. 매화나무의 가지에 피는 꽃은 또롱또롱 야무지고 단정한 꽃을 피워낸다. 이런 비교가 좀 뭐하지만 모양이 비슷한 벚꽃을 보면 온 가지에 꽃을 간격을 두지 않고 번성하게 달고 있다.

둘째, 나무의 늙은 모습을 귀하게 여기고 연약한 것은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

연약해서야 어찌 늙도록 살아 있을 수 있겠는가. 늙은 매화나무는 범상치 않는 품격을 가지고 있으며 그 향이 무척 깊다. 그래서 나이가 든 사람이 왕성한 활동을 할 때 “고매에 꽃이 피었다”는 표현을 한다.

셋째, 마른모습을 귀하게 여기고 비만한 것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

매화나무 둥치는 가는 편이다. 마른나무가 추위를 이기고 눈 속에서 똘망한 꽃을 피우고 있는 모습을 떠올려 보시라, 그림이다.

넷째, 꽃봉오리를 귀하게 여기고 꽃이 활짝 피어 있는 것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

꽃잎을 환하게 활짝 피어있는 꽃들의 겸손한 모습도 사랑스럽지만 매화의 단아함과 고고함은 활짝 다 벌어지지 않음에 있다.

우리가 나무를 이야기하고 꽃을 논할 때 그것이 가지고 있는 정신을 함께 본다.

매화 같은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네 가지 귀함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다.

/ 장금란 신정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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