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부진부터 탈울산 행렬까지… 얼어붙은 울산경제
수출 부진부터 탈울산 행렬까지… 얼어붙은 울산경제
  • 김지은
  • 승인 2019.12.22 20: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9 울산 경제 결산
올해 울산지역 경제는 전반적으로 우울한 성적표를 받았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에 일본 수출규제까지 겹치는 등 경제 불확실성 지속에 수출 실적이 부진했으며, 좀처럼 개선되질 않는 경기 탓에 소비심리도 얼어붙었다. 고용 상황 역시 질 좋은 일자리라고 불리는 제조업 취업자가 43개월째 내리막을 걷고 있는 가운데 임시직과 자영업자들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시민들은 실업자로 전락하거나 타 지역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반영되면서 탈울산 행렬은 47개월째 이어졌다. <편집자주>

◇올해 수출액 감소 전환… 유가 약세 · 글로벌 경기 부진

올해 울산의 1~10월 총 수출액은 582억1천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1% 낮은 수준이다.

울산의 수출은 상반기에 전국 최대 수출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호조를 보여왔다. 그러나 7월, 5개월 만에 감소로 전환한 수출액은 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올해 누계 수출액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올해 1~10월 수출을 5대 주력 품목별로 보면 자동차와 선박 수출이 지난해보다 증가한 반면, 석유제품, 석유화학제품, 자동차부품은 감소를 기록했다.

석유제품 수출액은 157억6천400만 달러로, 지난해 1~10월보다 12.8% 감소했다.

석유제품은 국제유가가 하락한 가운데 미국 원유재고 증가, 중국, 베트남 등의 정제설비 증설 등에 따른 수출단가 하락과 수출물량 감소 등의 영향으로 5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석유화학은 73억4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 줄었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에 따른 중국의 수요 부진 등의 영향으로 수출단가가 하락하고 기저효과 등에 기인해 5개월 연속 수출 감소를 기록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은 27억2천800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0.1% 감소했다.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과 베트남으로의 수출이 호조를 보였지만, 인도, 중국, 유럽 등으로의 수출이 부진했다.

반면 자동차(145억5천600만 달러)와 선박(51억1천800만 달러)은 각각 18.3%, 16.5% 늘었다. 자동차는 최대 수출시장인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의 SUV 및 친환경차 판매 호조,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등 신흥시장으로의 수출 증가에 힘입어 16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수출 증가를 기록하고 있다.

10월 기준 울산의 지자체별 수출 순위는 경기, 충남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유가 약세 및 글로벌 경기 부진 등으로 울산의 수출은 당분간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질 좋은 일자리 대신 단기 일자리↑… 고용 불안에 탈울산 행렬도 47개월째

울산의 고용률이 오르고 실업률이 줄어드는 등 고용 지표가 최근 들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질 좋은 일자리 급감으로 인한 단기 일자리 증가 및 취업 활동 없는 인구 증가 등이 전체 고용을 높이는 착시 현상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울산의 제조업 취업자는 조선업 등 구조조정 여파로 2015년 5월부터 지난달까지 43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제조업 취업자가 급감한 대신 자영업 쏠림현상에 임시직 비율이 높게 형성되는 등 고용의 질이 급락하는 상태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고용률은 취업자를 15세 이상 인구로 나눠 계산하는데, 울산의 15세 인구는 지난해보다 계속적으로 감소하면서 고용률이 오르는데 영향을 미쳤다.

특히 비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난 것도 고용률을 올리는데 한몫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만 15세가 넘은 인구 가운데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사람, 즉 일할 수 있는 능력은 있으나 일할 의사가 없거나 일할 능력이 없는 사람을 뜻한다.

이 같은 고용 불안에 타 지역으로 일자리를 구하러 떠나는 인구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탈울산’ 행렬은 2015년 12월(-80명)부터 시작해 2015년, 2017년과 지난해 그리고 올해 10월까지 47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 지갑 ‘꽁꽁’… 민간소비 줄면서 소비자물가는 10개월째 감소

끝없는 경기 불황에 울산지역 소비자들의 지갑도 한 해 동안 닫혀 있었다.

울산지역 소비자들의 경제상황에 대한 종합적 인식을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지난달 95.2를 기록, 20개월 연속 기준치 100을 밑돌고 있다.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건 소비자물가에도 반영됐다. 울산의 소비자물가는 올해 2월(-0.4%) 통계가 작성된 1990년 이후 처음 떨어진 데 이어 10개월 연속 하락세에 머물렀다. 소비자물가가 10개월째 하락하는 것은 전국에서 울산 뿐이다.

주력산업의 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등의 영향으로 지역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아버리면서 소비자물가가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소비자물가가 이처럼 하락한 데는 농·축·수산물과 석유류의 가격 하락세가 지속된데다 서비스물가 상승세가 둔화된 영향이 크다.

이는 기상여건 호조에 따른 영향도 있지만, 지역경기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으면서 민간소비가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울산에서는 자영업자를 비롯한 음식업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폐업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역 자영업자는 최근 5년(2013~2018년)간 9만명에서 8만1천명으로 줄어들며 10.0%의 감소율을 보였다.

지역 자영업은 영세화, 고령화와 함께 전통서비스업(음식숙박업, 도소매업)에 편중되는 현상으로 전국에 비해 구조적으로 취약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지역 산업 전반이 불황에 허덕이면서 지역 소비자물가가 연속 감소세를 기록, 디플레이션 우려 현상까지 빚어진 바 있다.

◇부동산시장 회복세·조선업 수주 개선에 내년 경제 반등 기대

올해는 부진한 성적표가 가득했던 반면, 최근 들어 경기 개선에 대한 전망이 나오고 있어 내년에는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먼저 2년6개월 연속 감소하던 아파트값이 최근 들어 증가로 전환, 지역기반산업 침체 여파로 추락했던 주택시장의 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12월 셋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울산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14% 상승했다. 울산의 아파트값은 바닥을 쳤다는 인식과 조선경기 회복 기대, 원정 투자 수요 증가 등으로 9월 넷째 주부터 13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월간으로도 두 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울산의 주택 매매가격은 지난 10월 35개월 만에 상승 전환한 뒤 11월까지 두 달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앞서 울산의 월간단위 주택가격은 2016년 12월(-0.04%)부터 올해 9월까지 34개월간의 하락세를 멈추고 10월(0.04%) 35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올해 들어 울산의 주택 매매가격은 1월 -0.67%, 2월 -0.43%, 3월 -0.43%에 이어 4월 -0.55%로 최저점을 찍더니 5월 -0.39%, 6월 -0.37%, 7월 -0.31%, 8월 -0.26%, 9월 -0.19% 등 5개월 연속 하락폭이 줄어들면서 10월 플러스로 전환했다. 지난달 울산지역 주택 매매가격 상승 폭은 전달보다 확대됐다.

아울러 조선업 수주 상황 개선에 따른 지역경제 회복 기대감으로 지역 아파트 분양 경기에 대한 전망치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달 울산의 분양경기실사지수(HSSI) 전망치는 전달보다 6.6p 상승한 114.2를 기록했다.

이는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대치이자, 기준선(100)을 웃돌아 부정적인 인식보다 긍정적인 인식이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최근 들어 아파트값을 중심으로 한 긍정적인 경제 지표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내년 울산 경제에 기대감이 실리고 있다.

BNK금융경영연구소 동남권연구센터는 최근 ‘동남권 경제전망’ 보고서를 내고 내년 울산·부산·경남 경제 성장률을 2.1%로 전망했다. 2%대 성장률 전망은 8년 만이다.

이 지역 경제성장률은 2017년 0%, 지난해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올해부터 제조업 업황 개선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연구소 분석이다.

연구소는 조선과 자동차 업황 개선이 뚜렷한 가운데 철강과 기계 업종도 완만하게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선업은 높은 실적을 기록했던 지난해 수주물량이 본격적인 건조 단계에 들어가면서 생산 증가폭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높은 점유율을 보이는 LNG선의 대규모 발주가 예정돼 있고,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에 따른 발주량 확대도 기대된다.

현대차의 친환경 차 판매 증가와 신차 라인업 강화에 따른 내수 시장 회복에 힘입어 지역 자동차 업계도 업황 개선이 뚜렷할 것으로 연구소는 기대했다.

김지은 기자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