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떠나자, 고래관광열차로
자~떠나자, 고래관광열차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2.2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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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금융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K씨는 고심 끝에 가족여행지를 고래의 고장 울산으로 잡았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과 아들이 인터넷에서 만화영화를 본 뒤 고래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는 탓도 있었다. K씨는 호기심 가득한 아이들에게 수족관이 아닌 바다에서 고래를 만날 수 있는 곳은 울산이 거의 유일하고, 고래에 관한 문화를 눈으로 보고 체험도 수 있는 곳이 울산이라고 귀띔해 주었다.

주말 이른 아침 서울역에서 KTX열차를 타고 2시간30분 만에 울산역에 내린 K씨 가족은 첫 번째 여행지로 역에서 가까운 반구대를 찾았다. ‘천년고도 경주와도 안 바꾸겠다’는 울산의 자존심 반구대암각화는 선사시대의 생활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세계적인 유산이다. 바위에 새겨진 그림 하나하나가 시선을 사로잡았고, 그중에서도 고래의 모습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국보로도 지정된 반구대암각화는 울산 고래의 역사가 수천 년의 숨결을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시켜 주는 문양이었다. 오랜 세월의 물고문으로 바위그림의 형체는 많이 흐릿해졌지만, 고래 그림만은 오히려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 가까운 암각화박물관에 들러 반구대 일대가 고래뿐만 아니라 공룡의 역사도 간직한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왔던 독특한 흔적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K씨 가족은 두 번째 행선지인 태화강역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출발하는 고래관광열차를 타면 장생포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고래 모습을 형상화한 고래관광열차는 태화강역~울산항역 4.6km 구간을 운행하는 관광전용열차다. 화물운송 전담 철로의 효용가치가 사라지면서 관광용으로 개조한 고래관광열차는 울산관광의 핫 아이템으로 급부상하고 있었다. 10여분 남짓 달리는 고래관광열차는 이미 관광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 철길 옆으로는 산업도시의 상징인 공장들이 즐비해 또 다른 볼거리를 만들어 주었다.

시간이 너무 짧아 아쉬웠던 고래관광열차를 뒤로하고 세 번째 행선지인 장생포로 발걸음을 옮겼다. ‘강아지도 만 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녔다’는 장생포는 한때 포경전진기지로 성황을 이루었지만, 포경이 금지된 이후로는 점차 쇠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그랬던 장생포가 고래문화의 전진기지로 탈바꿈하면서 다시금 옛 영광과 번성을 누리고 있었다. 고래를 테마로 한 고래바다여행선이 물살을 가르고, 고래박물관과 고래생태체험관에 이어 고래문화마을까지 속속 들어서면서 장생포가 다시 고래처럼 꿈틀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수년전부터 운항하는 고래바다여행선은 울산 앞바다로 나아가 고래를 구경하는 여행선이다. 거친 바다를 힘차게 유영하는 고래의 모습을 딸과 아들이 직접 보는 것만으로도 울산을 찾은 보람이 클 거라 생각했다. 이 배를 타고 고래를 직접 관찰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소식을 이미 전해들은 바 있어 조마조마했지만, 고래를 보고 기뻐할 딸과 아들을 생각하니 꼭 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항해를 시작한 지 1시간 30분쯤 지났을까, 사람들이 갑판위로 몰려나가기 시작했다. 마침내 한 무리의 고래 떼가 시야에 잡혔다. 물속으로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하는 고래의 모습은 영화 속 고래와는 비교할 게 못 되었고, 한마디로 장관이었다. 고래를 바라보는 가족들의 웃음은 여행의 피로를 한꺼번에 씻어주었고, 울산으로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장생포 관광을 마친 K씨 가족은 네 번째 행선지인 태화강국가정원으로 향했다. 순천만에 이어 두 번째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이곳은 대숲과 강, 나무와 꽃이 어우러져 지상낙원이나 다름없었다. 곧 이어 태화강국가정원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남산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남산타워에서 울산 시가지를 감상하고는 짚라인을 타고 다시 태화강국가정원으로 내려왔다. 산에서 강으로 내려오는 짚라인 타기는 아찔했지만 신나고 즐거웠다. 울산의 새로운 명물로도 손색이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K씨 가족의 울산 관광 이야기에는 2019년 현재와 머지않은 미래에 다가올 울산의 새로운 관광명소를 미리 체험해본 가상의 이야기가 혼재되어 있다. 이 모든 관광의 밑그림에는 필자가 올 한해 의정활동을 하면서 주장한 이야기도 함께 담겨 있다. 고래관광열차와 남산타워, 그리고 짚라인이 관광 울산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새로운 크레인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안수일 울산광역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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