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생존보다 상생의 길을 찾자
독자생존보다 상생의 길을 찾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2.19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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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수신문이 2019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를 뽑았다. 전국의 대학교수 1천46명을 대상으로 이메일과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로, 분열된 한국 사회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 같다.

공명지조(共命之鳥)는 상상의 새다. 아미타경(阿彌陀經), 잡보장경(雜寶藏經) 등 불교의 여러 경전에 등장한다. 줄여서 공명조(共命鳥)라고 하는데, 목숨(命)을 함께(共)하는 새(鳥)라는 의미다. 두 생명이 서로 붙어 있어 상생조(相生鳥) 또는 공생조(共生鳥)로 불리기도 한다.

히말라야 기슭이나 극락에 살며, 목소리가 아름답다. 몸 하나에 두 개의 머리를 가졌다. 한 머리는 낮에 일어나고 다른 머리는 밤에 일어난다. 허나 이 둘은 한 몸이면서도 성질이 달랐다. 몸은 하나인데 마음이 둘인 셈이다. 그래서 서로 으르렁거리며 자주 싸웠다고 한다.

한데 한 머리는 몸을 위해 항상 맛있는 열매를 혼자만 챙겨 먹었다. 이에 질투심을 느낀 다른 머리는 어느 날 독이든 과일을 몰래 먹고 결국 독이 온몸에 퍼져 둘 다 죽고 말았다. 목숨을 공유하는 ‘운명공동체’임을 망각한 채 상대를 공격하다 벌어진 일이었다.

이 얼마나 어리석고 무모한 짓인가. 이처럼 공명지조(共命之鳥)는 어느 한쪽이 없어지면 자신만이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러다간 모두 공멸하게 된다는 뜻이다. 즉 ‘상대방을 죽이면 결국 함께 죽는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공명지조(共命之鳥)는 ‘비극의 새’다.

우리의 현실을 보면 국가와 국민, 정치권의 여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공멸은 바로 탐욕에서 시작된다. 탐욕의 배를 두드리는 것은 결국 모두에게 비수가 될 수밖에 없다. 탐욕의 위험은 상대에게만 머무는 게 아니다. 종국에는 그 화살이 자기를 향한다. 현재의 정치권을 보면 서로 분열된 상태에서 타협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고 그냥 끝없는 진영싸움만 계속하고 있다. 여기에다 국민들까지 편싸움에 동조해 쫙 갈라졌다. 두 머리인 진보와 보수가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산다는 식의 대결을 펼치고 있다. 우리사회의 대단히 심각한 이념의 분열 증세를 보이고 있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공명지조(共命之鳥)처럼 어느 한쪽이 사라지면 자신들은 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공멸하게 된다는 ‘운명공동체’의 의미를 망각해서는 안 된다.

이에 올해의 사자성어를 공명지조(共命之鳥)를 뽑은 교수들은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좌우 대립이며 진정한 보수와 진보를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정치가 좌우로 나뉜 것은 그렇다고 치고 왜 국민들까지 이들과 함께 나뉘어서 편싸움에 동조하고 있는지 안타깝다”, “지도층이 분열을 해결하기보다는 이용하고 고착화하려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국익보다 사익을 위한 정쟁에 몰두하는 듯하다”는 등을 말하고 있다. 결국 대한민국의 분열된 상황은 공동운명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서로를 이기려고만 하고, 자기만 살려고 하는 것은 어느 한쪽이 사라지면 모두 죽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최근 울산이 하명수사니 고래고기 수사니 등으로 최대 이슈의 중심에 서면서 지역 여론도 나눠지고 계속되는 공직자들의 검사소환이 잇따르면서 공직사회도 술렁이고 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진실이 밝혀지겠지만 결론도 나기 전부터 시민들이 분열돼서는 안 된다.

특히나 내년 21대 총선이 다가오면서 정치권의 분열을 더욱 거세지고 있고 선호하는 정치권에 따라 시민들의 패 갈림도 가속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은 결국 좋은 현상이 아니다. 울산시민이든 대한민국 국민이든 모두 운명공동체다. 남을 해하려하면 결국 내가 화를 입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독자생존보다는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이주복 편집이사·경영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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