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파수꾼] 가족생명 지키는 ‘주택용 소방시설’
[안전파수꾼] 가족생명 지키는 ‘주택용 소방시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2.18 22: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화재로 인명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장소는 주택이다. 그러나 한동안은 ‘소방대상물’이 아니라는 이유로 안전관리의 사각지대였다. 신축주택에 주택용 소방시설(소화기, 단독경보형감지기)을 의무화적으로 설치하게 된 것은 2012년 2월부터였고, 5년간의 유예기간도 이미 거쳤다.

하지만, 설치하지 않는다고 처벌하는 규정이 따로 없다보니 설치율은 저조한 편이다. 최근 3년간의 통계를 보면 주택화재는 전체화재의 24%를 차지했고, 매년 화재로 숨진 300명의 47.5%(149명)가 주택화재로 사망했다. 주택이 여전히 인명피해에 취약하다는 얘기다.

주택화재로 인한 인명피해 대부분은 취침 중에 발생한다. 화재를 초기에 감지해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는 ‘단독경보형 감지기’가 그래서 필요하다. ‘소화기’도 화재 초기에는 소방차와 맞먹는 효력을 가진 중요한 소방시설이다.

어떻게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가 우리 가족의 생명을 지킬 수 있을까? 그러나 이는 사실이다. 최근 주택의 단독경보형 감지기 소리를 듣고 지나가던 행인이 화재 신고를 하거나 소화기로 초기진화에 성공한 사례가 많다. 지난 7월 2일 새벽 6시30분쯤 울산시 남구 신정동 다세대주택 2층에서 발생한 화재 때도 그랬다. 타는 냄새와 함께 연기가 나면서 단독경보형 감지기가 울리자 한 주민이 그 소리를 듣고 가정용 소화기 2대로 자체 진화에 성공한 일도 본보기 사례다.

외국에서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가 의무화된 시기는 미국이 1977년, 일본이 2006년이었다. 특히 미국에서는 1977~2012년 사이 화재로 인한 사망률이 40% 이상 줄었다는 통계가 나왔다. 주택용 소방시설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자료다. 지난해 가정설문조사 결과 울산의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율은 36.3%에 그쳤다. 전국 18개 시·도 중 11위, 하위권을 기록한 것이다. 그래서 중부소방서가 지난 9월부터 전국 최초로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 굿딜(Good Deal) 프로모션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주택에 소화기나 감지기 중 하나만 설치하면 나머지 하나는 덤으로 얹어주는 사업이다.

겨울철을 맞아 소방당국은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기준에 관한 조례’의 구·군별 제정을 추진해 취약계층에 대한 무상지원을 늘릴 계획이다. 아울러 △지역 기업-단체의 협업을 통해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를 지원하고 △방송광고와 캠페인, 래핑, 버스정보시스템(BIS)을 활용한 홍보 시책도 펼쳐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처럼 일을 그르친 후에 바로잡는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집집마다 소화기 1대, 단독경보형 감지기 1대로 소중한 가족의 안전을 지키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현승렬 울산중부소방서 예방안전과장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