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도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장르죠”
“전업주부도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장르죠”
  • 김정주
  • 승인 2019.12.17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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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서 여섯 번째 秀미술대전 여는 고동희 한국현대창작예술협회 회장
고동희한국현대창작예술협회 회장.
고동희 한국현대창작예술협회 회장.

‘보타니컬 꽃그림’ 카페가 전국적 협회로

첫 걸음마는 2013년 3월 ‘보타니컬 꽃그림’이란 이름의 네이버카페에서 시작했다. 울산 롯데백화점 문화센터에 강의에 매달리던 무렵의 일이었다. ‘협회’란 이름을 붙인 것은 그 이듬해 4월. 카페 이름을 ‘한국보타니컬미술협회’로 바꾸었다. 창립회원이래야 고작 10명 남짓. 그래도 이들이 그 해 12월에 열린 ‘협회 창립전’ 겸 ‘제1회 협회 공모전’의 마중물 역할을 거뜬히 해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가지가 엄청나게 뻗어난 것. 지난해부터 이름을 ‘한국현대창작예술협회’로 바꾼 것도 그 때문이다. 지금은 분과가 7개로 늘었고, 37곳에 이르는 전국 지부의 회원 수는 근 300명(정회원 약 200명)을 헤아린다. 이런 경우를 두고 세인들은 구약성경의 ‘욥기 8장 7절’을 곧잘 떠올린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

협회 공모전은 올해로 6회째. 그 앞자리는 늘 ‘보타니컬아트’란 장르가 차지한다. 영어 ‘보타니컬(botanical)’은 ‘식물(학)의’라는 뜻의 형용사. ‘식물세밀화’란 말에서도 알 수 있듯 ‘보타니컬아트’의 주제는 언제나 ‘식물’이었다.

사전의 뜻은 ‘식물이나 꽃, 과일, 채소 등을 주제로 하여 다양한 기법으로 정교하게 표현하는 페인팅 예술’. 카메라가 발명되기 전, 식물도감에 수록되는 식물 그림들이 보타니컬아트 기법으로만 그려졌던 과거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지 싶다.
 

2019 秀 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은 곽경作 ‘인디안 옥수수’.
2019 秀 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은 곽경作 ‘인디안 옥수수’.

 

여고때 별명 ‘패션리더’…화사한 차림 즐겨

‘미약’과 ‘창대’ 얘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여성이 있다. ‘식을 줄 모르는 열정의 주인공’인 고동희 한국현대창작예술협회 회장(51)이다. 고 회장을 최근 남구 삼호동의 협회 사무국(서울산새마을금고 삼호지점 3층)에서 만났다. 시선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 것은 짙붉고 화사한 고 회장의 옷차림.

“평소에도 화려한 의상, 무척 좋아하시나 보죠?” “네, 그래요. 제가 하는 작업도 그렇지만 이런 차림, 회원들께서 그런 이미지를 참 좋아하시거든요. 나중엔 남편이 그래요. ‘연예인하고 사는 것 같다’고.”

옷차림과는 달리 말과 몸가짐은 별로 꾸밈이 없다. 짓궂은 질문을 하나 더 던졌다. 옷치장 습관도 천성인가 하고. “소문이 난 건 교복이 자율화된 여고 때였죠. 학교에서 얻은 별명이 뭔지 아세요? ‘패션 리더(fashion leader)’였답니다.” 그러면서 환하게 웃는다.

말머리를 그림 이야기로 돌렸다. 중학생 때부터 너무 좋아했다고 했다. 하지만 작심하고 파고든 것은 햇수로 15년 남짓. 그 속에서도 10년은 수채화에만 매달렸다. 그러다가 방향을 틀었다. 눈길을 문화센터 (전문가 반) 강의 쪽으로 돌린 것.

그래서일까? 외조의 반려자도 가는 길이 다르지 않다. 같은 울산미술협회 회원이면서 동갑내기인 최병화 화백(51)이 그 주역. 남편의 작업실도 협회 사무국 건물의 같은 층에 자리를 잡다 보니 요긴하게 도움 받을 때가 많다. 18일부터 시작되는 두 가지 작품전(‘제6회 한국秀미술대전’ 및 ‘2019 협회 정기전’)만 해도 그렇다. 홍보물의 디자인과 편집, 심사위원 섭외에는 최 화백의 도움이 컸다.
 

2019 한국현대창작예술협회 정기전에 전시될 김은정作 ‘구애’.
2019 한국현대창작예술협회 정기전에 전시될 김은정作 ‘구애’.

 

문예회관 전시 공모·회원 출품작 ‘개성 만점’

18~22일, 울산문화예술회관 제1전시실에서 막을 올리는 두 작품전의 출품작들이 고 회장에겐 의외의 놀라움을 선사한다. 개성과 창의성이 돋보이고 수준이 예상을 뛰어넘은 것. 이 점에는 한국秀미술대전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천원식 작가(한국미술협회 경남지회장)도 견해를 같이한다. 그는 심사후기에서 “보타니컬아트, 감성수채화, 여행스케치, 캘리그라피, 민화, 현대미술 부문에서 다양한 주제의 수준 높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 기뻤다”고 적었다. 여섯 번째 秀미술대전에 대해 “보타니컬아트 단체로는 최대 규모의 등용문”이란 말도 남겼다.

전국공모를 거쳐 이름을 올린 秀미술대전 수상작은 총 184점. 회원들의 출품작 96점을 더하면 모두 280점의 작품이 울산문예회관 1전시장에 걸리게 된다. 두 종류의 전시에는 특유의 색깔도 엿볼 수 있다. 秀미술대전의 경우 수상작들의 주제가 ‘꽃그림’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학을 띠다’란 부제가 달린 회원전(협회 정기전)은 색깔이 더 한층 또렷하다. ‘울산의 조류’를 주제로 삼았기 때문이다. 회원은 전국에 걸쳐 있지만 협회 본부(사무국)가 있는 울산에도 한번 초점을 맞춰 보려는 뜻이 숨어 있다. 지난봄에는 작품 구상에 도움을 줄 겸 울주군 ‘발리동천’에서 울산학춤 창시자이자 협회 고문인 김성수 박사(조류생태학)의 초청특강을 듣기도 했다. 고문직에는 김 박사 외에 김재균 울산대 교수(산업경영학부, 공학박사), 김석곤 서예가(울산미협 수석부회장, 전 울산서도회 회장)도 동참하고 있다.
 

지난 4월 울산도서관 갤러리에서 열린 ‘상춘 한국 아티스트 선정 작가전’(2019.4.7~13)에 참가한 한국현대창작예술협회 회원들. 사진제공=한국현대창작예술협회
지난 4월 울산도서관 갤러리에서 열린 ‘상춘 한국 아티스트 선정 작가전’(2019.4.7~13)에 참가한 한국현대창작예술협회 회원들. 사진제공=한국현대창작예술협회

 

“1급 강사 자격증을 갖춰야 정회원 가입”

한국현대창작예술협회 산하 분과는 뼈대가 여린 ‘이미지메이킹’ 분과까지 합치면 모두 7개. 개설을 서두르고는 있는 이미지메이킹분과는 아직 이론 강의에 머무는 단계다. 그 중에서도 활약이 가장 두드러진 분과는 전국에 14개 지부를 두고 있는 보터니컬아트 분과. 그 뒤를 감성수채화분과(9개 지부)와 여행스케치분과(7개 지부), 캘리그라피분과(3개 지부), 현대미술분과(2개 지부), 민화분과(2개 지부)가 따르고 있다.

그렇다고 회원 자격이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해진 과정(보통 1년)을 이수하고 1급 강사 자격증을 갖춰야 정회원이 될 수 있다. 자격증은 온라인으로도 취득할 수는 있다. “뒤처진 분과도 정상 궤도에 오르면 다시 새로운 분과를 개척할 생각이죠. 물론 지부장 회의를 거쳐 정하겠지만 내년에는 캘리그라피분과와 현대미술분과도 제대로 활성화시킬 생각입니다.” 고 회장의 꿈이 무한대로 뻗어나갈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무한대’는 꿈에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열정과 추진력도 가히 무한대급이다. 분과가 가지를 뻗어나가는 과정이 그런 생각을 더욱 굳혀준다. “보타니컬아트 한 장르만으론 성장이 어렵겠다 싶었죠. 그래서 다양성을 추구하게 되었고, 점차 지평을 넓힐 수가 있었던 거죠.”

수강여성들 ‘전시 참여’와 ‘작가 호칭’ 원해

그는 유행나 시대의 흐름에도 민감하다. 감성수채화분과도 캘리그라피분과도 여행스케치분과도 한창 붐이 일 때 만든 것만 봐도 그렇다. 수강생이나 회원들의 정서를 꿰뚫는 일에도 소홀한 적이 없다. “강의를 듣거나 회원으로 가입하는 전업주부 대부분이 ‘인정’을 받고 싶어 해요. 전시회나 공모전에 참가하고 작가 소리도 듣고 싶은 거죠.” 창작욕구와 성취감이 대세라는 얘기로 들렸다.

배우는 과정이 조금도 어렵지는 않다는 게 확신에 찬 고 회장의 지론. 열심히 하면 6개월만 배워도 웬만한 수준에 오를 수 있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전시는 18일부터지만 정기총회와 시상식·축하식은 22일에 하게 되죠. 전국에서 100명은 참석할 것 같아요.” 이날 고 회장이 어떤 옷차림으로 총회장에 모습을 드러낼지, 벌써부터 관심이 그쪽으로 기운다.

글=김정주 논설실장·사진=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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