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원의 세상보기] 아베 신조와 ‘벚꽃 스캔들’
[성주원의 세상보기] 아베 신조와 ‘벚꽃 스캔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2.16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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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총리의 지지율이 심상찮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장기 집권을 누리고 있는 아베 총리. 연이은 스캔들로 도덕성에 타격을 입으며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다.

그는 2017년, 모리토모 학원(森友?園)의 국유지 헐값 매입 의혹으로 지지율에 큰 타격을 입었다. 2013년, 모리토모 학원이 그의 이름을 딴 초등학교를 지을 때 국유지를 평가액의 약 14%라는 헐값(1억3천400만 엔)에 수의계약으로 인수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당시 학원측은 부지 내 폐기물 처리비 명목으로 1억3천100만 엔을 국가로부터 돌려받아 사실상 거의 공짜로 부지를 확보했던 것.

하지만 아베는 본인의 비리에 대한 관심을 국외로 돌리는 전략을 꾸민다. 2018년에는 일본이 한반도 평화 모드에서 소외되자 북한의 미확인 발사체 문제 등을 강도 높게 비난하며 여론몰이에 나섰고, 올해에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구실삼아 대한민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기에 이른다. 초기에는 지지율이 반등하며 효과가 있는 듯했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이 일본의 반자유주의적 경제 공세를 버텨내고, 국민들도 똘똘 뭉쳐 ‘No Japan’ 운동으로 맞서자 더 큰 피해를 입은 쪽은 일본이 되고 말았다. 그러자 일본 언론들도 아베의 무역보복을 비판하면서 한국과의 화해 목소리도 내기 시작했다.

아베는 최근 또 다른 비리 스캔들로 사면초가의 위기에 몰렸다. ‘2019년 벚꽃을 보는 모임(櫻を見る會)’ 논란 때문이었다. 아베 정부가 세금으로 진행하는 정부의 공식 행사에 개인 정치후원자들을 초청해 불거진 논란이었다. 이 행사는 일본국민이라면 죽기 전에 한번 초대받고 싶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아베 2기 내각이 들어선 2013년부터는 내각 초청 참석자가 갈수록 늘어났고, 2019년에는 전보다 배로 불어난 1만8천 명을 넘어서고 말았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공교롭게도 야당이 참석자 명단 등의 자료를 요청한 날짜와 정부가 참석자 명단을 폐기했다고 발표한 날짜가 모두 똑같이 2019년 5월 9일이었다. 그러자 증거 인멸을 위해 문서를 급히 폐기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내각의 파쇄담당 직원이 장애인이어서 시간적 여유를 두고 파쇄할 수밖에 없었다고 변명한 것도 비난을 받았다.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문서를 폐기하고 다른 부서에 보관된 명단의 공개를 거부하면서도 직원의 장애 여부를 공개한 것 자체가 심각한 모순이라는 비난이었다.

행사에 전직 조직폭력배가 초청받은 사실도 많은 이들의 반감을 샀다. 점입가경으로, 다단계 기업 총수와 유명 유흥업소 직원도 초대받은 사실이 추가로 알려지면서 지지율은 ‘떡락’(=갑작스러운 하락세를 강조하는 신종 인터넷용어)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12일, 규슈의 구마모토 시에서 벚꽃 스캔들 규탄 시위가 전국 최초로 벌어졌고, 일각에서는 이번이야말로 내각 불신임의 호기라는 주장도 펴고 있다. 일본 국민들이 아베를 지지하게 만든 ‘아베노믹스’마저 실패했고, 태풍 파사이와 하기비스에 대한 무능한 대응, 소비세 인상, 수도 민영화, 측근들의 온갖 망언 등으로 일본의 민심은 땅에 떨어진 상황이다.

13일 아베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소식을 밝혔지만 한국과의 실무조율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한일정상회담 일정을 갑작스레 공개한 것은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도 받았다. 아베의 초조함이 고스란히 보이는 대목이다. 일본 국민들은 더 이상 이러한 꼼수에 속지 않기를 바란다. 역사적으로 일본은 자국 정세가 불안하면 이웃나라를 침략하거나 도발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도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성주원 울산 경희솔한의원 원장·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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