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오면
3월이 오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9.03.08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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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바뀌는 것은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계절의 바뀜은 때로는 칼날처럼 날카롭고, 자로 잰 듯이 정확한가 하면 뒤돌아 볼 겨를도 주지 않을 만큼 매몰차다. 자신의 계절이 차지해야 할 자리를 그 어떤 계절에게도 양보하지 않는다. 따라서 3월이 되니 오는 봄을 막을 수가 없다. 모든 것이 순리에 의한 것이니 계절의 지나감을 더욱 거역할 수 없는 일이다. 3월은 계절의 존재이유와 자존심을 보여준다. 요즈음에는 지구의 온난화와 환경파괴로 인해 봄이 짧아졌고 봄이 있는 둥 마는 둥 할지라도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는 계절의 바뀜이 존재하고 있다. 새로운 계절을 맞는다는 것은 정신적으로 새로운 각오를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된다.

3월은 농부들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겨우내 멈추었던 들판의 일을 다시 시작하게 만든다. 황량하기만 했던 들판의 흙을 파헤쳐야하고 논에 물을 가두기 위해 겨우내 얼었다 녹으면서 수로(水路)가 새는 곳이 없는지 꼼꼼히 챙겨야 한다. 논두렁에도 뚫린 구멍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을 해야만 한다. 모내기를 차근차근 준비하면서 모판도 손질하고 일 년 농사를 준비 한다. 밭에는 이랑을 만들어야 하고, 잡풀들을 뽑아주어야 하고, 거름도 줘야 하니 일손이 바빠지게 된다. 기계가 발달되고 현대화된 농업기술이 들어 왔다 해도 농사의 시작은 반드시 농부들의 손을 거쳐야만 한다. 그래서 3월은 농부들의 힘찬 출발을 알리는 계절이기도 하다.

해마다 찾아오는 3월인지라 특별한 의미를 두고 싶지는 않지만 움츠려 들었던 몸과 마음이 풀린다고 생각하니 새롭다. 봄이 주는 무게가 가벼워지니 무엇인가를 통통 튀게 만든다. 그래서 영어로는 Spring이라고 말하기에 용수철처럼 탄력을 가진 계절이다. 동토(凍土)의 강을 건너 살아남은 계절이다. 겨울을 지나오면서 얼어붙어 있던 계곡이 녹아 흘러내리니 마음에서부터 가벼워진다. 높아진 온도덕분에 무거운 겨울옷을 벗어 던질 수 있어 좋다. 정신과 육체를 함께 높이 띄울 수 있다. 마음이 가벼워지고 몸도 함께 홀가분해지니 정신건강에도 좋을 것이다. 이래서 모두 봄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3월에 한 차례의 꽃샘추위가 있을지라도.

3월은 봄의 화신(花信)을 맞는 선봉장이다. 들판으로 나가 논두렁을 따라 걸어가고 싶다. 따스한 봄볕을 벗 삼으면 저절로 명상에 잠겨 질 것이다. 걷다가 겨울잠을 마치고 바깥세상으로 나온 개구리라도 있는지 살펴보고 행여 물 녹은 계곡 물에 미꾸라지가 헤엄이라도 치고 있으면 구경도 하고 싶다. 키가 제법 자라있을 쑥이랑 달래와 냉이가 솟아 있을 봄의 들판은 언제나 여유롭고 포근할 것이다. 꽃들은 봉오리를 맺어 피어나기를 다툴 것이고, 초록빛을 머금고 움트는 나뭇잎의 모습도 참으로 예쁠 것이다. 도심지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풀냄새와 흙냄새가 함께 어우러진 들판의 풋풋한 냄새를 만끽하고 싶다.

3월이 오면 병아리들의 합창소리가 들릴 것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어린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다. 어머니 아니면 아버지 혹은 할머니,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학교를 가는 그들의 때 묻지 않은 해맑은 모습을 떠 올리면 아무런 이유도 없이 마음이 편안해지고 즐거워진다. 맑고 깨끗한 청정지역에서만 사는 고운 마음인 것 같다. 유치원의 첫 단체생활을 거쳐 한 단계 위의 초등학교는 또 다른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학교로 또박또박 걸어가는 어린이들의 정렬된 발걸음에서 희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출발은 모든 이들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준다.

3월을 맞으면서 그동안 세계적으로 얼어 붙어있는 경제적인 어려움도 함께 녹아 내렸으면 좋겠다. 그래서 3월은 시작의 계절이요, 즐거운 마음을 갖게 하는 기쁨의 계절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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