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색되지 않는 일자리 나누기
퇴색되지 않는 일자리 나누기
  • 최재필 기자
  • 승인 2009.03.08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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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는 천정부지로 뛰는데 임금삭감이라니 살 길이 막막합니다.”

지역의 한 기업체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이 정부의 일자리 나누기에 대한 회사의 임금삭감 방침에 대해 한 말이다.

이 직원은 특히 “자발적 동참이 아니라 ‘상명하달’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기업체의 직원은 “일자리 나누기의 취지는 좋은데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요”라며 정부의 정책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일자리 나누기 운동을 취재하면서 지역 업체 근로자들이 갖고 있는 의견은 긍정적인 쪽보다는 이처럼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

정부가 외환위기 당시의 ‘금 모으기 운동’이후 국가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일자리 나누기 운동에 대해 당사자들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금모으기 운동의 폐해가 그대로 답습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나온다. 외환위기 당시 금모으기 운동의 주체는 서민들이었다. 이들은 언론과 정부의 홍보(?)에 장롱 속 깊이 잠자고 있던 금붙이를 꺼내 줄을 이어가며 이 운동에 동참했다. 그러나 몇 년 후 나온 결과는 서민들을 분노케 했다.

금모으기 운동으로 우리나라의 외채가 상환되기는커녕 일부 금도매상들이 밀거래되는 금을 매집해 무역회사에 판매해 그들의 잇속을 챙겼다. 또 이 운동에 동참을 호소했던 사회 기득권층은 아예 금을 갖고 나오지 않았다.

이처럼 이번 일자리 나누기 운동도 정부의 졸속 추진이 계속된다면 실패는 불을 보듯 뻔하다.

가장 큰 문제는 일부 기업들이 저임금 노동력을 사용하는 기회로 이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또 물가는 시간이 지날수록 뛰고 있는데 이 운동으로 임금 하향평준화가 고착화돼 새로 사회에 진입하는 사회 초년생들에게 먹고 사는 문제에 어려움을 가져올 수도 있다.

아울러 이번에 삭감된 임금이 경제가 회복된 후에 원상 복구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설령 원상 복구된다 해도 그간의 연봉 격차로 인해 이번 사회 초년생들의 경제력은 기존 직원들보다 뒤처질 수밖에 없다.

재주는 서민이 넘고 이득은 회사들이 가져가지 않도록 정부의 관리·감독 및 규제 강화 등이 필요한 시기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서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 한 중견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사장의 한 마디가 생각난다.

“월급은 의식주를 해결하고 난 후 20% 정도 저축할 수 있는 정도가 돼야 한다. 이번 일자리 나누기로 사회 초년생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다면 일자리 나누기의 의미는 퇴색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 최재필 기자 펀집국 정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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