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들에게 향긋한 봄을…
새내기들에게 향긋한 봄을…
  • 이주복 기자
  • 승인 2009.03.08 2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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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성급함이 있을지 모르지만 벌써 따뜻한 봄기운이 감돌고 겨우내 움츠렸던 대지도 봄날의 따스한 햇살덕분에 땅속 깊이에서부터 새싹들이 움트는 그런 봄이다.

사람들은 흔히 봄을 두고 새로움의 시작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다른 계절에 비해 많은 지도 모르겠다. 마치 태고적 창조주가 만물을 만들어 놓은 것처럼 봄은 새로움으로 다시 거듭나는 계절이요, 희망의 계절이다.

그래서 새롭게 시작하는 봄은 그만큼 기대와 희망이 뒤섞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봄은 마법과도 같은 계절이다. 겨우내 얼었던 땅속뿐 만아니라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녹여내는 마법을 지녔다.

한데 지금 우리의 봄은 어떠한가. 봄의 미학은 커녕 어깨만 짓누르고 있지 않은지 모르겠다.

화사한 봄날의 신선하고 파릇한 향기는 온데간데없고 떨리지 않는 추위에 마음만 답답하고 무거워짐은 왜 일까?

신학기를 맞아 고등학교로 진학한 아이들에겐 봄의 여유를 만끽할 시간조차 없는 듯하다. 갑자기 불어난 책가방은 아직도 학교생활에 적응 안 된 아이들의 어깨를 더욱 움츠리게 하고, 벌써부터 입시를 앞당겨 준비하려는 부모들의 열화(?)와 같은 성화에 주눅만 들뿐이다.

벌써 야간자율학습에 시달리면서 이런 새벽 아침밥 대충 챙겨 먹고 학교로 향하면 밤 10시, 또다시 학원으로 향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학생을 기다리는 엄마의 모습도 왠지 슬퍼 보인다.

모 고등학교 3학년은 지난 겨울방학동안 학교 시설보수 공사로 방학동안 제대로 보충수업을 못했다고 해서 새 학기부터 일요일도 없이 보충수업을 강행하고 있다.

일요일 동생의 늦잠을 뒤로 하고 이런 아침 허겁지겁 문을 나서는 모습을 바라보며 잘 다녀오라는 말을 건네는 학부모의 마음이 눈물겨워 진다.

물론 이 사실을 해당 교육청에도 잘 알고 있겠지만 고등학생들에게 일요일도 없이 수업해도 되는 묻고 싶다.

이렇게 열심히 공부해야만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취직해서 부모에 효도하고 나라에 충성하는 훌륭한 인물이 될까?

학생들에게 일요일도 없이 보충수업을 강행하는 것이 진정 학생을 위해서 일까. 아님 학생들에 대한 지나친 애정 때문일까. 학교의 명예와 교사의 체면 때문일까.

이러한 생활을 함께하는 후배 새내기들은 무슨 생각으로 학교생활에 적응하려 할까?

아직은 학교생활에 대해 뭐가 뭔지 잘 모르는 새내기들에게 3학년이 되면 일요일도 없이 학교에 나와야 한다는 강박감부터 심어 준다면 이 새내기들의 학교생활은 아무런 의미를 주지 못한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일요일도 없이 학교생활을 하는 것 보다는 자기 개성을 추구하고 청소년답게 발랄한 생활과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익히는 것이다.

새내기들에게 짓누름이 아닌 기다려지고 기대되는 봄이 되도록 학교와 선배들은 보여주어야 한다.

가끔씩은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고, 때로는 무거운 책가방 대신 봄 냄새가 물씬 풍기는 들녘으로 나가 한껏 심호흡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그런 새내기들의 봄을 만들어 주어야한다.

이제 직장생활을 마무리하려는 직장인들의 대다수는 “너무 빨리 달려왔다”라는 말을 한다.

옆도 돌아보지 않고 직장과 가정만을 위해 정신없이 달려온 30년. 퇴직이 눈앞에 다가왔지만 자신에게 남아 있는 것은 인생의 황량함 뿐. 향긋한 봄도, 시원한 여름도, 풍성한 가을도 없이 오직 차갑고 냉혹한 현실의 겨울 뿐.

/ 이주복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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