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반성 빼먹은 ‘민선7기 울산시정’ 자평
자기반성 빼먹은 ‘민선7기 울산시정’ 자평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2.12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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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이삭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우리 속담은 들을수록 고개가 숙여진다. “공직자는 시민의 위에 군림하는 권력자가 아닌,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상머슴”이라는 격언에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인용부호 속의 말을 새삼 끄집어내 보이려는 것은 울산시가 2019년 한 해를 돌아보며 정리한 12일자 자기평가서가 자화자찬으로만 채워져 있어서이다.

울산시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2019년을 ‘상생·활력·포용·소통을 위해 혼신을 다한 한 해’라고 스스로 평가했다. 조금 더 들어보자. “‘시민과 함께 다시 뛰는 울산’의 시정비전 실현을 위해 울산형 상생 일자리, 지역산업 활력, 포용적 안전문화, 도시·교통 활력, 생태정원도시로의 도약, 포용성 강한 복지, 문화관광도시로의 도약, 활발한 시민소통 등 8개 분야의 시정 전반에 걸친 전방위적인 노력이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졌다”는 것이 시의 부연설명이다. 그러면서 “올해의 성과는 민선 7기 시정이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이었다면 내년에는 더욱 알차고 내실 있는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 자화자찬 격 평가의 말을 접하는 순간 궁금증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저런 식의 평가를 귀담아들은 울산시민들은 과연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하는 궁금증이다. 울산시의 자기평가가 울산시장을 통해 흘러나오지 않은 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요즘 돌아가는 시국이 하도 어수선하기에 하는 소리다. 전임시장 측근이 연루된 비위사건에 대한 수사를 놓고 ‘하명수사’ 논란이 꼬리를 물고 ‘시장 소환’, ‘시장실 압수수색’ 시나리오마저 튀어나오는 판국이 아닌가?

이 같은 상황을 제대로 숙지한 지혜로운 담당자라면 자기평가서의 첫머리부터 고개를 숙이는 모양새로 풀어 나갈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앞서와 같은 태도는 시민을 주인처럼 섬기는 자세도, 상관을 제대로 받드는 자세도 아니기 때문이다. 연말을 맞아 주어진 숙제를 푼답시고 애는 썼겠지만 상황파악 능력이나 자기평가서 작성 능력이나 ‘수준 이하’라는 평가가 그래서 나온다. 세간에 회자되는 ‘시장의 허술한 인적네트워크 관리 능력’을 우연한 기회에 훔쳐보게 된 것 같아서 안쓰러워지기도 한다.

민선 7기 선출직 공직자들이 임기를 다 채우려면 앞으로 2년 반이 더 남았다. 재선에 대한 미련은 버린 지 오래라고 전해지는 송철호 울산시장은 남은 임기를 심기일전의 마음가짐으로 보냈으면 한다. ‘단념’을 내세우기보다 오히려, ‘시민들이 부르시면 재선 도전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로 시정에 임했으면 한다.

그리고 벅찰지 모르지만, ‘이건 아닙니다’라며 시민들의 시각에서 입바른 말도 서슴지 않는 인사들을 측근에 포진시키는 문제로 고민을 했으면 한다. 그래야만 임기가 끝나는 시점에 보약으로 여겨질 터이니까. 꽃은 피어있을 때보다 진 뒤에 아름다워 보여야 참으로 아름다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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