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관계’, 해법은 없는가?
‘북미관계’, 해법은 없는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2.11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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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북한 국방과학원 대변인은 “7일 오후 서해 위성발사장에서는 대단히 중대한 시험이 진행되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이 ‘중대한 시험’의 결과는 북한의 전략적 지위를 변화시키는 데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지난달 28일에도 함경남도 연포 일대에서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을 실시해 한반도에 긴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북한은 벌써 올해만 13차례나 미사일 사격 또는 방사포 사격을 감행했다. 이 시점에 몇 가지 궁금한 의문점들이 생긴다. ‘북한의 군사위협 수준은 과연 어느 정도인가?’, ‘도대체 북한은 왜 잇따른 군사도발로 한반도를 긴장국면으로 몰아가는가?’, ‘그로 인해 그들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등일 것이다.

먼저, 최근에 실시한 ‘중대한 시험’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시험장소로 이를 추정해 볼 수도 있다. 서해 위성발사장은 평안북도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일 확률이 높다. 이 시험장의 기능과 용도로만 따져본다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이나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기 위한 로켓 엔진 연소 실험을 재개했을 개연성이 높다.

시험일에는 동창리 발사장에서 5~6대의 차량과 대형 컨테이너가 보이면서 전과는 다른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그리고 시험일 전후의 상업용 위성사진을 비교해 보아도, 엔진 발사 시험을 할 때 분출되는 강력한 배기가스로 인해 토양이 패이고 지표면 일부가 모래와 먼지로 뒤덮인 흔적이 확인되었다. 이를 토대로 본다면, ICBM이나 장거리 로켓 엔진 시험을 진행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북한이 전략적 지위를 변화시킬 만한 중대 시험이라고 한 것은 무슨 의미일까? 이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한반도 주변국에 상당하고 심대한 위협을 주어 자신들이 군사·외교 면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스스로 평가한 것일 수도 있다. 북한은 그동안 꾸준히 장거리미사일, 특히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일에 주력해 왔다. 미사일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상대국에게 살상이나 파괴의 위협을 줄 수 있고, 탄두에 어떠한 무기를 결합하느냐에 따라 그 기대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대변인 성명에서 언급한 북한의 ‘국방과학원’이 어떤 곳인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곳은 핵이나 미사일을 비롯한 신형 무기의 연구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곳의 연구원들은 국방종합대학, 용성약전공업대학,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을 졸업한 우수한 인재들로 채워져 있다고 한다. SLBM(=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 sile)로 불리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지난 8월부터 네 차례에 걸쳐 시험했던 초대형 방사포와 신형전술유도무기 등 최신 무기의 연구개발과 성능시험을 담당하는 군사기관이기도 하다.

우리 정보기관은 주변국에서 이미 내놓은 분석과 다르게, 북한이 고체연료가 아닌 액체연료 엔진을 시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고체연료는 주로 수평시험에 사용되는 데 반해 동창리 발사장은 수직시험장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시한을 ‘연말’로 못 박았다. 그 후 미국과 북한은 서로 적대적인 경고성 발언을 주고받고 있다. 그 와중에 미군 정찰기는 한반도 상공에서 대북 감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북한의 맞장행보는 무엇보다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과 미국은 서로 적대적인 행동으로는 얻을만한 소득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동안 쉽지 않은 과정과 주변국의 조력을 통해 북미는 관계 개선 노력을 해 왔고 군사적 긴장도 어느 정도 완화하는 데 성공한 것은 사실이다. 북미는 이렇게 만들어진 소중한 결실을 일시에 물거품이 되게 하지 말고, 주도권을 잡기 위한 조급함도 똑같이 내려놓기를 바란다. 그런 다음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비핵화로 가기 위한 과정에서 필요한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북미 당사자 외에도 주변국들, 특히 대한민국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김기환 민방위 전문강사·예비역 소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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