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죽음, 막을 수 없나?
안타까운 죽음, 막을 수 없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2.09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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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9일 인천시 계양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던 일가족 네 명이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A씨(49·여)와 A씨의 아들(24), 딸(20), 딸의 친구(19)까지 동반자살을 했는데 성인들이 생활비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도 하지 않고 그와 같은 선택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름대로 노력을 했겠지만 동반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앞서 11월 2일 성북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는 70대 노모와 40대 딸 셋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 모녀가족도 사기를 당하고 사업실패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고, 채무문제로 고민해온 것으로 전해져 생활고가 동반자살의 원인이었던 것으로 보도되었다.

10월에는 관악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탈북인 한모(42·여)씨와 아들(6) 모자가 사망한 지 두 달이 지나서야 발견된 사건이 있었다. 아파트 관리비는 16개월이나 연체되었고 수도, 전기, 가스는 모두 끊어졌으며, 냉장고에는 고춧가루만 조금뿐이었던 것으로 보아 굶어죽은 아사 사건으로 보인다고 했다.

잇따라 발생하는 일가족의 극단적인 선택은 한 부모 가정에서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렸으나 적절한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지원이 중단되는 등 복지사각지대에서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관악구의 탈북 모자는 사건이 발생하기 전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하러 갔지만 중국에 있는 남편과 이혼했다는 이혼확인서를 제출하지 못해 도움을 받지 못했다. 또 아파트 관리비가 16개월 연체되고 수도, 전기, 가스가 다 끊겼는데도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누구도 구원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 이처럼 목숨을 걸고 찾아온 탈북민 가족이 대한민국에서 굶어죽도록 방치가 됐는데 인력 부족 탓만 하고 있을 때는 아닌 것 같다.

문재인 정부 들어 복지예산을 많이 늘리고는 있다. 하지만 지원을 안 받아도 사는 데 지장이 없는 가정에도 무료급식비와 기초연금이 지원되는 반면 꼭 지원받아야 할 사람들은 여러 가지 조건에 가로막혀 지원도 못 받고 어려움을 겪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들이 발생하여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복지제도는 신청주의인 탓에 신청을 하지 않으면 복지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되어있다. 공과금 체납 등 여러 지표에서 위험도가 높은 가정뿐만 아니라 사회와의 관계가 끊어져 고립된 사람들을 찾아내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공과금 미납부자 등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빈곤계층을 찾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 행정복지센터에서는 차상위계층이나 빈곤계층 목록을 갖고는 있지만 지금의 공무원 인력만으로는 살펴보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사회복지관, 종합복지관 등 다양한 단체들을 같이 동원하여 보살피도록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특별히 제안하고 싶은 것은 탈북민이나 빈곤계층들을 정신적으로 위로하고 경제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교회들과 결연을 맺게 해서 관리하고 보살피도록 했으면 하는 것이다. 그렇게만 한다면 상당히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종교 편향’이어서 안 된다고 할지 모르겠다.

울산에서도 경제적 빈곤 때문에 일가족이 같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일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출산율도 떨어지고 인구는 감소하는데도 자살사건이 많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막대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울산에 거주하는 탈북민들은 얼마나 되고, 어디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파악은 하고 있는지, 차상위계층이나 빈곤계층들의 실태는 파악하고 있는지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다.

언론이 큼직한 정치적인 이슈들을 조명하고 사람들의 관심이 그리로 솔릴 때 위기에 처한 가정들은 어떻게 되겠는가? 정신적·육체적·경제적으로 춥고 배고프고 외로움에 시달리다가 막다른 골목에서 더 이상 희망을 발견하지 못했을 때 극단적인 선택밖에 할 것이 없을 것이다.

성탄절과 연말연시를 맞아 이웃 사랑을 외치고 구제 성금을 모금하고 있다. 바라건대, 정말로 도움이 절실한 이웃들에게 도움을 주고 지속적인 관심과 위로와 지원이 되도록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나눔을 실천했으면 좋겠다. 그동안도 잘해 왔지만 울산의 모든 교회들이 소외계층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분들을 돌아보는 일에 앞장서 주기를 바란다.

“흩어 구제하여도 더욱 부하게 되는 일이 있나니 과도히 아껴도 가난하게 될 뿐이니라.” (잠언 11장 24절)

유병곤 새울산교회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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