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동반자살 미수 피고인 2명 ‘뜨거운 눈물’
울산, 동반자살 미수 피고인 2명 ‘뜨거운 눈물’
  • 정인준
  • 승인 2019.12.08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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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법 박주영 부장판사, 집유 선고하며 위로책·차비 건네며 “삶 이야기 끝까지 써달라” 당부

동반 자살을 시도했다가 실패해 법정에 선 청년들에게 재판장이 “지금보다 더 좋은 날이 올 것으로 확신한다”는 위로와 함께 선물과 차비를 건넸고, 청년들은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지난 7일 울산지법 박주영 부장판사 는 자살방조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B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또 재판부는 두 피고인에게 보호관찰 받을 것을 명령했다.

박주영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의 범행은 타인의 생명을 침해할 위험이 큰 범죄라는 점에서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 “다만 이 사건을 계기로 뒤늦게나마 삶의 의지를 다지며 다시는 이런 범행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박 부장판사는 선고 이후 따로 준비해온 종이를 꺼내 ‘피고인들에게 전하는 간곡한 당부 말씀’이라며 읽어 내려갔다.

박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의 이제까지 삶과 죄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전 형의 선고로 모두 끝났지만, 이후 이야기는 여러분이 각자 써 내려가야 한다”면서 “그 남은 이야기가 아름답고 감동적이기를 기원하며, 설령 앞으로의 이야기가 애달프다 해도 절대 도중에 끝나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는 “한 사람이 생을 스스로 마감하기로 결정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자신의 사연을 들어줄 사람이 없다는 고립감 때문일 것”이라면서 “이제 여러분의 이야기를 우리가 듣게 됐고, 듣는 사람이 있는 한 그 이야기는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러분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결과를 막을 수 있다면 강제로라도 구금해야 하는 것 아닌지 깊이 고민했다”면서 “다행히 삶의 의지를 되찾았다는 긍정적 징후를 엿볼 수 있었고, 이 결정이 잘못된 판단이 아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박 부장판사는 마지막으로 피고인들에게 각각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내용이 담긴 책 1권씩을 선물로 전했다.

그러면서 휴대전화까지 처분하고 여동생 집까지 갈 차비마저 넉넉지 않았던 A씨에게는 “밥 든든히 먹고, 어린 조카 선물이라도 사라”며 20만원을 건네기도 했다.

그저 두렵기만 했던 법정에서 예상치 못한 격려와 응원을 받은 두 피고인의 볼에는 뜨거운 눈물을 흘러내렸다.

이들은 지난 삶을 비관해 같이 자살할 사람을 찾던 중 의기투합해 지난 8월 10일 울산에 모여 자살에 필요한 도구들을 준비했고, A씨는 비용 마련을 위해 휴대전화까지 팔았다.

이들은 이튿날 한 여관방에서 자살을 실행에 옮겼지만, 다행히 A씨와 B씨는 실패했다. 이들은 서로 자살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됐고, 특히 사람을 모으고 도구를 준비한 A씨는 주범으로 지목돼 구속됐다. 구속된 이후 A씨의 여동생과 같이 수감생활을 한 재소자도 A씨에 대한 탄원서를 제출해 박주영 부장판사의 판결을 도왔다.

정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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