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울산시립무용단 ‘울산아리아-크레인의 날개’
【공연리뷰】울산시립무용단 ‘울산아리아-크레인의 날개’
  • 김보은
  • 승인 2019.12.08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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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노동자들에게 바치는 춤의 찬가
지난 6일 울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펼쳐진 시립무용단의 '울산아리아-크레인의 날개' 공연 모습.
지난 6일 울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펼쳐진 시립무용단의 '울산아리아-크레인의 날개' 공연 모습.

 

반세기 동안 산업도시로서 한국의 경제 성장에 주도적 역할을 해왔던 울산에는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이 공존한다.

하나는 한국의 경제를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는 자부심이고 또 하나는 그 과정에서 발생한 노동자들의 필수불가결한 희생을 보상받지 못한 설움이다.

지난 6일 울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무대에 이 같은 노동자들의 설움을 어느 정도 해소해줄만한 작품이 올랐다.

바로 울산시립무용단의 ‘울산아리아-크레인의 날개’다.

‘크레인(Crane)’은 산업 현장에서 이용하는 기중기와 드넓은 자연을 품은 두루미(학)라는 중의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단어다.

작품은 이 의미를 활용해 더 높은 곳만 바라보는 현대의 사회상을 형상화함과 동시에 끝내 소진된 채 방향을 잃어버린 현대인을 날개로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이미지를 표현했다.

이러한 작품을 구성하는 방식에서 안무를 맡은 시립무용단 홍은주 예술감독은 전작 ‘수작(水作)’과는 확연히 다른 스타일을 구사했다.

전작에선 특수 수조장치를 설치하고 십리대숲, 까마귀 떼, 간절곶 등 울산만이 활용할 수 있는 요소들로 물의 여정을 그렸다.

물보라를 일으키며 가져가는 무용수들의 역동적인 춤사위는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했지만 홍 감독의 주 장르인 한국무용의 범위 안에서만 머물렀다. 그랬기에 신작 ‘울산아리아-크레인의 날개’가 더욱 눈에 띈다.

이번 작품에선 홍 감독이 한국무용의 경계를 넘어 현대무용, 스트릿 댄스와의 크로스오버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작품 속 노동자들을 위로하는 두루미의 춤사위는 기존 한국무용의 틀을 고수했지만 수건춤이나 컨베이터 벨트 군무 등 장르를 넘나드는 춤사위가 작품의 대부분을 채웠다.

울산에서 20여년간 활동한 박종원씨가 협력안무로 참여하는 등 타 장르 지역예술가와의 적극적인 콜라보도 이뤄지면서 공연 내내 ‘땀을 많이 흘린 작품’임을 증명했다.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직장인의 일상을 사실적으로 담아내 많은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의 리듬에 맞춰 경직된 채 매일, 매주, 매달, 매년을 보내는 무대 위 노동자의 일상에 대해 한 관객은 “슬프고 비참했다”고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직장인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넵병’을 춤의 언어로 녹여낸 부분이 압권이었다.

‘넵병’이란 상사의 부름이나 지시에 딱딱해 보이는 ‘네’ 대신 신속하고 명료한 느낌을 주는 ‘넵’을 사용하는 현상을 반영한 용어다.

작품은 전화 받는 듯한 동작과 ‘넵’, ‘네?’ 등 답변이 빠르게 반복되는 음악을 통해 말 한마디에도 상사의 눈치를 봐야하는 직장인의 일상을 비애를 직관적으로 풀어냈다.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은 안무, 내용, 연출, 음악 등에서 대체로 흠 잡을 데 없는 공연이었지만 세부적인 부분에서 아쉬움 역시 남는 ‘미완의 수작’이라고 평가했다.

한 문화예술 관계자는 “울산만이 알 수 있는 내부 정서가 많이 보이지 않아 아쉽다”고 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작품 후반부에 ‘불매가(노동요)’ 등장하는데 이 부분이 늘어지면서 절제미가 떨어지고 앞부분의 감동이 반감되는 느낌이다. 커튼콜에서 남진의 ‘님과 함께’가 나오면서 잘나가다 삼천포로 빠졌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김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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