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희 마음 / 김순희
순희 마음 / 김순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2.05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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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도 없이 다닥다닥

불평 없이 줄지어 섰다

 

복잡한 내 마음도 

가지런히 줄을 선다

 

제주도의 돌담길을 뛰어놀며 자라서 그런지 돌담을 보면 천천히 만져보며 거닐고 싶은 충동이 일어서곤 합니다. 

특히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서는 계절에는 뒹굴며 몰려다니는 낙엽만큼이나 마음이 뒤숭숭 해지기도 하는데, 바람이 더 차가워지기 전에 만난 김순희 수필가의 디카시 '순희 마음'을 읽으며 위안을 찾아 봅니다.

바람 많은 제주의 돌담길은 얼키설키 구멍도 많고 엉성해 보여도 세찬 바람에도 넘어지지 않는 특별함이 있지만, 순희 마음의 돌담길에는 외부의 바람이 아닌 자신의 복잡한 심리상태를 잘 정리된 돌담 길을 바라보며 하나둘 깔끔하게 정리했을 작가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열두 달 쉼 없이 바쁘게 넘겨왔던 달력이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일월의 계획과 목표를 뒤돌아보게 하는데 정작 이룬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저 가지런하게 정돈된 돌담길처럼 이루지 못한 것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이룬 것을 찾아 기뻐하고 해야 할 일을 가지런하게 정리해서 감사하는 십이월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글=이시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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