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익명성 앞세운 악플 게시판인가
교원평가,익명성 앞세운 악플 게시판인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2.04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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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교사노조(위원장 황진택)의 4일자 보도자료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다. 매년 하반기(9~10월)에 실시하는 교원평가의 ‘자유서술식 문항’이 교원(교사)에 대한 인격모욕이나 성희롱 성격의 글로 채워져 악플을 합법화한 것 같다는 하소연까지 나오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이 울산 교육현장만의 일은 아닌 것 같다. 11개 지방 교사노조가 참여하는 전국교사노조연맹은 교육당국에 마땅한 대안을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교사들 사이에는 ‘11월은 교원평가라는 합법적 악플에 시달리는 달’이라는 자조 섞인 푸념들이 공공연히 나돈다. 11월 중순이면 평가 결과와 함께 언짢은 얘기들이 봇물을 이루는 탓이다. 교사들을 제일 괴롭히는 것은 학생들이 무절제하게 써내는 혐오성 악플들이다. 교원평가의 다른 주체인 학부모와 교원들은 그나마 절제된 용어를 사용하는 편이지만 학생들은 전혀 딴판이라는 게 교사들의 하소연이다.

교사노조연맹 소통방에 올라온 학생들의 글을 한번 훑어보자. ‘얼굴 보면 토 나와서 수업 듣기 싫다’, ‘사람 됨됨이가 되어있지 않은 인간의 표본’, ‘보슬아치’(여성의 성기를 지칭하는 표현), ‘자라나라 머리머리’(머리가 빠져 힘든 여교사더러), ‘쭉쭉빵빵’, ‘영화 안 보여주는 거 말고 다 좋음’, ‘나대지 말아라’, ‘쓰레기다’, ‘너는 옷이 한 벌밖에 없냐?’처럼 듣기에도 민망한 글들이 낙엽처럼 쌓인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교사노조 관계자는 “이들 평가 내용은 인격모욕, 명예훼손에다 성적 수치심까지 주는 표현이어서 사법처리 대상이 아닌가 할 정도”라며 개탄한다. 그러면서 익명성이 철저히 보장된다는 것을 악용한 ‘자유서술식 교원평가’가 특히 문제라고 지적한다.

또한 “교원의 전문성 신장이라는 평가의 순기능은 완전 실종되었다”며 “평가 결과를 읽고 ‘능력개발계획서’를 써내야 하는 교사들은 ‘악플’을 의무적으로 읽는 것이 큰 고통”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그 때문에 서술식 문항은 아예 읽지도 않는다는 교사들도 있다.

참고 삼아 연맹 소통방에 올라온 교사들의 하소연 몇 마디를 간추려 보자. “100개 좋은 말 나오고 1개 악플 나와도 기운 빠지고 자괴감이 든다”, “욕설은 안 써도 욕설보다 더 가슴 후벼 파는 글 쓰는 아이들도 많다”, “교원평가가 익명인 것은 악성댓글을 달라고 판을 벌여주는 것과 다름없다. 인터넷도 실명제인데 왜 교평은 익명인가?”

이밖에도 숱한 하소연들이 연맹 소통방을 도배하다시피 하는 모양이다. 이제는 해법을 교육당국이 찾아줄 차례가 됐다고 본다. 교사노조는 울산시교육청에 대해 “교원들이 악플에 노출돼 있는 이 상황을 엄중하게 생각해 달라”고 말한다. 교육부에 대해서는 “교원평가 존폐 문제를 시·도교육감협의회와 깊이 논의하고 자유서술식 평가는 당장 폐지하라”고 요구한다. 귀담아들어야 할 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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