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노조 또 ‘강성’… 노사 대립 예고
현대重 노조 또 ‘강성’… 노사 대립 예고
  • 이상길
  • 승인 2019.11.28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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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공동교섭 추진·임금 확대 등
사측, 지부장 공약 수용 어려울 듯
2년 전보다 실리 후보 득표율 높아
강성 집행부 회의론도 확산 추세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지부 새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강성 성향의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현대중 노사관계도 다시 가시밭길이 예고되고 있다. 실제로 새 집행부의 공약을 회사 측이 쉽게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아 아직 진행 중인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은 물론 향후 노사 대립이 이어질 전망이다.

현대중 노조 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7일 23대(금속노조 산하 3기) 임원 선거를 실시한 결과 강성 성향으로 기호 1번 조경근 후보가 지부장으로 당선됐다.

이날 투표에는 전체 조합원 1만276명 중 9천475명(투표율 92.2%)이 투표에 참여했다.

개표 결과 조 후보가 5천145표(54. 3%)를 획득해 3천901표(41.2%)를 얻는데 그친 중도실리 성향의 기호 2번 유상구(58)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대우조선해양과의 합병, 물적분할 반대투쟁의 여파,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올해 임금협상 등 현안이 산재한 가운데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노조 집행부를 선택한 조합원들이 점 더 많았다는 분석이다.

다만 2년 전 선거에 비해 중도실리 후보의 득표율이 적잖게 높아져 현장에서는 강성 집행부에 대한 회의론도 점점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2년 전에 치러진 선거에서는 현 지부장인 강성 성향의 박근태 후보가 62.3%를 득표해 중도실리 성향의 황재윤 후보(36.6%)를 큰 격차로 따돌리고 당선되면서 25.7%의 격차가 났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13.1%로 크게 줄었다.

이는 지난 2년 간 현 강성 집행부가 잦은 파업 등 강경 일변도의 투쟁을 펼쳤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채 조합비 인상 등을 추진하면서 강성 집행부에 대한 현장의 불만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새 노조위원장이 회사 법인분할(물적분할)에 반대해 주주총회장을 점거하고 잦은 파업을 벌인 현 집행부 사무국장 출신인 만큼 차기 노조 집행부의 투쟁 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조 당선자는 선거 기간 조합원 임금과 복지 확대, 통상임금 빠른 승소를 위한 활동, 정년 연장 제도적 준비, 현대중공업 그룹 공동교섭 추진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현대중공업 그룹 공동교섭 추진. 그동안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따로 하던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 등 계열사 노조와 공동교섭단을 꾸려 그룹사 전체 대표와 교섭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희망퇴직과 정년퇴직 등으로 조합원이 줄어들면서 약화한 조직력을 그룹사 전체 공동교섭으로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대중공업 임단협은 현재도 ‘4사 1노조’ 원칙으로 해마다 타결이 지연돼왔다.

4사 1노조 원칙이란 2017년 4월 현대중공업이 일렉트릭·건설기계·로보틱스(현대중공업지주)로 분할됐지만, 노조는 단일 조직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대중공업과 각 분할사 중 1곳이라도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타결되지 않으면 이미 타결된 곳이라도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지역 한 노동전문가는 “그룹사 전체 교섭단을 꾸리게 되면 타결 지연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실적과 상황 등이 다른 각 회사가 공동교섭을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쉽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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