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한 결정…“학교 부설 주차장 개방 안한다”
잘한 결정…“학교 부설 주차장 개방 안한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1.28 21: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교 부설 주차장을 일반에게 개방하도록 사실상 강제하는 내용을 담았다가 교육계 반발에 부딪힌 ‘주자창법 개정안’(=‘주차장법 일부개정 법률안’) 내용 일부가 마침내 삭제된다. 교육부는 28일 대표발의 의원실 등과의 협의를 거쳐 개정안에서 구설수에 오른 내용을 빼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박재호 의원(민주당, 부산 남구을)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 14명이 지난 2월 공동 발의한 이 법안은 9개월 만인 지난 13일 가까스로 법사위 문턱을 넘어섬으로써 국회 본회의 통과 절차만 남겨두고 있었다.

이 법안을 전국 교육계에서 줄기차게 반대해온 이유가 있다. ‘국·공립학교나 공공기관 등의 부설 주차장’을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결정하는 권한을 시장·군수·구청장에게 넘겨준다는 것은 교육자치를 해치고 법체계마저 흔드는 행위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국회가 학생들의 안전과 보호를 생각해서 이른바 ‘민식이법’까지 통과시킨 마당에 학교로 외부차량이 거리낌 없이 드나들게 해서 교통사고 위험을 높이는 것은 ‘주민들의 주차편의만 생각한 탁상입법’이란 비판도 나왔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아이들의 놀이공간마저 빼앗기게 된다는 이유를 내세워 거부했다.

반대 목소리는 한국교총과 전교조, 교사노조 등 교원단체에서만 나온 게 아니다. 서울 국·공립고교 교장 모임,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11.26)에 이어 28일에는 제주교육감까지 나서서 ‘주자창법 개정안’의 폐지를 촉구했다. 비슷한 목소리는 이 법안을 대표로 발의한 박재호 의원의 지역구에서도 나왔다. 지지자로 보이는 한 주민은 “주차난 해소가 아이들 안전보다 우선해서는 안 된다”고 했고, 다른 주민은 “사람을 존중하는 정신이 민주당의 이념이 아닌가”라는 말로 개정안의 폐기를 요구했다.

릴레이비판은 마침내 약효를 발휘했다. 박재호 의원은 물론 정부 관계자들까지 움직인 것이다. 교육부 차관을 비롯한 교육부와 국토부 관계자들은 28일에 가진 간담회를에서 학교 부설 주차장 개방에 따른 학생들의 안전 문제로 의견을 나누었고,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박 의원은 “학교현장의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교육계 요구에 호응했다. 이에 따라 주차장법 개정안은 ‘학교 주차장 개방’ 내용만 빠진 상채 29일 본회의에 상정된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에서 우리 국민은 숙의민주주의의 싹을 발견하게 된다. 무척 소중하게 여긴 법안인데도 다수의 국민이 ‘아니라’고 하는 것을 보고 자세를 낮추어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일부 정치인과 정부가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가이사의 것을 가이사에게’ 돌려준 결정은 썩 반가운 결정이었다.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