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시민 교육
민주시민 교육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1.27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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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시골의 초등학교에 다닐 때 학교에선 학생들에게 오가는 버스에 손을 흔들어 주라고 했다.

요즘으로 따지면 무슨 무슨 캠페인 정도인데, 그 뒤부터 아침저녁으로 통학길을 가다 버스를 만나면 시도 때도 없이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학교의 뜻은 우리 마을에 버스가 오니 안에 타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면 동네 이미지가 좋아지지 않겠느냐는 뜻이었을 게다. 그런데 50이 넘은 요즘도 버스를 보면 손을 흔들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도회지 중학교 1학년 때이었던 것 같다. 담임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승·하차할 때마다 운전기사에게 인사를 하라고 했다. 승차 때는 “안녕하십니까?” 하차 때는 “수고하셨습니다.”란 인사를 말이다. 그래서 3년 내내 그렇게 하고 다녔다. 2학년에 올라가면 안 해도 될 걸, 습관이 무서웠다. 요즘도 택시를 타거나 버스를 타면 습관처럼 “안녕하십니까?”, “수고하셨습니다” 하는 습관이 몸에 배었다.

교육은 100년 대계라고 했다. 어렸을 적에 배우거나 익혔던 습관들이 성인이 돼서도 영향을 미친다. 한 권의 책, 영향력 있는 이야기, 존경할 만한 위인 등등 개인의 삶을 지탱할 것들은 어린 시절 교육이 좌우한다. 예의바른 어린이, 공부 잘하는 어린이, 커서 훌륭한 사람이 돼라는 지침 같은 교육은 어려서 주입이 된다. 그래서 교육은 참 보수적이다. 기존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예부터 있어 왔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가부장적이고 수직적인 질서들을 위해 교육이 역할을 했다.

이렇게 배운 어른들이 옛 교육의 영향으로 보수적인 ‘꼰대’였다면 요즘은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 기업을 비롯한 사회 전반에서 수평적 바람이 분다. 왜?라는 의문은 의견개진으로 이어져 옛사람 혹은 직장상사를 당황스럽게 만든다. 의견이 다양한 사회는 혼란스럽지만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옛날이 좋았다’는 생각은 구시대적 사고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진영에서는 아직 부족하다고 한다. 민주주의의 참 실현을 위해 교육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변화의 바람은 학교교육에서부터 불어오고 있다. 울산교육청 노옥희 교육감의 교육적 가치는 학생들의 ‘민주시민 교육’에 있다. 학생들이 자라나 성인이 돼서 민주시민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민주시민의 목표는 상대의 다름을 인정하고, 나와의 견해 차이를 대화와 타협으로 극복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며 공동의 선(善)을 추구하는 데 있다. 민주시민으로서 공동의 선을 추구하는데는 다름의 목소리를 가진 타인을 설득하는 기술과 이를 실천하는 각오도 필요하다.

매주 토요일 울산대공원 정문 앞에서 S중 3학년 학생 두 명이 기후환경 변화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벌써 후손에게 물려줄 지구를 걱정하는 것이다. 실천적 방법으로 매월 1일을 채식의 날로 삼자고도 한다. 이러한 행동은 모두 학교에서 배운 것을 실천하는 것이다.

이 학생들이 성인이 되면 어떤 사람이 될지 모르지만 이때 실천한 행동이 평생의 지표가 될 것은 분명하다. 이 학생들의 행동은 어른들에게 감동을 준다.

학교는 배움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학생들의 커뮤니티가 펼쳐지는 사회적 공간이기도 하다. 따라서 학교는 학생들에게 민주주의를 교육할 수 있는 최적의 선택지이다.

선생님의 한마디가 평생을 좌우하듯 민주주의를 학습한 학생들은 정말 민주시민다운 성인으로 성장하게 된다. 민주시민의 미래가 여기에 있다. 나와의 다름을 인정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공동의 선을 추구하는 것. 노옥희 교육감의 ‘민주시민 교육’이 앞으로의 울산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기대가 크다.

정인준 취재2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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