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원의 세상보기]다스와 라이엇코리아, 그리고 공익제보
[성주원의 세상보기]다스와 라이엇코리아, 그리고 공익제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1.27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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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부품업체 ‘다스’(DAS)의 실소유주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라고 내부고발을 한 공익제보자 김종백 씨가 경기도의료원 감사실장으로 내정되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사실 김씨의 취업 소식이 뉴스에 나온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놀랍기도 하다. 우리 사회가 그만큼 공익제보에 대한 시선이 곱지 못하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내부고발자’라는 낙인 때문에 취업시장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실 수밖에 없었다”며 그동안 취업과정이 힘들었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번 취업은 공공기관인 경기도의료원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진행해서 합격한 것 같다는 게 김씨의 추측이다.

김씨는 다스 입사 후 18년간 MB의 친형 이상은 회장을 보좌했다. 지난 2017년 “다스가 이명박의 것이라고 1000%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핵심자료를 언론·검찰 등에 제공했다. 그가 건넨 자료는 검찰수사와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쓰였고, MB는 1심 유죄 판결에 불복해 항소 후 내년 2월 2심을 기다리고 있다.

최근 한국의 이 스포츠(E-sports)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김대호 전 그리핀(GRIFFIN) 감독이 지난 10월 16일 개인방송을 통해 ‘카나비’ 서진혁 선수의 부당이적이 있었고, 그 중심에는 조규남 그리핀 대표가 있다고 폭로한 것이다.

김대호 전 감독은 개인방송(10월 15일, 16일)에서, 조규남 대표가 올해 신인선수 ‘카나비’ 서진혁을 징동 게이밍(JDG, 중국)으로 완전 이적시키는 과정에서 서진혁에게 팀과의 장기계약을 강제로 맺게 했으며, 이를 거절하면 템퍼링(사전접촉)을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규남 대표는 11월 12일 공식 사임을 하면서도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김대호 전 감독이 선수들에게 폭력·폭언을 했고, 징동 게이밍은 템퍼링을 한 것이 맞다”면서 그리핀 구단주 ‘스틸에잇’이 다소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바른미래당 하태경 국회의원은 11월 20일, “그리핀과 그 에이전시가 가짜도장까지 사용하며 의도적으로 계약을 진행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리고 11월 25일, 그리핀 구단주 스틸에잇은 ‘카나비’ 선수 외에도 불공정하게 계약한 다른 선수들이 있었음을 인정하는 글을 올렸고, 자유계약(FA)을 원하는 선수는 FA로 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공식 SNS를 통해 리헨즈(손시우), 도란(최현준), 쵸비(정지훈) 선수와의 계약 종료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와 사과문에도 불구하고 E-sports 팬들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카나비 사태’의 중심에 있는 조규남 전 대표와 이를 폭로한 김대호 감독의 징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카나비 선수의 계약 문제도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았다.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Riot Games Korea)는 지난 20일 조규남 전 그리핀 대표, 김대호 감독 모두에게 무기한 출장정지 조치를 내렸고, 이 사태를 방치한 그리핀에게는 벌금 1억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팬들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문서위조, 배임, 협박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조규남 대표에게는 ‘사법기관의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더 많은 조치를 하기 힘들다고 밝혔으나, 김대호 전 감독에게는 본인의 충분한 해명과 소명을 듣지 않고 ‘사법기관의 판단’을 기다리지도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무기한 출전정지 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E-sports계의 다른 감독과 타 스포츠 감독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내부고발에 대한 보복이라는 의견을 피력하는 네티즌들도 많았다.

이에 지난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이 올라왔고, 27일 현재 19만명 이상이 청원에 동참했다. 앞으로 20여일 내에 1만명이 더 서명할 경우 정부에서 이 문제에 대해 공식 조치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25일 김대호 감독의 징계수위를 낮춘다는 한 매체의 보도가 나왔다. 당연하다고도 볼 수 있지만, ‘내부고발자 보복’이라는 반응으로 급속히 악화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면피용 운영이라고 비판하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아직 사법기관의 정식 조사가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부디 모든 일이 공명정대하게 잘 조사되고 해결되었으면 한다. 공익제보자 김종백 씨의 취업을 다시 한 번 축하한다.

성주원 경희솔한의원 원장·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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