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제의 자연산책] 춘추 벚나무
[조상제의 자연산책] 춘추 벚나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1.26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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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피는 벚꽃이 있다? 보신적 있나요? TV에서 봤다고요?

아니 이상기온 때문이라고요? 아니면 돌연변이라고요? 우리나라 국명이 춘추벚나무라? 그러면 꽃이 봄에도 피고, 가을에도 핀다는 뜻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봄에 한 70%의 꽃이 피고 나머지 30%는 가을에 핍니다. 봄에는 한 보름정도 피고, 가을엔 개화기간이 무려 10월부터 1월까지입니다. 춘추벚나무. 우리나라엔 1978년 영국 힐리어(Hiller) 농장에서 한 그루를 들여와 천리포수목원에서 심었습니다. 그 후 1988년 원광대를 시작으로 광릉수목원, 진해 농업기술센터 등에 보급되었습니다.

2009년 진해시는 전국에 산재한 벚꽃축제와의 차별화를 위해 국내·외 희귀 벚나무 89종의 유전자원 확보를 통해 자체 생산한 춘추벚나무 6천800그루를 소죽도 공원, 내수면 환경생태공원, 진해루 등에 심어 가을에도 벚꽃을 감상할 수 있게 군락지를 조성했습니다.

현재 국가표준식물 목록에 춘추벚나무는 춘추벚나무(Prunus subhirtella), 아우툼날리스(Autumnalis) 등 4종이 등록되어 있으며, 영명으로는 ‘Winter flowering cherry’라고 합니다.

가을에 피는 벚나무는 일본에도 있습니다. 시월벚나무(十月櫻)라 부르는 이 벚나무는 원예품종으로 대부분 후지벚나무 계열로 알려져 있습니다. 단풍나무와 나란히 심어 단풍과 벚꽃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도록 배치한다고 합니다. 가을에 피는 벚나무는 네팔에도 야생종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기후 온난화와 함께 가을에 벚꽃을 즐길 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가을뿐만 아니라 겨울에 피는 벚나무도 있습니다.

붉은겨울벚꽃(寒緋櫻, Cerasus campanulata). 추위에 붉은 색(緋 : 붉을 비)으로 피는 벚나무. 음력 설날에 피어서 ‘설날벚꽃’이라 부르며 중국 남부에서 대만에 걸쳐 분포합니다. 종소명에서 알 수 있듯이 범종 모양의 꽃이 특징이라 중국에서는 ‘종꽃벚꽃’으로 불리며 1월부터 3월이 개화시기입니다.

그냥 겨울벚나무(寒櫻)도 있습니다. 한비앵의 한 종류로 원산지는 중국이고 붉은겨울벚꽃(寒緋櫻)과 산벚나무의 잡종으로 추정되며, 2월부터 3월에 꽃이 핍니다. 여기에 나오는 한자 ‘앵(櫻)’은 우리나라에서는 앵두를 나타내는 ‘앵두’ 앵이지만 일본에서는 벚나무를 나타내는 ‘앵’자입니다.

벚나무의 종류는 많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우리나라 제주도와 전남 대둔산이 원산지인 왕벚나무, 팔만대장경 목판 60% 이상의 재료로 사용된 산벚나무, 봄에 가장 일찍 핀다고 이름 붙여진 올벗나무, 가지가 아래로 늘어지는 수양벚나무, 겹벚나무, 섬벚나무, 개벚나무, 꽃벚나무, 털개벚나무, 보라색 호주벚나무 등 원예종까지 더하면 300여 종이 넘습니다.

심지어 제주도 관음사 왕벚나무 자생지 주변에도 올벚나무, 산벚나무, 잔털벚나무, 섬개벚나무, 산개버찌나무, 한라벚나무 등이 살고 있고, 우리나라에만 16종의 벚나무가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벚나무의 수명도 재배종 왕벚나무 소메이요시노(일본재배종)가 50년 남짓이라면 산벚나무는 500년, 올벚나무 중에는 2천년이 넘은 나무도 있습니다.

그럼 우리나라에 벚꽃놀이 문화는 언제부터 생긴 것일까요? 조선의 봄꽃놀이는 진달래를 구경하고 전을 붙여먹는 화전놀이였습니다. 벚꽃은 근대 이전에는 우리 문화 속으로 들어온 적이 없습니다. 일제는 우리의 정신문화를 말살하기 위해 창경궁에 동물원을 만들고, 벚나무를 심었습니다. 창경궁의 벚꽃놀이는 1958년부터 1980년대 초까지 창경원 밤 벚꽃놀이로 지속되었습니다. 이후 이곳의 벚나무를 여의도 윤중로로 옮겨 지금의 윤중로 벚꽃길이 생긴 것입니다. 지금 전국에는 벚꽃놀이 명소가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그리고 벚꽃 길은 늘고, 벚꽃을 보기 위한 상춘객(賞春客)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무궁화놀이, 화전놀이가 아닌 벚꽃놀이가 늘어나고 있는 지금의 꽃 문화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조상제 범서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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