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Viewpoint] 다시 찾은 이태리
[Global Viewpoint] 다시 찾은 이태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1.26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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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중해를 항해하는 크루즈 선상에서 이 원고를 쓰고 있습니다. 밀라노까지는 비행기로 와서 11만4천톤급 크루즈선을 타고 지중해 일대를 돌면서 유명 항구도시를 관광하는 코스입니다. 수년 전 육상으로 관광한 경험이 있는 이태리를 크루즈관광으로 다시 찾아와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이태리의 사보나항을 출발하여 나폴리항에 들러 유명한 폼페이를 둘러본 후 지금은 시실리섬에 정박 중입니다.

우선 이태리의 경제현황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이태리는 1348년 흑사병의 만연으로 1/3이 사망한 역사적 흉터를 갖고 있지만, 현재의 인구는 6천60만명으로 유럽에서 4위이고 세계에서 23위입니다. 국내총생산량은 1조2천700억 달러로 세계에서 여섯 번째 부국이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개인당 국민소득은 세계에서 18위입니다. 긍정적인 경제통계 이면에는 부정적인 문제점도 있습니다.

첫째, 이태리 인구의 68%가 도시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량의 115%이고 극심한 재정적자로 국가부도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런 채무비율이 100%에 도달했고 일본은 225%를 넘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GDP는 15조4천억 달러이고 일본의 GDP도 5조 달러 이상입니다. 그래서 미국과 일본은 부채비율은 높아도 경제가 위기상황이라고 평가받지는 않습니다. 이태리의 전 총리는 국가채무를 줄이기 위해 긴축재정정책을 추진하려 했지만, 노동자와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은 사임해야 했습니다.

이태리 외화벌이의 일등공신은 관광사업입니다. 이태리 전체가 역사와 문화의 대유적지입니다. 피사의 사탑에서 시작하여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등 천재예술인들이 남긴 고귀한 걸작품들, 베니스, 로마교황청의 미술박물관, 폼페이 등등 세계인 모두가 선망하는 관광명소입니다. 이태리 인구는 6천60만이지만 관광객은 연간 6천500만에 이르러 이들이 이태리에 외화를 벌어주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의 이태리인들은 조상들이 이뤄놓은 업적으로 먹고산다고 해서 틀린 말이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땀 흘려가며 열심히 일하려는 의욕이 약합니다. 우리 국민들이 서독에서 탄광 일과 간호사 일을 하고 화시 130도가 넘는 중동의 뙤약볕에서 노동하여 벌어들인 외화로 단시일 안에 세계적 경제대국이 된 것과는 반대되는 길을 이태리가 걷고 있는 것입니다.

경제적으로 볼 때 관광수입은 쉬운 수입이지만 서플라이 채널(Supply Channel)을 통한 경제확대 효과가 없다는 것이 결점입니다. 즉 제조산업은 최종제품을 생산하는 노동자 외에도 그 최종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원자재나 중간단계의 경제활동을 요구하기 때문에 제조업이 벌어들이는 1달러($1)는 관광산업이 벌어들이는 $1보다 훨씬 경제확대 효과가 있는 것입니다.

이태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문제가 있습니다. 지나치게 후한 노동자 은퇴 프로그램을 유지하기 위해 과다한 재정지출을 해왔고 그 액수가 날로 늘어만 갈 뿐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맞출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산업이 잘 발달한 북부 이태리와 산업시설이 거의 없는 남부 이태리의 심한 수입 불균형도 문제를 키우고 있습니다. 남부 이태리는 실업률이 2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재정상황을 악화시키는 또 하나의 요인은 에너지 수요의 75%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지나가다 주유소에 표기된 휘발유 가격을 보니 1리터당 1.48 유로였습니다. 미국 달러로 환산하면 1갤런당 8달러50센트($8.50) 정도입니다.

홍병식 미국 LA·PSU 명예교수·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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