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제로 도시 울산을 꿈꾸며
플라스틱 제로 도시 울산을 꿈꾸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1.21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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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플라스틱 쓰레기가 심각한 지구촌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위기의식을 느끼는 사람은 적어 보인다. 당장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일까? 하지만 위기의식 없이는 문제 해결도 불가능하다. 위기의식은 변화의 원동력이고 변화를 위한 행동은 위기의식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쓰레기, 특히 미세플라스틱 문제는 세계가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야 할 시급한 현안이다. 적극적인 시민 참여를 통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지 않는다면 해결할 방법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우리는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플라스틱 소비를 이어가고 있다. ‘대한민국 플라스틱 소비량 세계 1위’라는 당당함으로 그 어떤 위기의식도 없이 말이다. 그래서 이번 기고문에서는 플라스틱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다시 한 번 짚어보고자 한다.

1950년대에 비해 플라스틱 생산량은 200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플라스틱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플라스틱 폐기량도 함께 늘었다. 문제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적절하게 처리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플라스틱 쓰레기가 어디로 갔는지조차 파악할 수 없는 지경이다. 다행히 최근 플라스틱 문제가 글로벌 환경문제로 대두되면서, 플라스틱 거동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 결과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다. Geyer 등은 지난 65년 동안 전 세계 플라스틱 쓰레기의 거동을 살펴본 결과 고작 10% 정도가 재활용되고 77% 이상이 매립되거나 버려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고했다. 또 Jambeck 등은 192개국의 연안 지역에서 발생한 플라스틱 쓰레기의 거동을 조사했다. 그 결과 매년 800만~1천270만t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바다로 유입되고 있다고 추정했다. 결국 육지에 버려진 플라스틱이 빗물과 함께 계곡이나 하천으로 유입되고 바다로 흘러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플라스틱 바다(Plastic Ocean)’다.

문제는 바다로 유입된 플라스틱 폐기물이 길게는 수십 년 동안 바다를 표류하며 강열한 햇빛에 광분해되고 파편화되면서 미세플라스틱(일명 2차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해간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미세플라스틱은 5mm 이하가 된 플라스틱을 이야기하지만, 이미 바다의 플라스틱은 10억분의 1m인 나노미터까지 작아졌다고 한다. 여기에 제품 생산을 위해 작게 만든 크기 5mm 이하의 미세플라스틱(일명 1차 미세플라스틱) 사용이 늘어나면서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 및 건강 영향은 더욱더 커지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유해성 화학물질과 중금속 등을 흡수·축적하는 능력이 뛰어나 섭취시 암이나 생식 독성 등 심각한 질환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7년 10월 국내 언론사와 연구기관은 경남(진해와 거제)의 양식장과 인근 해역에서 채취한 굴, 게, 담치, 지렁이의 내장과 배설물을 분석한 결과 표본의 97%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고 보고했다. 같은 해 환경부도 국내 정수장의 수돗물을 분석한 결과 일부 정수장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최근의 연구결과는 더욱 충격적이다. 미세플라스틱이 수돗물과 해산물을 넘어 생수, 맥주, 꿀, 설탕, 통조림 등에서도 발견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세플라스틱이 우리의 식탁을 점령하기 시작한 것이다.

런던협약에 의해 해양투기가 금지되었지만, 그간 우리가 버린 해양쓰레기는 고스란히 바다에 남아있다. 남태평양 쓰레기 섬도 그중 하나다. 이 순간에도 바다는 미세플라스틱으로 오염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위기의식을 갖고 행동하지 않는다면, 우린 멀지않은 미래에 바다의 먹거리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는 국가 간 협력을 통해 하루빨리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플라스틱의 해양 유입을 막지 못한다면 그러한 노력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결국 해답은 하나다. 플라스틱으로부터 자유로운 삶, 즉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다.

최근 울산이 생활폐기물 배출량 전국 1위라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지자체의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언론의 지적도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폐기물 문제는 시민의 노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친환경이 아닌 필환경 시대. 생활폐기물 배출량 전국 1위라는 오명을 벗고 필환경 시대를 열어가는 선도적인 세계시민(Global Citizen)으로서 ‘플라스틱 제로 도시 울산’을 꿈꾸고 실천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김희종 울산발전연구원 환경안전연구실장·환경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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