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교류협력시대를 준비하자
남북교류협력시대를 준비하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1.1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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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창간 12주년 특집기사의 주제는 ‘남북교류협력시대를 준비하자’였다. 5편에 걸친 이 기사는 울산이 남북교류협력시대를 앞두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울산과 닮은꼴인 나진선봉특구 개발에 참여할 기회는 없는지, 그 방안을 찾는 내용을 담았다.

또 남북교류협력시대가 열리면 본격화될 동북아경제권에 대한 미래비전과 현재의 남북관계, 미래에 한반도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민주평화당 대표)의 구상도 실었다.

취재를 하며 많은 생각을 했다. 기사를 이 시점에 내보내는 것이 시의적절한지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다. 최근의 남북관계가 불안하고 위태롭기 때문이었다. 사실 지금은 북미관계가 남북관계를 눌러 덮고 있다. 북핵문제는 6자회담의 틀을 벗어나 북미관계의 그늘에 묻혀 있다. 북미관계의 조정자 역할을 해오던 우리 정부는 어느 순간 옵서버로 내려앉았다. 그러기에 ‘남북교류협력시대 준비’는 북핵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뿐이다.

또 하나의 생각은, 북핵문제가 해결돼 UN 제재가 풀리고 북한과 교류협력을 시작할 때 우리 정부가 북한 김정은 정권을 교류협력의 파트너로 인정하는게 타당한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내가 생각한 남북교류협력의 선행조건은 이른바 ‘천안함 폭침’ 사건과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 사건(2008.7)에 대한 사과와 상응조치, 재발방지 약속이었다. 남북의 항구적 평화·공존 시대는 민족의 숱한 아픔을 녹여내고 나서야 진입한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취재에 나선 것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이 만만찮아서였다. 남과 북, 한반도 주변 강대국과의 군사적 긴장관계는 언제 전쟁이 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또 우리는 남북관계, 미국과의 동맹관계, 일본과의 무역분쟁 등으로 나라 안팎의 외교적 시험무대에 올라와 있다. 경제분야는 또 어떤가. 장기적 세계경제의 침체는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의 수출 길을 어둡게 하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각국은 무역장벽을 높게 치고 자국 산업 보호에만 혈안이 돼 있다. ‘약육강식’의 치열한 무역전쟁 속에서 한국은 세계시장의 돌파구를 제대로 찾기가 힘든 지경이다. 이런저런 상황들에 대한 대안으로 우리의 살 길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북쪽에 길이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다행히도 최근 북한의 소식에 정통한 취재원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신분 노출 때문에 자세한 얘기는 못하겠지만, 그는 중국 공산당 최고위 출신 조선족으로 나진선봉특구와 깊은 관계가 있었다. 그가 전한 북한 쪽 소식은 남쪽에서 생각하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에는 관광객들이 전세기를 타고 들어가고, 여기서 벌어들인 돈으로 경제를 건설하고 있다. 특히 나진선봉지역은 중국의 자본이 들어가면서 가공무역을 통한 경공업이 한창 일어나고 있다. 단적인 예로, 공장과 시장에서 돈을 번 나선특구 주민들 중에는 은행을 이용하고 금융소득으로 생활하는 사람도 나타나고 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북한은 지금 분명 변화하고 있다. 이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면 우리는 동북아지역의 주도권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울산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송철호 시장은 2021년 울산 전국체전에 북한 선수단을 초청할 계획이고, 남북교류협력위원회를 만들어 다가올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취재에 응한 소식통은 “북한은 울산을 잘 알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지금 울산이 준비할 것은 이 메시지에 대한 화답이 아닐까?

정인준 취재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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