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선재의 법률산책] 국제계약 체결시 ‘준거법’ 및 ‘분쟁해결’ 조항
[류선재의 법률산책] 국제계약 체결시 ‘준거법’ 및 ‘분쟁해결’ 조항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1.17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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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말 자문 중인 업체의 일로 베트남 호치민 출장을 다녀왔다. 도로를 가득 메운 오토바이의 행렬과 인파 대부분이 젊은이들로 채워진 모습을 보면서 국민 평균연령이 30대라는 젊은 베트남의 왕성한 에너지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베트남과 같은 해외시장은 매력이 넘치는 새로운 기회의 땅이기 때문에 그러한 기회를 찾아 도전하는 국내 업체도 적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나라를 달리하는 당사자 간의 협의가 결코 쉽지만은 않다는데 있다. 때로는 양 당사자 모두가 예상치 못한 문제점이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이 같은 문제들에 대해 명확하게 해둘 필요가 있다. 이때 알아두어야 할 것이 ‘준거법’과 ‘분쟁해결’ 조항이다.

먼저 ‘준거법’ 조항은 영문계약의 ‘Applicable law’에 해당하는 개념으로, 계약서를 해석하고 이행할 때 어느 나라 법률을 따를 것인지를 정하는 조항이다. 쉽게 말해, 문제가 발생할 때 대한민국 법을 적용할 것인지, 베트남 법을 적용할 것인지를 정하는 규정이다.

원칙은 당사자 간의 자유로운 협의로 정할 수 있으나, 일부 국가의 특수한 사안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자국 법령에 따르도록 하는 예외가 있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이나 기업이라면 계약서를 작성할 때 대한민국 법을 적용하는 것이 불확실성을 줄이게 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어느 당사자의 협상력이 큰지에 따라, 쉽게 말해 “어느 당사자가 계약상 갑의 지위를 갖는지”에 따라 결정되기 마련이다.

다음으로 ‘분쟁해결’ 조항은 영문계약의 ‘Dispute resolution’에 해당하는 개념으로, 계약서 문제로 당사자 간에 분쟁이 발생할 때 어디서, 어떤 절차에 따라 해결할 것인지를 정하는 조항이다. 즉, 법원에서 소송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기관의 중재를 거칠 것인지에 관한 규정이다. 이 또한 당사자 간 협의에 따라 정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때로는 예외가 있을 수 있다.

최근 세계적 샌드위치 업체인 ‘서브웨이’가 폐점 통보와 관련해 갑질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여기서 가맹계약상 분쟁은 미국중재협회의 중재로 해결하도록 규정한 듯하다. 그 결과 폐점 통보를 받은 점주는 미국 뉴욕에서 세계적 업체를 상대로 중재 절차를 밟아야 했고, 결국 폐점 통보가 적법한 것으로 결론이 난 것으로 보인다.

좀 더 구체적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겠지만, 이 뉴스를 접했을 때 변호사로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 대한민국 법원이 배제된 가맹계약 규정의 효력을 다투면서 이 사안에 대한 판단을 국내 법원에서 받아보았다면 다른 결론이 나올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과거 우리나라 대법원에서는, 중재가 아닌 소송과 관련한 판례이긴 하지만, 지정된 외국법원이 해당 사건과 합리적 연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외국 법원에서만 소송이 가능하도록 한 합의를 무효라고 본 사례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준거법 및 분쟁해결 조항이 갖는 중요성이 의외로 큰데도 실무상 큰 고민 없이 넘어가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예를 들어, 인터넷 검색을 거쳐 과거의 계약서 양식을 이용한 결과 조항 자체의 의미가 불분명해지는 경우도 있었던 것이다. 또한 양 당사자가 서로 다른 나라에 있는 점을 감안해 서로 양보가 아닌 양보를 한 끝에 제3국에서 재판이나 중재로 분쟁을 해결하기로 정한 경우도 있었다.

말이야 그럴듯하지만, 실제로 이 같은 방식으로 분쟁을 해결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물론 손꼽히는 대기업 간의 계약이라면 수천만원이나 그 이상의 법률비용이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지만, 일반적인 경우라면 구색 갖추기에 불과한 그와 같은 협의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국경을 넘는 투자가 일상화되고, 다양한 국가의 당사자간 거래가 활발해진 요즘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이 아닌가 생각된다.

류선재 고래법률사무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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