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울산, 재난·재해 대응 모범기지로 ‘우뚝’
[특집]울산, 재난·재해 대응 모범기지로 ‘우뚝’
  • 남소희
  • 승인 2019.11.13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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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관리 선진도시’로 거듭나는 울산]시청 제2별관 보안구역에 ‘재난안전경보상황실’지진·태풍·홍수 등 자연재해·각종 재난 관리시설·규모 전국 최고 수준, 잇단 벤치마킹 문의

최근 울산에서는 태풍과 지진, 염포부두 석유화학 선박 폭발·화재 등 각종 재난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다. 2016년 경주, 2017년 포항 지진의 여파로 인한 진동이 울산까지 감지됐고 시민들은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또 제5호 태풍 ‘다나스’부터 제18호 태풍 ‘미탁’까지 올해만 태풍 6개가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울산에도 크고 작은 피해를 입혔다.

지난 9월 동구 염포부두에서는 화학제품을 싣고 있던 선박의 화재폭발 사고가 발생, 대형 불기둥이 울산대교 바로 아래까지 치솟으면서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재난 상황이 벌어질 때 우리가 살고 있는 울산시의 대응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질까. 분명 존재하지만 자세히 알려지지 않은 재난상황 발생 시 울산시의 대응 프로세스를 짚어봤다.

제2별관 측면. 울산 시청 제2별관에는 4층 재난안전경보상황실뿐 아니라 울산시민 안전과 직결된 부서들이 모여있다. 	최지원 기자
제2별관 측면. 울산 시청 제2별관에는 4층 재난안전경보상황실뿐 아니라 울산시민 안전과 직결된 부서들이 모여있다. 최지원 기자

 

◇베일에 가려진 ‘재난안전경보상황실’

울산시청 제2별관 4층에는 시민들이 모르는 특별한 곳이 숨겨져 있다. 일반인은 입구부터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곳으로 소방상황실과 더불어 ‘재난안전경보상황실’이 바로 그것이다.

울산의 재난관리는 모두 이곳 ‘재난안전경보상황실’에서 이뤄지는데 시설과 규모 면에서 최고 수준이어서 전국에서도 벤치마킹 문의가 잇따르고 있는 곳이다.

재난안전경보상황실은 울산에서 발생하는 재난, 또 울산 인근에서 울산에 영향을 주는 모든 재난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재난안전상황과 민방위경보상황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재난안전상황 관리는 기상청, 경찰청, 소방, 해경, 구·군 등 관련 기관에서 자연재난, 사회재난 상황에 대한 업무다. 팩스, 전화, 인터넷으로 재난상황 정보를 접수하면 상황전파시스템을 가동해 재난관리과 및 관련 부서에 즉시 통보한다. 이 때 긴급재난방송(CBS)이나 전광판(재난, 교통, 버스), 방송사 자막요청 등의 전파 매체를 이용할 수가 있다.

민방위경보상황 관리는 중앙부처, 군부대, 기상청, 구·군, 원전(원자력본부) 민방공사태 및 지진해일 관련 사태 발생 시 상황을 접수하면 민방공 경보(공습, 경계), 재난경보(위험, 경계)로 전파하는 업무다. 두 기능 모두 관련 기관의 긴급상황 발표 시 즉시 조치가 가능한 상황을 유지해야 한다.

◇재난관리 어벤져스, 시청 제2별관

재난안전경보상황실은 지난해 3월 제2별관으로 이사를 오게 됐다. 지난해 9월 1일부터 재난안전경보상황실로 조직을 통합해 현 체제를 갖춰 운영되기 시작했다. 사실 제2별관에는 4층 재난안전경보상황실뿐 아니라 울산시민 안전과 직결된 부서들이 다 모여 있어 시쳇말로 ‘재난관리 어벤져스’로 통한다.

실제로 1층 민원실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면 시민안전실, 안전총괄과, 재난관리과, 원자력산업안전과, 민생사법경찰과를 한꺼번에 볼 수가 있다. 또 3층에는 소방행정과, 안전구조과, 조사실, 정보시스템실이, 4층에는 재난안전대책본부, 재난안전대책본부운영실, 119상황실, 재난안전경보사무실, 재난안전경보상황실, 재난경보방송실이, 5층에는 119사무실, 작전실, 영상회의실, 유지보수실, 장비보관실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지하 2층에는 군경합동상황실, 통합방위종합상황실, 지휘본부, 통제본부, 안보통신실, 작전지원실, 지역정보센터를 갖추고 있어 제2별관 자체가 전쟁 시 사실상 작전본부 기능까지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재난안전경보상황실 내부. 아파트 3~4층에 해당하는 10m가 넘는 층고를 자랑한다. 벽면의 대형 스크린과 각종 수준 높은 시설 때문에 타 도시의 벤치마킹이 잇따르고 있다. 최지원 기자
재난안전경보상황실 내부. 아파트 3~4층에 해당하는 10m가 넘는 층고를 자랑한다. 벽면의 대형 스크린과 각종 수준 높은 시설 때문에 타 도시의 벤치마킹이 잇따르고 있다. 최지원 기자

 

◇수준 높은 시설로 타 지자체 벤치마킹 인기

울산 재난안전경보상황실은 시설과 규모 면에서 훌륭해 다른 지역에서 벤치마킹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4일에는 광주에서 견학을 왔고 최근 강원도에서도 방문했다.

상황실 내부는 일반 아파트 3~4층에 해당하는 10m가 넘는 층고를 자랑하는데 한쪽 벽면에는 대형 스크린이 붙어 있다. 이 스크린으로 울산 전 지역에 설치된 5천58개 방범용 CCTV로 홍수, 교통, 산불 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게 된다. 또 화재 시 소방차에 달린 카메라가 실시간 현장 영상을 송출해 재난안전경보상황실과 119종합상황실은 실시간으로 화면을 공유할 수 있다. 홍수재해 예측, 강우량, 태화교와 울산 내 배수시설 상시 모니터링도 가능하다. 또 위쪽에는 재난안전경보상황실을 지켜볼 수 있도록 특수 미러 유리가 설치된 공간도 있다.

◇재난 발생 시 대응 프로세스

울산지역에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럴 경우 재난에 대한 초기 상황 전파가 피해를 줄이는 데 가장 중요한 만큼 관련 기관과의 실시간 소통과 협업이 중요하다.

먼저 기상청에서 지진 발생 직후 초 단위로 상황을 전송하면 재난안전경보상황실의 지진감지 경보벨이 울리게 되고, 울산지역 기지국 내 있는 모든 휴대전화가입자들에게 긴급재난문자(CBS)가 송출된다. 다만 3G서비스 가입자는 제외다.

이어 77개 민방공 단말, 289개 울주군 마을방송 장비를 통해 지진 상황을 매뉴얼대로 방송하게 된다. 스마트정보전파 상황시스템으로 방송사 자막과 전자팩스, 또 시내에 위치한 도로전광판(재난문자전광판) 37개소에 문자 입력을 통한 재난상황이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비록 올해 9월 11일부터 긴급재난문자 사용권한이 구·군까지 내려왔지만 오남용 문제가 있어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실제로 재난 문자를 보내면 기지국이 겹쳐지는 구간인 ‘부산’, ‘양산’ 등 인근 도시에서 “나는 울산사람도 아닌데 재난 문자가 왜 오냐”는 항의를 받기도 한다. 이런 민원도 재난안전경보상황실이 처리해야 할 업무다.

긴급재난문자는 주관부서에서 요청하면 재난안전경보상황실에서 바로 시민들에게 보낼 수 있다. 이번 염포부두 선박 폭발·화재의 경우에는 폭발의 여파로 울산대교 근처까지 불기둥이 치솟은 급박한 상황이라 사고 직후 시민들에게 긴급재난 문자가 송출됐다. 울산시청 홈페이지 가입자들에게는 별도의 문자메시지(LMS)가 한 번 더 전송된다. 한번 전송할 때마다 300~400만원의 전송비용이 들기 때문에 재난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중요하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9명 3교대 근무… 인력 충원 필요성 제기

지난달 말 시청 제2별관 4층에서 재난관리과 문부용 주무관, 재난안전경보담당 장경보 사무관을 만났다. 통제구역을 가리키는 팻말이 붙은 철문이 열리고, 한 눈에 다 담기 힘든 거대한 재난안전경보상황실과 마주했다. 3교대로 24시간 운영하는 재난안전경보상황실 근무 환경 탓에 밤을 지새운 두 사람의 얼굴에는 피로가 가득했다.

재난안전경보상황실은 1년 365일 24시간 깨어 있어야 한다. 직원 9명이 업무 구분 없이 상황근무반으로 3인 1조 3교대로 근무하는데 인력 충원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전문 분야인데다 예산 탓에 근무자 1명을 늘리기도 어려운 상황. 인터뷰 당시에도 상황실에 두 명의 담당자가 더 있었는데 실시간으로 데이터가 전송되는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집중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재난관리과 문부용 주무관, 재난안전경보담당 장경보 사무관은 “늘 긴장해야 하는 탓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하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사명감 없으면 하지 못할 일”이라고 말했다.

통합되기 전 기존 민방위경보통제소(9명 2인 3조 3교대)와 재난안전상황실(8명 2인 3조 3교대)에는 총 17명의 직원이 4인 3조 3교대로 근무했지만 재난안전상황실로 통합된 후 9명이 3인 3조 3교대로 일해 업무 부담이 늘어 인력충원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했다.

시 관계자는 “타 지자체의 경우 재난안전상황실과 재난경보상황실을 분리해 운영하고 있지만 울산은 재난안전경보상황실 조직 통합으로 유사한 기능을 한데 묶어 재난상황 시 업무일원화로 빠른 판단이 가능해 재난에 더 신속하게 대비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119종합상황실과 재난안전경보상황실 합동근무로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접목한 홍수재해관리시스템 등 재난 예·경보 시스템으로 재난과 관련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각종 재난 발생 시 시민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남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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