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해질녘에서 꿈을
가을 해질녘에서 꿈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1.07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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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약간 쌀쌀하여 윗도리는 내가 좋아하는 옷으로 바꾸어 입었다. 이 윗도리는 꽤나 세월이 흘렀다. 내가 알기로는 20년 가까이 된 듯하다. 륙색을 많이 메고 다녀서인지 옷 뒷부분에 흰 줄 모양으로 닳아있다. 멜빵에 수없이 부딪혀 삶의 흔적을 새겨놓은 것이다. 정장차림을 하고 멋을 낼 때는 좀 부끄럽기도 하지만 개의치 않으려 한다. 입고 있으면 옷이 편하여 너무 좋기 때문이다. 싫증도 나지 않고 남 보기에 평범한 우리의 보통아저씨로 보일듯해서다.

어느 때는 윗도리를 멋있게 입고 다니고 싶은 강렬한 충동이 일어난다. 더 아름답고 멋스러운 것으로 말이다. 흔한 장소에서 판매하는 물건이 아닌 고급스럽고 때깔 있는 품격의 옷을 입고 싶은 거다. 멋들어진 윗도리에 걸맞은 우아한 바지를 골라 콤비로 입고 나가면 더욱 신바람이 날 것 같다. 당연 그런 옷이라면 마음도 멋스러운 품격으로 맞추어야 할 텐데…. 말과 행동도 거기에 맞게 품위가 있어야 할 텐데….

우리는 늘 사람을 만나고, 사람과 대화하고, 사람들과 맛 나는 음식을 먹는다. 그리고 커피숍에서 여유롭게 차의 진미를 맛보는 그런 일상에 매일 살고 있다. 어느 누구든 고매하고 고운 홍엽의 가을 경치에 감동하여 어쩔 줄 모른다. 가족, 친지나 연인이 옆에 있으면 함박웃음을 짓거나 사진으로 추억을 남기기도 한다. 이러한 일상의 평온한 마음을 갖고 살아가는 일이야말로 정말 찬연하지 않은가.

11월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는다. 집을 나서면 길가의 가로수는 이제 하루하루 그 잎새가 농후하게 색칠을 하고 있다. 그뿐인가. 내가 좋아하는 잔디언덕의 잔디는? 그 주위를 둘러싼 가을나무의 큰 잎새. 노랗고 빨갛게 물든 마르니에와 오동나무도 오늘따라 길손에게 지나치게 환대를 받아 어쩔 줄 모르는 것 같다. 정말 아름다운 가을이다.

이제 머지않아 새해라는 찬란한 신년을 맞이한다. 세상 사람들의 마음은 두근두근할 것이다. 하고 싶은 신년의 일들이 올해에 비해 많아 보여 나름 다짐이 대단한 것 같다. 개인의 삶에 가치가 있고 자존감이 내재한다면 누구보다 뒤지지 않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일종의 한없는 욕심이지만 이런 의욕은 건강에도 좋을 것이다. 끝없이 인간은 앞으로 정진해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탐구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을 거다. 대상을 랜덤하게 골라 지혜를 쌓아가, 다가올 역경의 삶을 헤쳐 나가야 된다. 커피 한잔 테이크아웃 하여 한잔의 온기를 느끼면서 책방 점두에 진열되어 있는 서적들을 훑어서 가보라. 자신도 모르게 눈알이 총명해지고 정신이 집중될 것이다. 어떤 보물이 숨어있는지 놓칠세라 눈망울은 또롱또롱 굴러다닐 것이다. 덩달아 엔도르핀도 솟아오른다.

가끔 들르는 코너로 가보자. 무거운 철학 개념, 가벼운 심리분석 내용, 손에 넣고 싶은 아름다운 글귀, 닮고 싶은 고명한 저자의 지혜로움, 인용해 보고 싶은 명언, 감동스러운 그들의 외침 등등 여기저기 보석 같은 삶의 지혜가 알알이 박혀 있다. 어느 때는 건강한 한, 며칠 밤을 새고 싶은 심정이다. 얼마든지 책속을 날아다닐 수 있으니 감동스럽지 않은가. 그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변환기가 찾아왔음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멋진 글에, 멋진 표지 레이아웃을 걸고 나름대로의 진정한 삶을 이야기하고 싶은 충동제가 될 것이다.

이제 경험된 삶의 방식도 많이 배웠으니 잘 대처해 나가는 일만 남겨두고 있다. 무엇인가를 세상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환영받는 유토피아 속으로 빠져들고 싶어진다. 세월의 물살에도 방향을 잃지 않는 지혜로운 인간으로 나이 들고 싶다. 마치 티백 같은 인간으로 말이다. 멋진 삶의 전환기가 되도록 기원한다.

김원호 울산대 인문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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