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그려지는 울산시립미술관
가슴에 그려지는 울산시립미술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1.06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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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8월말에 울산시립미술관 기공식이 열렸다. 계획에서 기공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오랜 세월이 걸렸다. 처음 미술관을 짓겠다고 공표한 후 부지 선정에서 규모, 정체성 논의까지 지루한 공방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미술관이 도대체 언제 만들어질지 궁금해 하다가 더러는 미술관이 들어선다는 사실도 잊어버리기도 했다. 늦었지만 첫 삽을 뜨고 공사를 시작했으니 이제 근사한 모습으로 탄생하기를 기다리면 된다. 울산이 처음 갖는 미술관이기도 하지만 한 도시의 가장 대표적인 문화 인프라이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새 시장이 취임하고 나서 미술관 건립 계획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는 공론화 과정을 거친 것으로 안다. 그래서 1년 정도 사업 추진이 늦어졌다. 그러나 만약 예산 손실을 감수하고도 더 나은 미술관이 탄생한다면 길게 봐서는 오히려 잘된 일일 수 있다. 문화라는 것은 공산품을 생산하는 것처럼 인풋(input)과 아웃풋(output)이 계획처럼 정확하게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떤 의도와 과정을 거치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예상 밖으로 도출될 수 있는 것이 문화다.

아무튼 울산은 이제 머지않아 미술관을 갖게 된다.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면 2021년 12월에 개관한다. 울산이 다른 도시에 비해 문화 환경이 크게 부족하다고 늘 자탄해 왔다. 한국경제를 이끌면서 헌신했던 도시에 문화적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이 늘 유감이었다.

감히 파리나 뉴욕 같은 거대 문화도시와 비교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최소한의 격조를 갖춘 대표 콘텐츠 하나 정도는 갖고 싶었다. 새로 탄생할 미술관이 시민들의 그러한 욕구를 충족시켜 줄지는 지켜볼 요량이다.

그동안 미술관을 두고 불거졌던 다양한 이슈 가운데서도 평범한 시민 입장에서 가장 관심이 간 부분은 규모의 문제였다. 당초 예정했던 부지인 울산초등학교 자리에 객사 유구가 발견돼 위치가 북정공원으로 옮기면서 그 규모가 작아져서 아쉽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미술관 규모가 그리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안에 어떤 콘텐츠를 갖추느냐가 더 중요하다. 다행히 현재 울산시가 울산초등학교 부지의 활용방안을 새로 검토하고 문화재청과 논의한다니 결과에 따라 그런 불만도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여 다행스럽다.

또 하나는 미술관의 기능이다. 전문가들이 누차 미술관은 복합 문화센터의 기능을 해야 한다지만, 아직 일각에서는 미술관을 전시기능을 담당하는 전시관으로 오인하고 있다. 우리 미술관이 선진국의 유명 미술관처럼 빼어난 가치를 지닌 소장품을 대거 확보하고 출발하지 못할 바에는 초기에는 복합 문화센터라는 기능을 담당하는 신개념의 미술관이 타당하다. 새 미술관에서 수준급 미술작품을 감상하고 첨단 미디어 아트도 즐기며 심지어는 콘서트와 전위적 퍼포먼스까지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또 본격적인 예술교육이 이뤄지고 주말 가족나들이 장소로 부상한다면 울산시민의 새로운 행복 아이템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할 것이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이 많이 부럽다. 하지만 그들이 수세기에 걸쳐 쌓은 문화적 가치를 하루아침에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지금부터 출발해 후손에게 우리의 고유한 가치를 담은 문화를 물려주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늦었다고 포기하면 안 된다. 작지만 알찬 미술관을 건립한 후 그 미술관을 키우기 위한 시민들의 노력이 지속된다면, 수세기 후에는 울산미술관이 경제와 문화를 함께 선도했던 울산의 대표 유산으로 남을 것이다. 우리는 그런 미술관을 만들어가야 한다.

초금향 떡만드는앙드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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