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야 미안하다
지구야 미안하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1.05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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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선의 ‘쓰레기통 잠들다’라는 동시를 읽었다. 그 순간,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동물들에게 사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긴 날개를 가진 바닷새 알바트로스/ 두 달이면 지구 한 바퀴 휘이 둘러볼 알바트로스는/ 날면서 먹고/ 날면서 쉬고/ 날면서 자고/ 날면서 크고/ 날면서 늙어 가는 자신의 운명을 버리기로 했다//

바다 위를 떠다니는 플라스틱 조각들/ 모래밭에 반짝이는 유리 조각들/ 그래서 바다의 쓰레기를 치우는 청소부가 되기로 했다//

날면서 병 뚜껑 보면 꿀꺽 삼키고/ 날면서 유리 조각 만나면 주워 담고/ 장난감 조각부터 스티로폼, 볼펜에 칫솔까지/ 꿀꺽꿀꺽 주워 담아/ 자기 몸을 쓰레기통으로 만들기로 했다//

가장 멀리/ 가장 오래 나는 알바트로스/ 오늘 그 큰 날개를 접고 바닷가에 조용히 몸을 뉘었다/ 뱃속 가득 쓰레기를 채우고도/ 넘치는 쓰레기 남겨 두고 떠나 못내 아쉬운 듯/ 끼룩끼룩 몇 마디 남기고/ 밀려오는 파도 소리 들으며 눈을 감았다//

알바트로스는 먹이를 구하기 위해 1만 6천km 이상을 날아가고, 바다에 떠 있는 먹이를 낚아채는 방식으로 먹이를 구한다고 한다. 뱃속에 먹이를 가득 채운 알바트로스는 새끼들이 기다리고 있는 섬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사람들이 무심코 버린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하고 새끼에게 먹인다.

박혜선의 시어(詩語)들이 일러주듯, 일회용품과 쓰레기들 때문에 동물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일회용 플라스틱의 평균 사용 시간은 약 6개월이지만 썩어서 자연으로 돌아가기까지는 무려 500년이나 걸린다고 한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에 의하면 1950년부터 2015년까지 65년 동안 전 세계에서 생산된 플라스틱은 83억 톤이나 된다. 그중에서 폐기된 플라스틱은 약 63억 톤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재활용되는 플라스틱은 9%밖에 되지 않는다.

각종 건강보조식품을 식탁위에 잔뜩 올려놓고 챙겨 먹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건강보조식품이나 보약을 먹는 것보다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종이컵에 펄펄 끓는 물을 부어서 커피를 타서 마시는 건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건강에 해롭다. 나는 오래 전부터 외출할 때마다 컵을 필수품처럼 들고 다닌다. 어떤 행사를 한 번 치르고 나면 종이컵이 수북하게 쌓여있는 것을 볼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다.

자연 속에서 놀면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나는 집 근처에 있는 산에 자주 오른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맑은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산을 오르다 보면 부정적인 생각의 찌꺼기들이 말끔히 씻겨 사라진다. 산에 오를 때는 꼭 비닐봉지를 가지고 간다. 사람들이 무심코 버린 쓰레기를 주워 오기 위해서이다. 산을 좋아한다면 그 모습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도록 보호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동물들이 살 수 없는 환경에서는 사람들 역시 살기 힘들지 않을까. 사람들의 부주의로 버린 플라스틱 때문에 죽어가는 동물들이 더 이상 생겨나지 않도록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깊이 생각하고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애란 재능시낭송협회 울산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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