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만에 미국에서 꽃피운 호접난 (上)
18년 만에 미국에서 꽃피운 호접난 (上)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1.05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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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4일 울산광역시 농축산정책 혁신역량 강화 워크숍이 센터에서 뜻 깊게 열렸다. 오랜만에 농축산 분야의 선·후배 공무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농업혁신에 대하여 대화하는 진지한 자리였다. 애쓰신 김영기 과장에게 감사드린다. 특히 미주 한인상공회의소 총연합회 이사장이자 코루스 오키드 대표(Korus Orchird CEO)인 황병구 강사(이하 ‘황 사장’)의 울산 사랑과 호접란 수출의 새로운 이정표를 열기까지 18년간에 걸친 생생한 경험과 성공 스토리가 가슴을 찡하게 했다. 지금부터 그의 강연 속으로 들어가 본다.

먼저 그의 농장을 찾아가 보자. 한국인들이 경영하는 농장이 모여 있는 곳으로, 올랜도에서 차로 30분 정도 달려가면 만날 수 있다. 올랜도의 위치를 확대해서 보면, 미국 동부 남쪽 플로리다 반도 저지대의 호수가 많은 지역으로, 북위 28도(제주도는 북위 33~34도)에 해당한다. 연간 4천여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로 반도 남쪽으로 바다를 건너면 바로 인접국가 쿠바다. 관광지로 개발되기 이전에는 감귤류 재배의 중심지였다. 올랜도에서 외곽으로 30분 남짓 차로 가면 하우스 농장들이 나타난다.

2001년 처음 이곳에 정착할 당시에는 한국인 50가구가 농장을 경영했으나 지금은 45가구로 줄었다고 한다. 이들 중 35농가는 관엽식물, 10농가는 난류를 재배하고 있고 ‘코러스 오키드’는 이 중에서도 호접난 재배로 유명한 농장이다. 황 사장의 농장은 하우스 내부 면적만 4에이커 약 4천800평 정도이고, 한국의 자재와 기술력으로 만든 하우스다. 한국 하우스 자재의 우수성과 기술력이 충분한 경쟁우위에 있다고 생각되어 구축하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 현장의 책임은 황 사장과 함께 농장을 경영하는 아들이 맡으면서 꽃을 돌보고 있다. 널찍한 실내에는 하우스가 연동으로 구획되어 있다.

온도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질문을 던졌다. “낮에는 25도, 밤에는 16도로 관리합니다. 이처럼 에어컨 설비를 전체로 갖춘 농장이 부근에는 없어요. 에어컨을 틀면 생산원가가 높아지잖아요.” 황 사장이 에어컨을 가동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식물이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찬 겨울’ 기간을 거쳐야 한다. 보리가 싹을 틔우기 위해서 한겨울을 거쳐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열대식물인 호접난도 동면을 한다. 4개월 동안 저온으로 동면시키면 품질 좋고 튼실한 꽃을 피운다는 것이다. 에어컨 전기세로 매달 2만 불씩 나간다고 한다.

“대만에서 매년 100만 개의 호접난을 들여옵니다. 꽃 색깔에 따라 종류가 조금씩 다르지요. 화분 크기도 다릅니다. 3인치, 4인치, 5인치로 제각기 용도가 달라요.” 황 사장의 농장에서 출하하는 호접난은 품질이 최정상급이다. 미국에서는 보통 한 줄기에 꽃이 7개가 피면 정상 제품이라고 하지만 황 사장의 농장에서는 한 줄기에 꽃이 15개 이상 핀다. 제품경쟁력에서 월등하다 보니 시장에서 더 비싸게 팔릴 수밖에 없다.

황 사장은 난 재배라면 자타가 인정하는 최고의 전문가다. 그는 울산에서 호접난 농장을 운영하다가 2001년 미국행을 택했다. 울산에서 미국을 가기 전에도 화분에 담은 호접난을 일본으로 처음 수출하기도 한 그는 자국 시장 보호를 위하여 수시로 수출 물건에 대해 트집을 잡는 일본과 춘절 때 반짝 수요만 있는 중국보다는 미국 시장에 주목했던 것이다. 미국에 농장을 만들게 된 이유로 황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한국 난을 가져다가 미국에서 키워서 큰 미국 시장에 팔자고 조합을 만들었어요. 농림부와 울산시, 농소 농업협동조합이 동참해서 수출 전진기지로 이곳 플로리다에 농장을 만든 거지요.”

황 사장이 미국에 진출한 시기는 2000년 초로 호접난이 전자산업의 반도체처럼 농업 분야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를 미래 산업으로 회자되고 있을 때였다. 제주도부터 경기도까지 미국 진출이 곧 성공의 신화를 이룰 수 있다고 각 지자체에서 우후죽순으로 시도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의 성공신화는 이렇게 시작되었던 것이다. ▶下편으로 이어짐

윤주용 울산시농업기술센터 소장, 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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