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토박이 시인의 정겨운 사투리 시집
울산 토박이 시인의 정겨운 사투리 시집
  • 김보은
  • 승인 2019.11.04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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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경 시인 새 동시집 ‘하늘만침 땅만침’ 발간… 새빠리게·끈텅머리 등 사투리 녹여
박해경 시인의 새 동시집 '하늘만침 땅만침' 표지.
박해경 시인의 새 동시집 '하늘만침 땅만침' 표지.

 

‘문캐다’, ‘새구랍다’, ‘찔락거리다’ 등 울산의 사투리를 주제로 한 동시집이 나왔다. 울산 토박이인 박해경 시인의 세번째 동시집 ‘하늘만침 땅만침(도서출판 섬아이)’이다.

시집에는 ‘새빠리게’, ‘끈텅머리’, ‘꾸물탁’, ‘히시 노코’ 등 생소한 말이 들어 있다. 시인은 이 말들을 활용해 어떠한 장면과 감정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엄마가 무친 미나리//식초를 많이 넣어/엄청 새구랍다.//아빠는 맛있다며/코를 벌렁거리며 먹는다.”(동시 ‘새구랍다’)

이처럼 ‘시다’의 사투리인 ‘새구랍다’는 신맛을 나타내는 형용사인 동시에 그 맛이 점점 퍼져가는 듯한 동사적 느낌으로 다가온다.

또한 시인은 사투리를 동시 안에 완전히 녹아들게 하는 데 공을 들였다.

“엄마 아빠 헤어지고/큰집에 얹혀사는 나//일기 쓸 때마다/’큰’이라는 글자를/문캐고/엄마 아빠라고 쓰고 싶다.//누구에게 들킬까 봐/내 마음도/쓱쓱 문캔다.”(동시 ‘문캐다’)

시를 읽어보면 다소 낯선 말인 ‘문캐다’의 뜻을 이해할 수 있다. ‘큰 집에 얹혀사는 나’의 서러움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여러 사정으로 눈치를 봐야 하는 현실이기에 ‘쓱쓱 문캘’ 수밖에 없는 ‘나’의 마음을 동시를 통해 표현했다.

박해경 시인.
박해경 시인.

 

박해경 시인은 “오랜기간 사투리로 동시를 써야겠다고 생각만 했는데 꿈이 이뤄져 즐겁게 쓸 수 있었다”며 “시집에 나오는 울산 사투리는 아주 많은 것들 중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그 사투리 속에는 가족, 이웃 그리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울산의 정겨움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도서출판 섬아이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팔도 사투리가 풍부한데, 이제까지 표준어 정책을 꾸준히 펼쳐온 것도 사실이다. 다들 아는 얘기지만 한 낱말에는 수만년의 인류 문화가 스며 있다”며 “박해경 시인의 ‘하늘만침 땅만침’이 어린이 독자들에게 널리 읽히길 바란다”고 추천했다.

박해경 시인은 2014년 ‘아동문예’로 등단했고 저서로는 ‘딱 걸렸어’, ‘두레 밥상 내 얼굴’ 등이 있다. 이 중 ‘두레 밥상 내 얼굴’은 ‘2019년 올해의 좋은 동시집’에 선정됐다. 제2회 황순원 디카시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디카시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김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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