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비 지원과 곳간
교복비 지원과 곳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0.31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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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울산지역에 중·고등학생을 둔 학부모들에게 희소식이 하나 날아들었다. 내년부터 지역 소재 중·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교복 구매비를 전액 무상으로 지원을 받게 된다는 소식이었다. 현재 울산시교육청이 일반 학생들에게 교복 구매비의 절반을 무상으로 지원하던 것을 울산시와 구·군이 나머지 절반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는 이날 울산시와 시 교육청 간에 개최된 교육행정협의회에서 결정된 사항이다.

그동안 지역 중·고등학교 학생들에 대한 교복비 지원은 시 교육청 차원에서 일반 학생에게는 상한액인 25만원의 50%를 지원했고, 저소득층과 다자녀 학생들은 교복비의 100%를 지원했다.

하지만 이날 교육행정협의회 결정으로 내년부터 모든 중·고교 신입생들은 무상으로 교복비를 전액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전체 예산은 55억원 정도로 이 가운데 33억원은 시 교육청이, 나머지는 시와 구·군이 부담한다. 분담 비율은 시 교육청 60%, 울산시 30%, 구·군 10%다. 기초단체 차원에서의 학생 교복비 지원은 이번이 최초여서 더욱 의미가 크다.

학생 교복비 전액 무상지원은 노옥희 교육감의 공약이다. 자체 예산으로 올해부터 일반 학생들에 대해 반액 지원을 실시했던 시 교육청은 전액 지원을 위해 울산시에 예산지원을 요청했지만, 곳간이 넉넉지 않았던 탓에 시로부터 번번이 거절당했다.

그러던 중 국비 확보 노력을 통해 행정안전부로부터 보통교부세 502억원을 추가로 확보한 시가 결정을 내리면서 전액 무상 교복 지원이 이뤄지게 됐다. 학생 복지 차원에서 분명 환영할만한 일이다. 더욱이 학부모들에게는 교육비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게 됐다는 점에서 낭보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시의 이번 결정에 대해 일각에서는 우려를 보내는 시선도 있다. 민선 7기 들어 복지 예산이 크게 늘면서 가뜩이나 시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 학생 교복까지 지원하면서 내년 살림살이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그것이다.

실제로 기업들의 실적 악화와 부동산 거래절벽에 따른 지방소득세와 취득세 등의 세수가 감소하면서 시는 내년에도 지방채를 발행한다. 앞서 시는 2018년 600억원, 2019년 70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했다. 내년에도 발행하게 되면 3년 연속이다. 2017년 채무 제로를 달한 지 3년 만에 울산시의 부채가 1천900억원까지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지방채는 행안부의 승인을 받아 한국지방재정공제회에서 빌린다. 이자는 1.5% 수준이며, 3년 거치한 뒤 분할상환 방식이다.

2018년 빌린 돈은 2021년부터 상환에 들어간다. 문제는 상환 시점에 경기회복이 더뎌 지방세수가 늘지 않으면, 빚을 내 빚을 갚아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는 점이다. 울산시도 이 같은 점을 우려하고 있다.

재정이 악화된 주된 원인은 지방 세원 축소와 복지예산에서 비롯됐다. 울산의 주요 지방 세원인 취득세와 지방소득세의 경우 크게 줄었다. 내년도 지방세입 추계는 1조3천500억원까지 내려앉았다. 전년대비 520억원이 줄어든 수치다.

여기에 정부의 복지정책 강화는 울산시의 재정난에 큰 몫을 차지한다. 복지사업 상당수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동 부담하는 ‘매칭’ 방식이어서 늘어난 복지예산만큼 지자체도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울산시의 복지예산은 전체예산의 32~33%에 달한다.

울산시의 이번 교복 구매비 지원 결정에 대해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복지예산을 늘리는 것도 좋지만 곳간도 신경을 쓸 때가 아닌가 싶다.



박선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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