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1월엔 감사할 일이 차고 넘쳐
올 11월엔 감사할 일이 차고 넘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0.31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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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11월은 평생 잊지 못할 날들로 차고 넘칠 듯하다. 먼저, 울산제일일보의 창간기념일은 11월 12일이다. 공교롭게도 이 날은 사랑하는 큰딸 생일이기도 하다. 참 묘한 인연이다. 그래서 본보에 더욱 애착이 간다. 2013년부터 지금까지 7년간 본보에만 125편의 칼럼을 게재했다.

그동안 탈고한 칼럼 하나하나 다 애착이 가지만, 특히 직접 기획하여 신문사에 제안한 연재칼럼을 성공적으로 마치게 되면 그 기분은 참 특별나다. 그리고 2015년부터는 본보 독자위원장으로 그 인연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임채일 사장과는 갑장(甲長)이라 도망갈 구멍조차 없는 셈이다.

사랑하는 큰딸이 내일 결혼한다. 서울 정동의 덕수궁 돌담길 끝에 있는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성당에서 혼배미사를 드린다. 솔직히 주중엔 울산에 있다는 핑계로 결혼준비 하는 데 별로 도와준 게 없다. 아내는 수시로 서울로 올라가 살 집을 알아보고 리모델링 계획과 이것저것 준비할 것이 많다는데. 아마 훗날 복수할 빌미를 제공한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된다. 이참에 감사드릴 일이 있다. 대전에서 올라갈 버스 2대는 미리 준비했는데 울산까지는 버스대절을 미처 생각 못했다. 서울까진 너무 멀어 축하객을 모시는 것이 결례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몇 분이 가든지 리무진버스를 준비하기로 했다. 버스와 음식을 위해 애써준 지인들과 그 먼 길을 마다 않고 찾아올 분들께 감사드린다.

결혼준비 중에서 가장 어려운 결정은 주례신부님이었다. 성당에서 결혼하면 미사를 집전할 신부님이 필요하다. 신랑신부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주례신부님은 대부분 부모가 결정한다. 그래서 오랫동안 아이들을 위해 기도해주고 기억해줄 신부님에게 부탁한다. 전부터 우리 아이를 잘 알고 있는 신부님이 계셨다. 그런데 5년간 하와이 성당으로 파견 나가 계신 것이 아닌가. 실로 난감했다. 그래도 아내는 카톡으로 정중히 청했다. 우리 부부의 진심이 통했는지 그 신부님이 한국으로 나오셨다. 결코 쉽지 않은 결정임을 잘 안다. 너무 감사할 일이다. 다 아이들 복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더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딸이 결혼하고 나면 또 하나의 마음 준비를 해야 한다. 11월 29일은 내 생일이다.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전(前)날이 정년퇴임이다. 연구소 규정상 만 62세가 되는 전날이 정년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화학 관련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화학연구원(이하 화학硏)에 들어간 날이 1986년 7월 1일이었다. 그러니까 정확하게 33년 5개월을 화학硏에서 한 우물을 파고 한솥밥을 먹은 셈이다. 요즘 세상에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중간에 회의도 느꼈고, 유혹도 위기도 있었다. 특히 2000년 전후가 가장 힘든 고비였다. 그 고비를 무사히 넘기곤 2007년 4월에 단신으로 울산에 내려왔다.

그 당시에는 교통편도 열악했고, 잠자리도 찜질방에서 해결해야 했다. 우선, 대전 어은동 집에서 출발해 울산 다운동에 있는 센터로 오려면 4시간 가까이 걸렸다. 지하철역까지 걸어간 다음 지하철로 대전역에 가서 기차에 몸을 실고 동대구역에 도착하면 다시 버스로 갈아타고 신복로타리에서 하차한다. 여기서 택시를 잡아타고 다운동에 있는 화학硏 센터까지 가야 한다. 또 초창기라 사택이 없어 모텔에서 자야 했는데 그때는 무거동의 숙박 사정이 썩 여의치 않았다. 이래저래 힘든 상황에서 오로지 열정과 패기로 버틴 셈이다.

따져보니 벌써 울총(울산총각) 생활도 13년차다. 화학硏은 울산이 유치한 첫 국가연구소다. 3명으로 시작한 센터가 어느새 130여명이 근무하는 본부가 되었다. 그 공로로 가장 영예로운 울산명예시민賞도 수상했다. 또한 RUPI 사업 덕분에 작년 ‘대한민국 화학산업의 날’엔 서울 롯데호텔에서 대통령표창도 받았다.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정년퇴임 후에도 울산에 계속 근무할 계획이다. 건강이 허락하고 울산이 나를 필요로 한다면 못 다한 일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언제부턴가 몰라도 이미 마음을 비운 지 오래다. 앞으론 지역공동체에 봉사하는 마음가짐으로 살 생각이다. 사회적 가치에 대해 좀 더 공부하려고 한다. 울산과의 인연,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동구 본보 독자위원장·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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