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후회하지 말고 “있을 때 잘해”
모두 후회하지 말고 “있을 때 잘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0.30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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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은 사랑하는 사람을 속절없이 떠나보낸 지 1년이 되는 날이었다. 준비 없는 이별은 남아있는 사람에게는 정말 큰 고통이다.

처음에는 너무나도 나에 대한 무책임함에 눈물도 안 나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리움에 사무치고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많은 일들로 인한 원망에 애들 볼까 두려워 한밤중에 혼자 일어나 서성이며 넋두리했었다. 잘 대해주지 못한 회한과 감당해내야 할 이런저런 일로 밤을 꼬박 세워가며 견뎌왔던 시간이 벌써 1년이라니.

‘시간이 약’이란 말을 정말 실감한다. 이제는 애들도 안정되고 나 또한 상처가 아물어 가는 듯하다. 먼저 떠나간 것에 대한 미안함인지 몰라도 이 어려운 경기에도 하고 있는 일에 많은 복을 주는 것 같아, 일이 술술 풀리는 날에는 하늘을 쳐다보며 “여보! 고마워”라고 대화를 나눈다. 도저히 못 견딜 것 같던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 첫 기일이 되었다. 나름 정성껏 음식을 준비하면서 1년 만에 맞이하는 재회라는 생각이 드니 조금 설레기까지 한다. 평소 좋아하던 조기를 맛나게 찌고 굽고 하는 시간 속에서 오랜만에 행복감을 느끼니 콧노래까지 나왔다. 하지만 가슴 저편에선 보고 싶은 감정이 북받쳐 올라 나도 모르게 울컥울컥 하게 된다.

왜 곁에 있을 때 소중하고 감사한 줄 몰랐는지. 떠나보내고 나니 이토록 보고 싶고, 옆에 남편이라는 울타리만으로도 든든한 존재였는데. “있을 때 잘해”라는 노래가 단순한 노래가 아닌 우리네 삶의 한 부분을 잘 일깨워주는 삶의 미학이라는 생각이 하루 종일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소중한 걸 잃어버리고 나서 가슴 아파하고 후회하는 삶을 살기보단 있을 때 최선을 다하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해본다.

톨스토이의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언제인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라는 ‘세 가지 질문’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왕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자신을 되돌아보기 위해 세 가지 질문을 자주 던져야 한다. 톨스토이가 말해주고 싶었던 메시지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이고, 자신 옆에 있는 사람이 가장 중요한 사람이며,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임을 알아야 한다. 또한 그를 위해 선행을 베풀어야 순간순간을 소중하게 보낼 수 있다는 촌철살인(寸鐵殺人) 같은 교훈 한마디를 뼈저리게 마음 한구석에 담아둔다.

하루 종일 애들과 이것저것 장 보고 음식을 준비하면서 아빠와 함께 했던 추억을 나누다보니 애들도 들뜨고 즐거워한다. 애들은 애들 나름대로 한참 아빠가 함께 해야 할 시기인데 아빠의 부재를 너무 일찍 겪은 탓인지 또래 아이들보다 너무 일찍 철든 모습이 엄마로선 늘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애들은 늘 엄마를 먼저 생각해주고, 자기 일은 스스로 알아서 잘 하는 모습이 여간 대견스럽지 않다. 오늘은 아빠랑 좋았던 일, 후회되는 일, 좀 더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한 회환을 나누며 1년 만에 아빠와의 재회를 정성껏 준비했다.

아들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한창 어른을 향해 성장하고 있는 중학교 1학년이다. 특히 사춘기에는 아빠의 조언과 지도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래서 좀 더 아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았으면 하는 원망이 때때로 들곤 한다. 그러나 삶과 죽음의 결정을 인간이 어찌 하겠는가. 1년 만에 남편에게 하고 싶은 말을 속 시원히 다 내뱉었다. 그리곤 약속했다. “여보! 더 열심히 살아서 애들 훌륭히 키우고 지금보다 더 멋진 삶을 살게요. 당신 없이도 혼자 씩씩하게 잘 해 나갈게요. 편히 쉬세요.”

강삼교 울산목재산업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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