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제의 자연산책] 비초비목(非草非木) 차군(此君)
[조상제의 자연산책] 비초비목(非草非木) 차군(此君)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0.29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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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초비목(非草非木).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뉘 시키며 속은 어이 비었는가? 저렇게 사시(四時)에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

중국 진나라 때 대개지(戴凱之)가 쓴 죽보(竹譜)에 나오는 시를 윤선도(尹善道)가 오우가(五友歌)에서 인용한 부분입니다. 대나무. 이름은 나무이지만 나무도 아니고 풀도 아닌 것이 대쪽같이 곧으라고 누가 시킨 것이냐? 곧고, 속없이 항상 푸르니 내 너를 좋아하노라.

차군(此君).

4세기 동진(東晋)에 살았던 서예가 왕휘지(王徽之). 왕휘지가 가난해서 빌려 살던 남의 집에 대나무를 심었습니다. 어떤 이가 그 이유를 묻자, 왕휘지는 하루라도 이사람(此君)이 없으면 살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 고사에서 대나무는 차군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왕휘지가 대나무를 의인화해 친구로 삼았습니다.

창포(菖蒲)라는 것이 있습니다. 창포가 단오날에 뿌리를 삶아 머리를 감는 식물이라면 창포중에 석창포라는 것도 있습니다. 석창포는 산골짜기 맑은 물가에서 삽니다. 뇌영양제인 총명탕(聰明湯)의 주재료이면서 조선의 선비들이 애용한 귀한 대접을 받던 식물입니다. 이 석창포의 뿌리가 1치(3cm) 길이에 9개의 마디가 있는 것으로 유명한데, 왕휘지는 대나무(此君)가 이보다 마디가 많고 면목(面目)이 우뚝 공경스러우니 창포가 마땅히 차군에게 절을 두 번 올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왕휘지의 차군(此君) 고사만큼이나 유명한 것이 소식(蘇軾)의 대나무 이야기입니다. 소식 아시죠. 호는 소동파(蘇東坡). 11세기 그 유명한 적벽부(赤壁賦)를 지은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사람.

“밥 먹을 때 고기반찬 없는 것은 괜찮지만/ 사는 집에 대나무가 없어서야 될 말인가./ 고기가 없으면 사람이 수척할 뿐이지만/ 대나무가 없으면 사람을 속물로 만든다네.”

소동파는 이 시에서 부귀영화보다 대나무가 좋다고 했습니다. 십만 관의 금을 허리에 차고 학을 타고 하늘을 나는 것보다 대나무가 더 좋다고 했습니다. 아름다운 대나무를 보면서 술을 마시는 풍류가 더 좋다고 했습니다.

겨울군자 대나무. 오상고절(傲霜孤節) 가을군자가 엄동설한(嚴冬雪寒)에 다 사그라들어도 겨우내 푸름으로 강직과 절개를 지키니 어디 따뜻한 봄날에 피는 매화와 비교하겠습니까?

그뿐이겠습니까? 대숲은 일반 숲보다 4배 이상 일산화탄소를 흡수하고, 피톤치드도 2배 이상 나오며, 산소도 훨씬 많이 나온다고 하니 그야말로 치유의 숲입니다. 산소를 많이 섭취하면 혈액순환이 잘 되어 질병의 자연치유가 된다고 합니다. 또 대숲은 주변보다 기온도 5도 정도 낮고 음이온이 대량 나와서 사람의 머리를 맑게 하고 심신을 안정시키며 피로를 회복시킨다고 합니다. 이러니 예부터 벼슬아치나 선비, 시인묵객들이 대나무를 좋아할 수밖에요.

울산에는 이런 대숲이 도처에 널려 있고, 특히 태화강가에 십리대숲을 갖고 있으니 얼마나 복 받은 도시입니까? 태화강가에는 십리대숲이 아니어도 강당대숲, 입암뜰 대숲, 벼리대숲, 삼호섬 대숲 등 강 주변에 여러 대숲이 있습니다. 울산시는 이러한 대숲에 연속성을 보충하여 2020년 내에 석남사에서 명촌교까지 백리대숲을 조성합니다. 중간에 5곳의 테마 공간도 조성합니다. 조성에는 에스오일, 경남은행 등 6개의 지역기업체가 참여합니다. 백리대숲 조성에는 태화강 주변의 대나무에 대한 역사적 고증, 치유, 힐링, 생장, 조망권 등에 신경을 써야 할 것입니다. 비초비목(非草非木) 차군(此君), 겨울 군자(君子) 대나무가 태화강 국가정원과 함께 전 세계인을 울산으로 불러 모을 날을 기대해 봅니다.

조상제 범서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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