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돌고래 폐사원인·책임 제대로 밝혀야
아기돌고래 폐사원인·책임 제대로 밝혀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0.29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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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오던 귀여운 큰돌고래 새끼(이하 ‘아기돌고래’) 한 마리가 울산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 수족관에서 숨을 거두었다. 지난 4일 태어나 28일 숨졌으니 살아 있은 날이 25일밖에 안 돼 안타까움이 더하다. 체험관 관계자는 장두리(암컷·10세)와 고아롱(수컷·17세) 사이에서 태어난 이 수컷 아기돌고래가 어미와 물속에서 헤엄을 치다가 오후 3시쯤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체험관 측은 정확한 폐사 원인을 밝히기 위해 곧바로 아기돌고래 사체의 부검을 관련기관에 의뢰했다.

아직 부검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아기돌고래의 폐사 원인에 대한 논쟁은 벌써부터 뜨거워지고 있다. 다음날인 29일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가 논쟁의 불씨를 먼저 지폈다. 핫핑크돌핀스는 폐사의 원인이 암수 돌고래를 분리해서 사육하지 않은 때문이라며 그 책임이 남구(남구시설관리공단)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단체는 성명을 통해 “남구는 비좁은 수족관 시설과 돌고래의 임신·출산·양육을 책임질 수 있는 전문인력 부족으로 돌고래 개체의 증가를 감당할 수 없는데도 암수 분리사육을 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 단체는 결론적으로 수족관 내 돌고래 번식 금지, 암수 분리 사육을 요구했다. 더 나아가 “남구는 반복되는 폐사에 책임을 지고 사육 돌고래를 야생으로 방류하라”고 다그쳤다.

고래생태체험관에서 태어난 아기돌고래의 죽음은 2014년과 2015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2009년 개관 이후 고래생태체험관에서는 수입 돌고래 4마리도 죽어 나갔다. 수족관에서 태어났다가 죽은 아기돌고래 3마리까지 합치면 모두 7마리나 된다. 사실이 그렇다면 폐사의 원인을 체험관 내부에서 찾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대로 부검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아 정확한 결론을 내리기는 이른 감이 있지만 핫핑크돌핀스의 주장을 애써 외면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 단체가 해양환경 보호, 특히 고래 보호에도 일가견이 있다는 사실은 지금까지의 활동실적만 보더라도 어렵잖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남구시설관리공단은 차제에 고래생태체험관 관리에 대한 발상을 과감히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고래생태체험관 내 수족관 하나만 하더라도, 핫핑크돌핀스가 지적한 것처럼, 너무 비좁은 탓에 돌고래가 여유롭게 살아갈 공간이 못 된다. 수족관 내 돌고래가 쳇바퀴를 돌리는 다람쥐처럼 헤엄도 치지 않고 똑같은 몸짓을 반복한다는 것은 이상 징후가 너무나 뚜렷한데도 체험관 측은 별다른 처방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몇 마리 남지 않은 돌고래들을 자연으로 되돌려 보낼 의지가 눈곱만큼도 없다면 ‘예산투쟁’이라도 해서 면적이 더 넓은 보조풀장을 활용하는 대안을 마련해서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금언처럼, 미온적 대처는 더 큰 불행을 부르는 씨앗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남구시설관리공단과 남구는 가슴 깊이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아기돌고래 폐사의 원인을 제대로 밝히고 그 책임을 확실히 묻는 모습을 이 기회에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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