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출연 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발간하는 다양한 간행물 중에 ‘국민환경의식조사’라는 것이 있다. 2012년부터 발행되고 있는 이 간행물은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환경’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부터 대기·토양·수질 등 환경매체에 대한 만족도와 환경개선을 위한 실천사항까지 설문조사를 한 뒤 이를 분석한 결과를 싣고 있다. 필자의 연구 분야에 속한 내용이어서 그 결과를 주의 깊게 살펴보는 편이다. 본고에서는 그 내용을 소개하면서 필자 나름의 단상을 나눠보고자 한다.

환경인식조사 대상은 항목이 다양하지만 지속적인 조사항목도 몇 가지 있다. △환경 전반 및 환경매체별 만족도 △향후 우려되는 환경문제 △기후변화의 심각성 △환경오염과 보전의 책임주체 △환경보전을 위한 개인의 행동 등이 그것이다. 5점 만점을 기준으로 평가한 ‘환경 전반에 대한 만족도’는 2012년 조사결과가 담긴 2013년 보고서부터 2017년 조사결과가 담긴 2018년 보고서까지 3점이 넘어 ‘보통 이상’의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작년(2018년) 조사결과가 수록된 금년(2019년) 보고서에서는 그 점수가 2.52점으로 보통 수준을 간신히 유지한 것으로 나타나 급격히 나빠진 것을 알 수 있었다.

‘환경매체별 만족도’는 쓰레기 처리문제, 소음, 화학물질로 인한 오염 및 사고 등이 계속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대기환경’은 조사가 진행되는 초기에는 응답자의 약 40%가 만족한다고 답했고, 2017년 보고서만 해도 3점 이상, 보통 이상의 수준을 보였다. 그러나 2018년 조사에서는 만족도가 2.05점으로 크게 떨어져 환경매체 중에서 만족도가 가장 낮았고, 응답자의 25%가 ‘매우 불만족’, 47.5%가 ‘불만족’이라고 응답해 다른 매체에 비해 불만족 비율이 높았다. ‘물환경’ 분야도 만족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다가 최근의 조사결과에서는 만족도가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우려되는 환경문제’는 자연자원 고갈, 쓰레기 증가, 대기오염, 기후변화가 꾸준히 높은 순위를 보였다.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정도를 살펴보면, 기후변화의 심각성은 알고 있지만 기후변화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환경보전에 대한 책임’이 가장 큰 주체는 중앙정부와 일반국민, 지자체 순이었고, ‘환경오염에 대한 책임’이 가장 큰 주체는 일반국민, 기업, 중앙정부, 지자체 순으로 나타났다.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환경정보 및 환경교육 확산, 환경규제의 엄격한 집행, 법 위반자에 대한 벌금 강화, 국민-기업 등 개별주체의 노력, 더 엄격한 환경규제 도입, 환경보전 노력에 대한 보상 순으로 조사되었다.

이상의 결과들을 종합해 보면, 최근 들어 환경문제 전반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진 것이 대기환경과 물환경 만족도 저하에 기인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수년간 문제제기가 계속되면서 그 심각성이 갈수록 심해진다는 시민들의 인식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미세먼지 농도’의 경우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데도 만족도는 그 반대로 나와 실제오염도와 체감오염도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일이다. ‘미래의 환경문제’로는 대기환경과 기후변화 등을 꼽은 가운데 ‘기후변화’의 경우 그 심각성은 인지하고 있어도 기후변화 현상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하는 특성이 있었다. ‘환경오염과 환경보전의 책임’이 중앙 및 지방정부에도 있지만 개인과 기업의 책임이 크다는 인식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환경개선’을 위해서는 규제를 통한 엄격한 집행도 중요하지만 환경에 대한 교육과 개별주체의 노력 및 환경보전 노력에 대한 보상 역시 강조되고 있어 가장 이상적 환경관리체계인 ‘자발적 환경개선’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인식조사는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하는 데 매우 유용하고, 한정적인 자원을 고려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때는 우선순위를 정하는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전문가와 일반시민 사이의 간극이 무엇이고, 그 원인은 무엇이며, 이러한 간극을 줄여 긍정적 정책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정책 시행 효과를 시민의 체감도 관점에서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인식조사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우리 울산시는 우리나라 산업화의 심장이었지만 급속한 산업화에 따라 환경오염이라는 부작용을 떠안았고, 또 극복한 역사도 가진 도시이다. 하지만 울산시는 산업의 특성상 다른 도시보다 더 다양한 분야에서 환경문제가 잠재되어 있고, 시민들 역시 환경개선에 대한 열망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특성을 감안할 때 환경인식조사를 우리 시민을 대상으로 일정 주기로 시행한다면 시민의 체감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정책도 발굴하고 그 효과도 증대시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마영일 울산발전연구원 환경안전연구실·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