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압·속박의 세계를 향한 인간의 저항…
억압·속박의 세계를 향한 인간의 저항…
  • 김보은
  • 승인 2019.10.22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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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산하 시인 두번째 시집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출간

 

인간은 그물과 같은 억압과 속박의 세계를 살고 있다. 계속된 삶의 좌절과 슬픔에 때론 고통에 몸부림치지만 인간은 굴복하지 않고 억압하는 모든 것에 저항한다.

박산하 시인의 두번째 시집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에는 이 같은 어두운 세상에 저항하는 시들이 주를 이룬다.

표제작을 비롯해 수록된 50여편의 시는 개념화되지 않은 날 것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거나 변화무쌍한 삶을 감각적으로 그려낸다.

특히 표제작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는 현대의 결혼 문화를 비판한다.

“아들의 동반이 되어가는 며느리/딸이 없으니 딸보다 예쁜데/처음 인사하러 올 때/어디 사는 것 외는 아무것도 몰랐다/아들이 좋아한다는데/사소한 이야기는 묻지 않았다/그냥 그 모습/눈 맑은 아가씨가 내 가족이/된다는데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중에서)”

나이, 집안, 학벌 등 온갖 조건을 따지는 대신 집안에 어여쁜 새 식구를 들일 수 있다는 그 자체에 감사함을 전하는 시다.

박 시인은 “아들이 결혼을 하고 몇개월 후 며느리가 전화해 ‘어머님, 고맙습니다. 저에 대해 아무것도 묻지 않아서’라고 말하더라”며 “요즘은 결혼의 본질이 무색해 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것들이 싫어 행했던 일들이 좋은 사람을 맞이하게끔 했고 며느리의 말에 영감을 받아 이 시를 쓰게 됐다”고 표제작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시인의 작품 외에도 책에는 황정산 시인이 쓴 해설 ‘비극적 세계 인식과 소리들의 세상’이 실렸다.

황 시인은 “소리에 집중하며 소리를 시로 그려내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소리는 모든 개념에 저항하고 시인은 이 소리들을 지키는 파수꾼이다. 시인처럼 누군가 이 소리를 지키고 있어 아직 세상은 어둠이 완전히 지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평했다.

박산하 시인은 제1회 천강문학상 수필 부문 은상, 제5회 천강문학상 시 부문 우수상, 2014 서정과 현실 신인작품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수필집 ‘술잔을 걸어놓고’, 시집 ‘고니의 물갈퀴를 빌려 쓰다’ 등이 있으며 현재 울산문인협회, 울산시인협회, ‘시목(詩木)’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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